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같은 날이 며칠 계속되면서 꽃들 서로 앞 다투어 피고, 봄나물도 쑥처럼 쑥쑥 올라온다. 봄은 명징하게 우리에게 왔으나 아직도 봄인 줄 모르는 딱 한 모지리 때문인지 미세먼지처럼 앞 날이 희뿌옇다.
다시 머프(머슴 프리래서)로 돌아와 선배네 밭 두둑을 손질하고 멀칭하는 것을 도왔다. 두 이랑을 얻어 자주 살피지 않아도 되는 옥수수, 고구마를 심을 생각을 하고 있다.
선배네 밭 가 두릅은 벌써 한 차례 딴 후 나무들은 댕강댕강 잘라 놓았는데 아직 남겨 둔 실한 것들을 따게 해줘 선배 덕분에 두릅 좋아하시는 어머니, 장모님도 제대로 맛보시게 되었다.
밭 한켠 틀밭에 활짝 퍼드러진 키다리나물, 삼잎국화를 한 보따리 잘라와 주변 지인들과 나눔 하느라 오후가 흐믓하고 여유롭게 지나가는 중, 망중한(忙中閑)이다.

유목의 피가 흐르는 노마드임을 일찌기 자각했기에 제2의 삶은 본능에 충실해 행복하고 싶었으나 객관적인 상황이 허락치 않는다. 언ㆍ젠ㆍ가ㆍ는 의지의 바람 부는대로 그렇게 흘러갈 수 있기를...
이런 말 혹시 있을까? 노마드는 머슴살이를 할망정 땅을 사지 않는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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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이 머프

나흘 전, 전업농부인 후배 박사마을 박농부네 볍씨 모판 작업을 선후배, 친구들 모여서 돕기,
사흘 전, 뇌졸중을 극복하며 전원생활을 슬기로운 귀촌생활로 승화(昇華)시킨 선배네 밭 멀칭 돕기,
엇그제, 300평 얼결에 떠맡은 친구, 총선기간 목발 짚고 1인 시위하며 투표 독려하느라 농사준비 못해서 때 늦게 거름 펴는 일 돕기,

어제, 주말 비 소식에 급히 옥수수 심는다는 박사마을 박농부네 밭에 아내와 함께 가 옥수수모 아주심기 돕기,
옛날 각설이가 동네 잔칫날 수첩에 적어 놓고 날마다 이 집, 저 집 품바타령으로 바쁘게 먹고 살 듯, 머프(머슴 프리랜서)도 덩달아 바쁜 농사 철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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