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북한이 시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때문에 나라 안팎이 몹시 어수선합니다. 미국에서 북한에 대한 폭격이나 전쟁 이야기가 나오자 남한의 보수극우 언론은 이를 반기며 부추기는 듯한 기사까지 쏟아내는군요. 만에 하나 북한이 폭격 당하거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김정은만 죽고 자기들은 멀쩡할까요? 그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즉각적 싸드 추가배치 지시도 참 생뚱맞습니다. 북한이 미국을 겨냥해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데, 왜 남한이 앞장서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THAAD를 배치해야 할까요?
저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계를 예상하고 지적하면서도 지지하고 응원해왔습니다. 그가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과민 반응을 보여도, 국정원과 검찰, 재벌과 종편 등의 적폐(積幣)를 청산(淸算)하기 위해 보수층의 지지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친미 반북적 행보라고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싸드 추가배치 지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네요. 이건 정말 아니죠.
아무튼 싸드 배치가 폭염에 기름을 붓는 꼴입니다. 전국에 걸쳐 100개 안팎의 평화운동단체들이 공동으로 8월 22일 국회에서 시국토론회를 갖자는군요. 강연 일정과 겹쳐 참석하기 어렵습니다만. 성주 소성리로부터도 강연 요청을 받았습니다. “성주와 김천 주민들 그리고 원불교와 천주교 교도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배신감과 좌절감을 맛보며 분노의 심정으로 눈물 흘리며 초긴장하고 있다”며 와달라네요. 8월 23일 수요일 오후 4시부터 열리는 ‘소성리 진밭 평화강좌’에서 ICBM과 THAAD를 통해보는 북미관계와 중미관계 등에 관해 저도 ‘배신감과 분노의 심정으로’ 강연해보렵니다.
지난 5월 말 싸드 배치 관련 독립영화 <파란나비 효과>를 보며 성주에서 투쟁하는 아름다운 아줌마들에게 감동 받았는데 그분들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남이랑북이랑>이 그 영화를 상영하며 150만원 정도의 후원금을 모아 영화감독과 성주투쟁위원회에 보냈으니 은근히 생색내볼 기회도 있겠군요. 무엇보다 지금까지 성주 소성리를 한 번도 찾아가지 못해 가슴 한 켠에 지니고 있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습니다.
감사하며 이재봉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