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은 아직 온다는 소식도 없이 칙칙한데 참느릅나무 한 그루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꽃을 피운 듯한 날이다.
아들이 결혼을 할 생각인지 처음으로 여친을 인사시키겠다고 온다는 오늘, 숲에 가는 것도 미루고 동네 천변을 서성이는데 바람이 차고 쌀쌀했다.
예쁘게 입고 오지 말고 따뜻하게 입고 오라는 말이라도 해 둘 걸 하다가 또 얼마나 긴장하며 올까 싶어 긴장이라도 좀 풀어주려고 아들에게 톡을 하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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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시는가
우수雨水 지난 천변川邊은 녹았지만
아직 바람이 차서 어쩌나
귀한 인연 온다는데
봄내(春川)골 봄은 아직
꽃 한 송이 피워 놓질 못했는데
봄을 안고 꽃으로 오시는가
꽃을 안고 봄으로 오시는가
우리의 봄은 지나 가을이나
그대들 봄은 이제 찬란하리니
밝고 환한 꽃으로 만발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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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대로 긴장했음이 틀림 없었다. 여친에게 보여 줄줄 알고 톡을 했으나 열어 보기는 커녕 만나서 식사하고 대화 나누고 헤어져 서울 올라가던 아들로부터 때늦은 답톡이 왔다.
"네 그럴게요 감사해요~~"
모두의 긴장이 봄처럼 풀어지고 통과의례 같은 하루가 갔고, "애들한테 책이라도 선물할 걸 그랬나?"하고 아내에게 농담했더니 빵터져 한참을 웃었다. 왜냐하면, 둘 다 도서관에서 평생 살아야 할 사람들이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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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
'오동이'는 선배가 입양했는데 두 번이나 주인을 물어 다른 곳으로 보내진 진도개다.
그 녀석은 나이 육십이 넘도록 처음으로 쓰다듬어 본 동물이었다.

날카로운 첫 스킨쉽 때문인지 같이 공차고 놀았던 추억때문인지 가끔 생각난다.
선배네 고양이 '짱고'는 정들까봐 딱 한 번 쓰다듬어 본 녀석인데 오늘 문득 생각났다.
드러운 게 정情이라는 유행가 가사는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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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맞이
담장에 기댄 산수유 긴 겨울을 이겨내고 곧 터질 듯 웅크리고 있다. 봄은 농부의 꿈을 펴는 기지개로 시작된다. 소망 하나 하나 실뿌리처럼 내리고 정성을 다해 식생명을 다루는 세심한 손길따라 오나보다.
어제는 농사 짓는 '박사마을 박농부'네 비닐하우스에서 은퇴한 선후배들 모여 삼 년째 함께 도움 작업하는 날이었다.
모판에 고추씨를 흩뿌려 발아되어 본 잎이 고개를 내밀면, 더욱 튼튼하게 자라라고 또 심을 때를 위해 하나 하나를 180개의 모판에 이식하는 작업이다.
단순한 작업과 함께 주고 받는 얘기와 웃음 뒤로 모판이 퍼져가며 놓였다. 때마침 법기술자 정순신과 그들만의 사법리그에 조국의 책 '법고전 산책' 내용이 개혁으로 얹혀지는 얘기도 화제였다.
눈도 침침해 책 읽기가 불편하다느니, 아로니아 계속 먹고 안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는 얘기, 책 읽고 돌아서면 잊어버린다는 얘기에 돌아서면 안된다는 농담으로 빵터져 웃다보니 작업은 반나절 만에 끝났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wangl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