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서 처음으로 접하는 산속의 겨울은 추위가 매서웠을 뿐만 아니라, 기온도 0.8마일 산 아래와 1~2도가 항상 낮다. 첫 겨울은 눈도 많았고 오면 또한 저 평지마을 보다 1인치 이상 더 내리는 것 같았다. 이 추위와 계절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야 될, 꼭 바로 해야 할 일이 붓을 잡게 놔두지 않았다. 두툼하게 옷을 껴입고 장갑과 모자를 갖추고 장화를 신은 다음 엊그제 시내에서 새로 산 체인 톱날을 바꿔 끼운 전기톱을 가지고 나가 - 집을 계약한 후 산으로 가면 틀림없이 벌어질, 아니 해야될 일이 예상되어… 틈틈히 유투브를 통해 ‘Chainsaw로 나무자르는 법’을 눈여겨 봐두었다. - 집 가까이에 있는 나무를 시간이 날 때마다 베어냈다. 그러나 베어 내는 것보다 뒷 처리가 더 많은 일이 되었다. 쓰러뜨리면 적당한 크기로 잘라 땔감으로 쓸 수 있는 수종은 난로에 넣었다.
중학교 시절 토요일마다 TV에서 하는 ‘명화극장’을 빠짐 없이 보곤 했다. 우리의 화로(火爐) 문화나, 바깥의 부엌 아궁이에서 불을 때는 모습과 달리 집안에서 불을 때며 가족끼리 이야기하는 장면들이 이색적으로 보였던 것이 잔상(殘像)으로 오래 동안 남아있었다. 미국에서 살면서 언젠가 그런 화덕이 있는 집을 장만하기를 바랬는데 마침 이 집에는 주물로 뜬 아주 훌륭한 크기와 모양으로 된, 내 취향에 딱 맞는 장작 난로가 리빙룸에 있었다.
1937년에 지어진 이집은 본래 벽에 돌로 지은 화덕이 있었는데 언젠가 이런 화덕의 열 효율성이 문제가 되어, 주머니 사정이 허락된 가정에서는 현재의 우리집처럼 주물(鑄物) 난로와 같은 것을 화덕 앞에 재설치하는 것이 유행하던 시대가 있었단다. 우선 난로에 들어 갈만한 나무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야하고, 그렇지 않은 나무는 지렛대를 이용해 보관할 곳까지 옮길 수 있게 잘라야 한다. 그런 다음 가지를 잘라 땔감용은 적당한 크기로, 그렇지 않은 가지는 들어 옮길 수 있는 무게나 크기로 잘라야 하는 일들이었다.
집주위의 나무를 베는 과정에 크고 작은 실수들이 있었다… 데크 위로 나무가 넘어져 일부를 파손 하기도 하고, 넘어지면서 지붕 모서리를 damage를 입히고…지름 45cm의 나무가 집을 덮치려는 찰나(刹那)에 쐐기를 이용해 간신히 반대방향으로 넘어트린 경우 등 많은 시행착오들을 겪었다. - 사실 이 실수들은 한마디로 말하면 ‘배운대로 안해서 생긴 일’이다. 원칙을 지켜야 했는데…요렇게 해도 되겠지 하는, 자만(自慢)이 과한 탓이었다.
계약을 하고 이사전 몇 번 이 집에 와서 여러 그루의 나무를 베었는데 100% 원하는 방향으로 넘어뜨리는 등 한번도 실수를 하지 않았었다. (이 나무들을 벤 일로 인해 약 1년간 이웃집과 뜻하지 않은 아주 불편한 시간을 갖게 되는데… 그 이야긴 다음에 풀어야겠다) 냇가 건너편 동산(후에 이 동산이 전체를 아우르는 sarang mountain으로 명명하게 된다.)의 나무들을 자를땐 내가 벌목꾼이 아닌가 착각할만큼 프로급 기술을(ㅎㅎㅎ) 갖게 되었다.
드라마에서 가끔 주인공의 극적인 이야기 전개에 등장하는 그 ‘트라우마’란게 내게 생겼다… 나무를 베면서 생긴 크고 작은 실수들로 인해 만일 어떤 나무를 내일 베야지 마음먹으면 그 나무가 엉뚱한 방향으로 넘어지면 어떡하지?, 계속 생각이 나면서 심장이 빨리 뛰고 불안감과 초조감으로 이어졌다… 그럼 빨리 다른 생각이나 다른 일을 하면서 기분 전환을 했다.
언급한 실수 중에 지금 생각해도 가장 진땀났던 사건을 소개하자면 겉이 좀 썩어 죽은 나무를(바로 위 사진에서 맨 오른쪽 소나무) 벨 때였다. 나무를 벨 때는 경첩 역할을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무게 중심이 경첩 부분으로 쏠리게 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넘어뜨려야 하는데 세월이 많이 흘러 나무의 진이 많이 빠져 경첩 역할을 못해주는 걸 예상치 못한 것이다.
나무가 정반대로 넘어지는 바람에 집으로 쓰러지며 전신줄과 케이블선을 건드리고 말았다. 처마 밑에 단단히 고정된 철로 된 전신 지주대가 80%가 뽑히며 순식간에 주위에서 불꽃이 ‘파바박’ 튀면서 케이블 선으로 불이 옮겨 붙었다. 약 5m 떨어진 그 곳으로 달려가 불붙은 선을 잡아당겨 벽에다 불씨를 털어냈다… 그런데 경고음 소리가 집안 부엌쪽에서 들리는게 아닌가… 정신없이 데크 계단으로 올라가 부엌으로 들어가보니 오븐에서 계속 경고음을 내고 있었고, 집안에서는 코일 타는 냄새가 진동하고…화재경보음도 짤막한 Warning음을 계속해서 토하고 있었다…머리가 하얘지기 시작하는 그 짧은 순간, 혼돈과 긴박한 상황에서 진정하려고 심호흡을 연거푸하며 “뭐해야지? 뭐해야지?”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래, 그래 그거야, 그거부터 해야지”… 얼른 바깥으로 내려가 지하실 문을 열고 집안의 Main Switch를 내렸다.
<4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