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산 아랫동네, 후암동과 한남동을 10년 간 함께 전전하던 아이 둘이 큰 애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서로 독립하게 되었고, 나도 비로소 더불어 독립하는 느낌으로 봄날 피어나는 꽃들이 새롭게 보였다.
며칠 간 짐정리를 하고 이사하는 걸 도와주면서 벚꽃이 활짝 흐드러진 남산을 산책했다. 애들 집에 올 때마다 오르던 길 꽃나무들과도 헤어지는 듯 못내 아쉬워 걸음이 더디었다.

한편으론 멀리 비어 있는 집, 망가져 가는 나라를 보여주는 듯한 푸른 기와집을 보며 하루빨리 새 주인을 들어 앉혀야겠다는 생각은 이번 총선을 더 기대하게 한다.
세상은 마치 서로 다른 것들은 용납되지 않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듯 싶기도 하다. 어느 일방으로 편향된 세상은 재미없듯 다른 것들이 뒤섞여 서로 배려하고 조화를 이룰 때 서로를 빛나고 아름답게 하지 않는가.

벚꽃 만 난무(亂舞)한 거리 보다는, 개나리만 뒤덮인 비탈 보다는, 서로를 배경으로 어우러진 꽃들이 더욱 아름다운 건 자연의 이치다. 아이를 이사시키고 나오는 아파트 화단에 피어 있던 삼색도화는 아예 한 몸으로 그러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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