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지 채 한 달도 안 되었을 때, 무척 가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교회 사택에서 살고 있었는데, 잔디가 누렇게 죽어가는 것이 안타까워 물을 주었습니다.
다음날, 교회 관계자인 찰스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목사님, 어제 잔디에 물을 주었나요?”
“예, 잔디가 다 말라서 하루 종일 물을 주었습니다.”
“신고가 들어왔는데요, 물을 주었다고 말이죠.”
“신고라고요? 왜요?”
“지금 물이 부족해서 잔디에 물주지 말라는 경고가 내려졌거든요”
당시 내가 사는 집에는 인터넷은 커녕 TV도 설치되기 전이었습니다. 해서 가뭄경보가 내린 것을 전혀 몰랐던 것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런 소식을 듣지 못해서... 몰랐었습니다.”
“이번이 처음이니 타운에 잘 이야기해서 벌금을 면제 하도록 할께요. 다음에는 모르시면 제게 물어 보고 물을 주세요.”
“아...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께요. 그런데 누가 신고를 하나요?”
내 물음에 찰스가 껄껄 웃으면서 대답합니다.
“Senior Citizen 들인데, 지나가다 보고 신고를 하지요. 미국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들이예요. 후후”
‘Senior Citizen' 은퇴한 노인들, 사회적 감시 기능으로 미국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막강한 힘인 것입니다.
유치원 비리(非理)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 통과가 한유총의 조직적인 저항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은퇴한 노인들의 손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법안임에도 과연 대한민국의 ‘Senior Citizen'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가까스로 통과 된 ‘통학차량 어린이 확인 장치 설치’ 법안 역시 설치·사용 의무를 어긴 운전자에게만 2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고 하니, 이곳 스쿨 버스에서 운전 중 전화를 사용한 운전자에게 부과되는 벌금 2,750 달러에 비하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더더욱 이곳의 경우는 운전자가 전화를 사용한 것에 대해 회사 역시 공동책임으로 벌금 12,000 달라(2018년 기준)를 내게 한 것과 비교 해 보면 대한민국의 경우는 결국 유치원의 책임은 면제 해 준 꼴이 된 것이기에 이 법안에 대한 한유총의 개입이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것입니다.
어쩌다 보니 나 역시 손주를 볼 나이가 되었기에 대한민국의 ‘은퇴한 노인들’에게 말합니다.
박근혜 사진 들고 거리로 나서 태극기 흔들어 댈 시간이 있거든 당신들의 손주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 어떤 곳이 되어야 할지 한 순간이라도 생각 해 보라는 것입니다.
남아도는 시간에 끼리끼리 모여 앉아 희희낙락할 시간이 있거든 유치원 비리 방지 법안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이나 관련 기관들에게 항의 전화라도 하라는 것입니다.
손주들 보기 부끄럽지 않게 말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장호준의 Awesom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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