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을 도용(盜用)하는 전자우편 이용자가 생겼습니다. 제가 ‘형님’이라 부르는 미국 거주 80대 ‘친북’ 목사님이 지난주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는 겁니다. “형님, 북한 8차 당대회 평가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동향 글 보내니 의견주시면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기 바라며, 아우 드림.” 제가 1-2월엔 제 글 쓰지 않고 남의 글만 읽겠다고 한 터에, 첨부 문서가 제 평소 주장과 다른 내용이라 이상하다면서 다른 매체를 통해 알려왔지요. 제 글투를 흉내 낸 그 이메일을 전달 받아보니 ‘Jae-Bong <rheeplane@daum.net>’이란 이름과 주소로 저를 사칭하고 있더군요.
저는 1990년대 말 ‘남이랑북이랑 더불어살기위한 통일운동’을 시작하며 매월 한두 번 소식지를 만들어 전자우편으로 보냈습니다. 요즘은 발신 전용 ‘남이랑북이랑 <yjw2756@jinbo.net>’에서 약 4,200명에게, ‘Jae-Bong <pbpm@hanmail.net>’에서 약 1,600명에게 글을 보내고 있는데, 제 이메일 받아보는 분들에게 혹시 무슨 피해가 생길지 걱정됩니다. 우선 이메일 계좌 <rheeplane@daum.net> 개설자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지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해놨습니다.
참고로, 저는 1990년대 후반 대북지원 및 통일운동에 소박하게나마 발 담그며 정보당국으로부터 분에 넘치는 관심과 사랑 그리고 감시(監視)와 사찰(査察)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제 강연장은 물론 학교 강의실과 연구실에 찾아오기도 하더군요. ‘전문가’ 의견을 듣고 싶다면서. 나중에 저를 사찰하지 말라고 지역신문을 통해 알렸더니 그러지 않았다고 반박하고요.
2000년대 초 뉴욕에 머무르며 대학들과 시민단체 등에서 강연할 때도 국정원 뉴욕지부에서 연락해왔습니다. 역시 ‘전문가’ 의견을 듣고 싶다면서.
2016년엔 국정원과 경찰청이 일반인들 통신자료까지 광범위하게 조회해왔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나도 혹시?” 하는 생각으로 통신사에 확인해봤습니다. 소름 끼치더군요. 2015년 한 달에 한 번 꼴로 국정원과 경찰청이 제 통신자료를 털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거든요. 민변의 공동소송에 동참하고, 주간지 시사IN (2016.5.7)에 “국정원과 경찰청을 고소한다: 나를 왜 감시하는가”라는 글을 실었습니다.
2019년 9월엔 제가 공동대표로 있는 통일경제포럼에 국정원이 심어놓은 프락치가 양심 선언하는 바람에 국정원의 음흉한 정보수집 활동이 드러났습니다. 이에 저는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날 더 이상 염탐(廉探)하지 말라: 국정원 바뀔 수 없을까”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실었습니다. “날 염탐할 필요 없다. 일기 말고는 발표하지 못할 글 한 줄 쓰지 않고, 밀애 아니면 공개하지 못할 말 한 마디 뱉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상대하든 평화나 통일문제와 관련해서는 떳떳하게 큰소리치지 은밀한 언행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나를 국가보안법으로 가두고 싶다면 <이재봉의 법정증언>을 보면 된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분단의 원흉은 미국이라고 단언했다. 북한의 정통성이 남한보다 못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일성을 찬양하며 주체사상과 선군정치를 옹호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하며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은 남한의 자극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방제를 적극 지지하며 친북과 반미를 선동했다. 지금까지든 앞으로든 글이든 말이든 이 수위를 벗어난 내용은 있을 수 없을 테니, 이 책으로 나를 처넣지 않으면 굳이 프락치를 동원할 필요도 없잖은가.”
아무튼 전화와 이메일을 맘놓고 사용하기 곤란한 제 처지는 괜찮습니다만, 저 때문에 무슨 불편이나 불이익을 받는 분이 나오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앞으로 제 이메일 받기 부담스럽거나 조금이라도 찜찜하신 분들은 주저 없이 ‘수신 거부’해주시기 바랍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이재봉의 평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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