미국인이면서 미국에 편향되지 않고 인류 모두의 이익을 주창하고 옹호하는 세계적 양심이자 지성인 콜럼비아 대학의 제프리 삭스 교수가 230년 전 칸트가 주장한 ‘영구평화론(永久平和論)’을 21세기 현재의 상황에 맞추어 새롭게 제안한 내용입니다. 오는 9월의 유엔총회와 안보정상회의를 목표로 설정한 그의 제안은 당장 실현하기에는 어렵다고 할지라도, 이미 격변의 과정에 들어선 국제질서의 재편에 주요한 지표로 삼을만 합니다. -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제프리 D 삭스 교수
칸트의 영구평화 ”(1795)가 출간된 지 2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위대한 독일 철학자는 당시 국가들 사이에 영원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일련의 기본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지역 분쟁이 진행 중인 세계와 핵 아마겟돈의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는 시대에 맞는 칸트의 접근 방식을 구축해야 합니다. 업데이트된 일련의 원칙을 9월 유엔미래 정상회담에서 고려되어야 합니다.
칸트는 자신의 제안이 "실천적인" 정치인들의 회의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현실 정치인들은 경험적 원칙에 따라 국가를 운용해야 하는 것을 숙지(熟知)하고 있어서, 공허한 사상을 지닌 몽상가(夢想家)의 자기만족을 경멸하면서도 국가의 안보를 결코 위협하지 않는 수준에서 이를 묵인합니다. 따라서 이론가는 세속적인 정치가의 간섭 없이 자신에게 몰두하는 이론의 게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가 마크 마조어(Mark Mazower)가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권위있는 설명에서 언급했듯이 칸트의 저서는 “우리 시대에 이르기까지 세계정부에 관한 여러 세대의 사상가들에게 간헐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저서”였으며, 인권, 전쟁수행, 무기통제 등 국제법과 유엔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칸트의 핵심 제안은 세 가지 사상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첫째, 그는 상비군을 거부했습니다. 상비군은 "항상 전쟁 준비를 갖추고 나타나려고 준비함으로써 다른 국가를 끊임없이 위협합니다." 칸트는 군산복합체의 위험성에 대한 미국 대통령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의 유명한 경고를 150년이나 먼저 예상했습니다.
둘째, 칸트는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여기서 칸트는 미국처럼 외국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가차없이 사용하는 일종의 비밀 작전에 대해 맹렬히 비난했습니다.
셋째, 칸트는 "자유국가들의 연맹"을 요구했는데, 이에 근거해서 우리 시대에 헌장에 따라 활동하기로 약속한 193개 국가의 "연맹"인 현재의 UN이 되었습니다.
그는 전쟁을 견제하기 위해 1인 통치가 아닌 공화주의에 큰 희망을 걸었습니다. 통치자가 한 명이라면 전쟁의 유혹에 쉽게 굴복할 것이라고 추론했습니다. 이 경우 전쟁 선포는 세상에서 결정하기 가장 쉬운 일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전쟁은 국가의 구성원이 아닌 소유자인 통치자에게 식탁의 즐거움, 게임, 별장, 법관 기능 등 최소한의 희생도 요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가장 사소한 이유로 전쟁을 마치 즐거운 파티처럼 결정할 수 있으며, 때로는 무심하게 품위가 동반되는 정당화를 항상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는 외교단에게 일방적으로 맡길 수 있습니다.
이에 기초하여 칸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전쟁 선포를 결정하기 위해 시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면(그리고 이 [공화주의] 헌법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그러한 일을 시작하는 데 매우 조심스러운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것은 없습니다. 전쟁은 모든 재난을 스스로 선포하는 형편없는 게임입니다.”
그러나 칸트는 전쟁을 억제하는 여론의 능력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었습니다. 아테네와 로마 공화국은 모두 호전적인 것으로 악명 높았습니다. 영국 역시 19세기 민주주의의 선두주자였지만 아마도 가장 호전적인 세력이었을 것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은 끊임없이 선택 전쟁과 외국 정부에 대한 폭력적인 전복에 참여해 왔습니다. 칸트가 이렇듯 틀렸던 데에는 적어도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전쟁을 시작하는 선택은 거의 항상 여론으로부터 거의 고립된 소수 엘리트 그룹에 달려 있습니다.
둘째, 같은 맥락에서 전쟁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선전을 통해 여론을 조작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입니다.
셋째, 과세보다는 부채를 통해 전쟁 자금을 조달하고, 징병 대신 계약자, 유급 신병, 외국인 전사에 의존함으로써 대중은 높은 전쟁 비용으로부터 단기적(눈가림)으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영구 평화에 대한 칸트의 핵심 사상은 20세기에 세계가 국제법, 인권, 전쟁에서의 품위 있는 행위(예: 제네바 협약)를 지향하도록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기관의 혁신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세계는 여전히 평화와 거리가 멀습니다.
원자과학자회(Bulletin of Atomic Scientists)의 종말시계(Domsday Clock)에 따르면, 우리는 자정까지 90초 남았으며, 이는 1947년 시계가 도입된 이후 어느 때보다 핵전쟁에 더 가까워졌습니다 .
UN과 국제법의 글로벌 기구는 분명히 현재까지 제3차 세계대전을 예방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유엔 사무총장 우탄트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UN기반구조는 취약하며 긴급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우리 시대의 네 가지 주요 지정학적 현실에 기초하여 새로운 원칙을 수립하고 채택할 것을 촉구합니다.
첫째, 우리는 다모클레스의 핵검(핵폭탄)을 머리 위에 두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60년 전 그의 유명한 평화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설득력 있게 표현했습니다.
“나는 전쟁의 새로운 모습 때문에 평화를 이야기합니다. 강대국들이 대규모의 상대적으로 취약한 핵 전력을 유지하고 그러한 전력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항복을 거부할 수 있는 시대에 총력전은 의미가 없습니다. 하나의 핵무기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모든 연합군 공군이 전달한 폭발력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폭발력을 담고 있는 시대에는 말이 되지 않습니다.”
둘째, 현재 다극적(多極的)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19세기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의 경제적 생산량이 서구를 앞질렀습니다. 우리는 미국과 소련이 패권을 쥐고 있던 냉전 시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이 주장한 '단극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나 갔습니다. 이제 미국은 러시아, 중국 등 여러 초강대국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인도 등 여러 지역 세력(이란, 파키스탄, 북한 포함)이 있습니다. 미국과 동맹국은 우크라이나, 중동,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의지를 행사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다른 강대국과 협력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셋째, 우리는 이제 글로벌 목표(예: 기후, 지속가능한 개발 및 핵 군축에 관한)를 공식화 및 채택하고, 국제법을 판결하며, 글로벌 커뮤니티의 의지를 표현하기 위한(예: 유엔 총회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그렇습니다. 이러한 국제 기관은 강대국이 이를 무시하기로 선택할 때 여전히 약하지만, 칸트의 의미에서 진정한 국가 연합을 건설하는 데 귀중한 도구를 제공합니다.
넷째, 인류의 운명은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개발, 핵 군축, 지구의 생물 다양성 보호, 전쟁 예방, 전염병 예방 및 통제와 같은 글로벌 공공재(公共財)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우리 공동운명에 훨씬 더 중요합니다. 다시 한번, 우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JFK의 지혜에 귀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차이점을 무시하지 말고, 우리의 공통 이익과 그러한 차이점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에도 주의를 집중합시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서로의 차이를 종식시킬 수 없다면, 적어도 우리는 다양성을 위해 세상을 안전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공통 연결고리는 우리 모두가 이 작은 행성에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공기를 마십니다. 우리 모두는 자녀의 미래를 소중히 여깁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필멸의 존재입니다.
우리는 영원한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어떤 원칙을 우리 시대에 채택해야 합니까? 나는 21세기 영구 평화를 위한 10가지 원칙을 제안하고,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목록을 수정, 편집하거나 만들도록 권유합니다.
나의 제안 원칙 중 처음 5개는 70년 전 중국이 제안하고 이후 비동맹 국가들이 채택한 (역자: 반둥회의) 평화공존 원칙입니다.
1. 영토 보전과 주권에 대한 모든 국가의 상호 존중
2. 다른 국가에 대한 모든 국가의 상호 불가침.
3. 다른 문제의 내정에 대한 모든 국가의 상호 불간섭(선택 전쟁, 정권 교체 작전, 일방적 제재 등의 배제)
4. 국가간 상호작용에 있어서의 평등과 호혜 그리고
5. 모든 국가의 평화로운 공존.
이러한 5가지 핵심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저는 5가지 구체적인 행동 원칙을 추가로 권장합니다.
6. 미국과 영국을 포함하여 모든 해외 군사기지 폐쇄해야 한다.
7. 다른 나라의 내정불간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은밀한 정권교체 작전과 일방적인 강압적 경제조치를 종식한다. (정치학자 린지 오루크(Lindsey O'Rourke)는 1947년부터 1969년까지 64건의 미국의 비밀 정권 교체 작전과 그러한 작전으로 인한 광범위한 불안정을 주의깊게 기록 했습니다.
8. 모든 핵보유국(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들이 지지한 핵확산금지조약 제6조에 의거하여 모든 당사국은 핵 군비경쟁의 중단과 핵 군축과 관련된 효과적인 조치에 관해 선의로 협상을 추진해야 하며, 조약을 통해 엄격하고 효과적인 국제 통제 하의 일반적이고 완전한 군축을 감독한다.
9. "다른 국가의 안보를 희생하면서 자국의 안보를 강화하지 않겠다"는 모든 국가의 약속(OSCE 헌장에 따라 )을 반드시 이행하고, 이웃을 위협하는 군사동맹을 결코 맺어서는 아니 되며, 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원하는 평화협상과 안보협정을 통해 해결하기로 약속해야 한다.
10. 모든 국가는 지구촌이라는 공동의 터전을 보호하고 공공재를 함께 사용하기 위해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며, 파리 기후협약, 지속 가능한 개발목표, UN 기구의 개혁 등을 실행해야 한다.
오늘날의 강대국 대결, 특히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과의 갈등은 주로 정권교체 작전, 선제적 선택 전쟁, 일방적인 강압적 제재, 미군 기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미국의 지속적인 단극 패권 그리고 이의 동맹에 기인합니다. 위에 나열된 10가지 원칙은 UN헌장과 국제법치주의가 적용되는 평화로운 다자주의로 세계를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글: 제프리 D. 삭스 출처: CommonDreams.org
<유엔기반의 구조는 취약하며 긴급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9월에 열리는 UN 미래정상회담에서 이를 고려해야 합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이래경의 격동세계’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lrk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