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을 나섰다. 대선 앓이를 견디기 힘들었던지 아내는 자신의 한약 보따리를 챙기며, 나에겐 혹시 모를 오미크론 대비 비상약을 준비시켰다.
나이 들며 꽃 찾아 다니는 걸 좋아하는 아내를 따라 남도에 왔다. 처음 남도여행 왔을 때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기에 내려 올 때마다 들렀던 소쇄원(瀟灑園)은 여전했다.

대숲 소리, 흐르는 물소리, 흐드러진 산수유, 조화로운 매화, 햇볕 든 제월당 기둥에 기대 앉아 맘껏 졸고 싶은 봄이었다.
양산보는 수 십년 간 소쇄원림을 가꾸면서 스승 조광조의 유배(流配)로 인한 정치 환멸과 세상을 향한 꿈을 접고 힘겹게 버텼을 것이다. 오늘 우리가 누린 소쇄원의 봄은 그가 버텨낸 세월의 덕이지 싶다.

노란꽃
30대, 젊었으나 시든 꽃 같던 아빠에게 아이들이 늘 물었다. "아빠, 이 건 무슨 꽃이야?"
꽃들이 눈에 들어오기엔 쓸데없이 젊었고, 꽃 이름을 많이 모르던 시절이라 늘 대답한 건,
"응, 노란꽃", "빨간꽃" 하며 웃으면서 색깔대로 이름을 얘기 해줬었다.

어느날, 아이가 민들레를 보고 "아빠, 이건 노란꽃이지?"라고 하기에 그 후론 꽃은 물론 식물 이름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려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리산 아랫 동네 구례의 산동마을은 지금 흐드러진 노란 꽃이 온 마을을 노랗게 뒤덮었다.
무채색 겨울, 탈색된 영혼을 노랗게 채색하듯 산수유(山茱萸) 가득한 마을은 봄의 전령(傳令)이 되고, 이제 봄은 노랗게 퍼져 당신께 가리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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