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지붕에 있는 썬라이트 유리를 빗방울이 뚝뚝 때리고 있다. 산에 둥지를 틀고난 후 시티에서 전혀하지 않던 습관이 하나 생겼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일기예보(日氣豫報)를 듣고난 후 비나 눈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꼭 컴퓨터를 켜서 움직이는 구름사진을 직접 확인하는 거다. 그래야 뭔가 예비하는 것처럼 마음이 훨씬 가볍다.
이사한후 이웃들에 따르면 이 근방(냇가를 끼고 있는 집들)에 세 번의 큰 Storm으로 도로가 유실되고 개울물이 넘쳐 윗집 Alison은 지하실로 물이 들어왔고 Mark 집은 도로가 끊겨 FEMA(미연방재난관리청)가 와서 복구를 해줬단다… 당시 우리집은 이렇다 할 피해는 나지 않았지만 작은 돌맹이들과 흙더미가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이사와서 조그만 텃밭을 만드는데, 고고학자의 발굴현장처럼 잔해(殘骸)더미가 마냥 나오곤 했다.
이사하는 날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단내가 나는것 같았다. 모든 힘을 소진한 탓에 악수를 나누면서도 말할 기운조차 없어 눈인사로 서로를 위로(?)할 따름이었다. 며칠간에 걸쳐 짐 정리를 그럭저럭 해나갔다. 각기 있어야 할 곳에…. 작은 그림들은 각목을 이용해 선반을 만들어 차곡차곡 세워 보관하고, 큰 작품은 크기가 같은 것으로 서로 앞을 보도록 세워서 보관해야 하는데 예상치 않은 넘어짐이나, 마찰로 인해 그림이 손상될 수도 있었다. 시간과 공을 들여 완성한 작품을 후에 보수하는 수고로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각목으로 필요한 만큼 공간을 만들고 적당한 간격마다 보호 막대를 세워주는 일로 전체적인 이삿짐 정리를 마무리했다.
처음 집을 브로커(부동산중개사)와 방문 했을때 현관문을 열자마자 집안에서 풍겨나오는 곰팡이 냄새가 여간 심한게 아니었다. 잠시나마 산속의 신선한 공기에 호강했던 후각(嗅覺)을 가차없이 괴롭게 만들어 코를 막는 제스처가 브로커를 당혹하게 만들었는지 서둘러 이곳저곳의 창문을 열었다. 에둘러 브로커는 "주인이 여러 상황으로 3년 동안 집을 비워 놓았다"는 말로 바이어의 구매력을 떨어뜨리지 않으려 애썼다. 둘러보니 현관입구 천장에 썬라이트 주위 틈새로 빗물이 들어와 주위가 곰팡이가 피었고 석고보드의 겉표면들이 떨어져 매달려 있는 상태였다.
사실 이런 부분은 나로선 구매 요건에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이 집을 구매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 두가지 조건이 우리 부부에게 큰 점수를 얻었다. 그 장점들이 더 많은 단점을 덮어버린 것이다. 첫눈에 반한 상대방에 그 어떤 단점도 보이지 않듯….
스캇 니어링(Scott Nearing)이 ‘조화로운 삶’에서 헌집을 고치려는 사람들을 위한 몇가지 조언중에… “첫째. 낡은 집을 고치고 손보는 데 드는 돈이 새 집을 짓는데 들어가는 돈과 비슷하다. 아니 전체로 따져 보면 고치는 데 돈이 더 들지도 모른다. 우리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덜 들지는 않는다.”<중략>. 또 니어링이 인용한, 미첼(D.G. Miitchell, ‘에지우드의 우리 밭(My Farm of Edgewood>),1863’에선 “지저분한 시골집을 고쳐 보겠다고 들떠 있는 이들에게 분명히 말해 두겠다. 쉽게 보고 덤벼들었다가 낭패 보지 말라.”는 내용이 있다.
다행히 이집은 당장 살기위해 손을 봐야 될 만큼은 아니었고 그럭저럭 소박하게 살 수 있는 상태는 되어 보였다. 한마디로 요약 한다면 산장(山莊)이다, 자고 일어나면 거미줄치고, 치우고 치워도 나무부스러기가 여기저기 보이고…. 이 집이 나를 사로잡은 첫번째는 동양화에서 빠질 수 없는 화제의 십장생 중에 여덟가지가 있었기때문이다.- 해, 달, 산, 물, 구름, 바위, 소나무, 사슴 - 곳곳에 바위가 드러나있고, 냇가 건너의 조그맣게 언덕이 딸린 산이 또 좋았다. 두 번째는 사실 나에게 더 치중된 일이긴 하다. 천장이 오픈되어 있어 내가 만든 입체작품을 설치할 수 있는 높이의 천장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러 단점들이 두드러지게 보이진 않았지만…성장과정에서의 시골생활을 빼곤 도시 문명 사회에서 35년이란 생활을 하다보니 하늘을 가린 환경이 어딘가 모르게 무겁고 답답하게 만들었다…. 나무였다. 산에 나무가 있는게 당연지산데… 집 가까이에 너무 많은 나무가 서 있는 것이다. 바닷가 집을 살면서 바다가 180도로 보여 뚫린 마음을 가눌 길이 없으면 적당한 담을 치든, 아님 데크(deck)를 만들고 그 위에 벽을 치면 되겠지만, 산속에 있는 집 주위에 나무가 너무 많아 그늘져 답답함을 주고 지붕에 이끼까지 듬성듬성 자라는 상황이라면….
집을 계약한 후 아내와 나무를 베어 내는 걸로 의견일치를 보았다.
<3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