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가 끝났습니다.
지난 일년 내내 스쿨버스 좌석에 붙어 있었던 이름표들을 모두 떼어 냈습니다.
흰색은 프리스쿨, 파란색은 초등학교 그리고 주홍색은 중학교 아이들을 구분한 색깔입니다. 고등학교 아이들도 스쿨버스를 타지만 좌석을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내 스쿨버스에는 13줄의 좌석이 좌우로 있어 모두 26개의 좌석이 있고 한 좌석 당 3명씩 앉을 수 있도록 허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좌석의 한 쪽은 비상구 통로를 위해 짧은 좌석을 배치 해 놓았기에 스쿨버스 탑승인원은 77명으로 되어있습니다. (한 좌석에 3명이 앉기는 매우 좁아 보통 40명 이내의 아이들이 스쿨 버스를 탈 수 있도록 노선을 정합니다.)
물론 모든 스쿨버스 운전사들이 아이들의 자리를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내 경우는 매년 아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마킹 테이프에 꼼꼼히 적어 좌석 위에 붙여 자리를 정해 줍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원하는 곳에 마음대로 앉을 수 없도록 제한한 좌석지정(assigned seating)을 그리 좋아 하지는 않지만 몇 가지 이유에서 매우 유용(有用) 한 것은 사실입니다.
아이들이 소지품을 놓고 내렸을 때 누구 것인지를 바로 확인하고 돌려 줄 수 있다는 것이나, 심하게 장난하는 아이들 끼리를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혀 위험 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 또는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들끼리 같이 앉도록 해서 시끄러운 아이들로부터 방해 받지 않게 한다는 것, 더하여 누가 스쿨버스에 탔고 타지 않았는지를 즉시 알 수 있다는 등 이지만 여러 이유 중에서도 우선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좌석을 지정해 줌으로 해서 쓰레기를 버리거나 낙서 또는 좌석에 흠집을 내는 일들이 자기 이름이 붙어 있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게 하는 것입니다.
자기들이 한 행동이 몰래 또는 슬쩍, 숨겨지거나 넘어가 버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좌석지정이 아이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일은 교실에서 배워야 하는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는 확신에서 아이들에게 좌석지정을 해 주는 것입니다.

학교가 끝나 아이들의 이름들을 모두 떼어 냈지만 새학년이 시작되는 9월이 되면 또 다시 아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적어 좌석에 붙여 줄 것입니다.
그리고 “너희들 이름이 붙은 좌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너희들의 책임이야” 라고 말 해 줄 것입니다.
아이들의 이름이 붙은 스쿨버스의 자리처럼 내 이름이 불려지는 역사의 자리에서 나는 어떤 책임을 지며 살아가고 있는지 되돌아 봅니다.
세상 살아가며 모두가 각자의 이름에 책임을 지고 산다면 내일이 오늘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 지리라 믿습니다.
삯꾼 장호준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장호준의 Awesom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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