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서(嶺西)지역에서 동해안으로 넘어가는 고개는 대관령, 진고개, 한계령, 미시령, 진부령, 소똥령 등 여러 곳이 있습니다.
예전엔 눈이 많이 오면 가장 낮고 완만한 고개인 진부령으로 동서를 넘나들었는데, 이 최북단의 진부령을 넘으면 금강산 건봉사(乾鳳寺)가 있고, 미시령을 넘으면 금강산 화암사(華岩寺)가 있습니다.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끝자락이 속초 설악산까지 내려와 닿아 있다는 것을 새삼 알고나서 두 사찰을 찾아 봤습니다.
건봉사는 설악산 신흥사, 백담사 등 9개 말사를 거느렸던 전국 4대 사찰 중 한 곳이었으며,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에 의한 승병 봉기처이기도 했던 호국사적지로서 '의승병기념관'이 있습니다.
융성기에는 3,183칸의 대규모 사찰이었다고 하나 6.25전쟁때 거의 소실되었는데, 최근 건봉사지와 사찰의 복원사업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또한 미시렁을 넘어 가면 좌측에 있는 화암사(華岩寺)는 원래 화엄사(華嚴寺)에서 이름을 바꿨는데, 화암사 남쪽 300m 지점에 우뚝 솟은 왕관 모양의 예사롭지 않은 수(秀)바위 때문이라고 하며, 금강산 일만이천봉 8만 9암자 중 남쪽에서 시작하는 첫봉이자 첫 암자라고 합니다.
금강산에 대한 동경과 상상 때문일까? 산세가 더욱 장엄하고 사찰의 규모나 분위기가 범상치 않았습니다. 언제나 금강산 본령을 가 볼 수 있을는지요.
추억의 장조림
며칠 전 곤드레 나물 새 순을 꺾어 차로 10분 거리 처가에 갔다. 혼자 계시는 장모님과 곤드레밥을 해먹는 중에 쇠고기 장조림을 맛있게 나물밥에 얹어 먹는데 어릴 적 생각이 났다.
1970년대 초반 애비 박통은 장기 집권과 지배체제 강화를 위해 초헌법적 비상조치인 '시월유신'이라는 쿠데타를 다시 한 번 일으켰다. 그 무렵 쌀이 모자란다고 강제로 보리혼식을 하게 했고, 학교 점심시간에 도시락 검사까지 하던 때다.
어쩌다 계란후라이라도 싸 가는 날은 도시락 밑에 깔아 갔고, 가장 많이 갖고 갔던 반찬은 좋아하던 감자볶음으로 기억한다. 중학교 1학년 우리 반 실장이었던 K는 시내 중앙로에서 목욕탕을 하는 부자집 아들이었다.
K는 늘 쇠고기 장조림을 반찬으로 싸왔는데, 도시락 뚜껑을 열어 앞에 철벽을 치고 친구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장조림을 혼자 오물오물 먹던 모습이 치사빤스였다.
보잘 것 없는 도시락이었어도 여기저기 모여 앉아 열어놓고 나눠 먹었는데, 덩치는 보통 아이들 보다 유난히 컸던 K는 고개를 도시락에 처박고 늘 혼자 장조림을 먹던 모습이 정말 웃겼다.
그 모습을 추억하느라 그랬을까? 장조림 얹어가며 곤드레밥을 맛있게 먹는데 아내가 옆에서 쿡 찌르며 한마디 한다. "오늘 유난히 장조림을 맛있게 잘 드시네." "엄마 좀 두고 드시라고 밑반찬 해왔더니~" 하며 눈치를 준다.
"아~ 장조림에 맺힌 한이 있어서..." ㅎㅎ
K는 지금 뭘 할까? 아직도 장조림 해서 밥 잘 먹고 건강할까? 보고싶다, 친구야~
다리를 건너며
벌써 두 달이 지난 것을 오늘 문득 알았다. 왼쪽 날개뼈 부분이 뻐근하고 아프면서 팔꿈치 부근이 저린 증상이 심히 불편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으로 동네 한의원에서 침을 여러 번 맞았다. 난 아프고 불편한데 페친이기도 한 원장님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기에 안도했으나 증상은 여전했다.
어느 날 침 만 놓는 환부에 부황을 하면 시원할 것 같다고 했더니 부황은 정확한 치료가 아니고 이를테면 조선일보식 치료법이라고 한 표현이 우습게도 와 닿았다. 굳이 이것저것 검사 받지 말고 어릴 적 했던 국민보건체조나 꾸준히 하라는 권고가 왠지 근본 치료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통증과 불편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기에 이제 몸을 쓸만큼 써서 그럴까 생각하던 중 누군가 목디스크 증상이라는 단언에 걱정되고, 치료가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에 우울은 가중되었다. 이대로 통증을 안고 살아야 한다면 여생은 큰 의미가 없을 것도 같았다.
체념하고 생활하며 시간은 그런대로 지나갔고,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조금 나은 듯 싶었는데 두 달이 좀 더 지난 오늘, 그 불편도 통증도 다 사라졌음을 알았다. 원인도 모르게 왔던 통증이 원인도 모르게 갔다. 무난한 삶은 어디에도 없고, 흐렸다 개었다 변하던 오늘 날씨 같은 게 삶인가 보다.
다리를 건너며
건너야 할 다리
안개 속 끝은 보이지 않고
얼마나 가야 되는지
누가 기다리는지, 아닌지
모른다
끝이 보이지 않기에
기대하고 간다
누군가 기다린다 생각하고
기다리는 이 없을지라도
기대하며 건너는 지금,
살아 있다
오늘도 저 다리 위에
서 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wangl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