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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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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후진後進’ 완성의 길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8-06-25 (월) 01:42:02


0619 마지막 후진연습.jpg

      

애리조나에서 운전해 뉴멕시코를 지나 텍사스에 들어섰다. 먹은 것도 별로 없는데 체했는지 머리가 아팠다. 막판 2시간을 남겨 두고 많이 힘들었다. 얼른 교대하고 한숨 푹 자야지 생각만 들었다. 과학 팟캐스트를 듣다가 음악으로 바꿨다. 드라마 미생 주제가인 내일을 들었다. 노래를 따라 부르니 신기하게도 두통이 사라졌다. 그 이후로 한국 가요를 줄곧 들으며 왔는데 교대할 때는 무슨 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멀쩡했다. 이게 음악의 힘인가? 미생이 힘든 사람을 위로하는 드라마인 것으로 아는데, 그 기운이 주제가에 스며든 것인지도.

 

밤새 운전했으니 한숨 자고 일어나니 오클라호마의 트럭스탑이다. 배달 시간에 여유가 있어 여기서 쉬어가기로 했다. 낮이라 주차장이 널널해 집중적으로 후진(後進) 연습을 했다. 너댓 번 정도 실전처럼 연습하며 부족한 부분을 교정했다. 네이슨이 늘 강조하지만 아직도 잘 안 되는 부분이 엑셀레이터를 꾸준하게 밟는 것이다. 지형이 고르지 못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페달을 밟았다 뗐다 반복하게 된다. 후진 속도에 자신감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차츰 좋아지리라 본다. 오늘의 후진은 95%~98% 정도 간 느낌이다. 100%가 후진 완성이라는 뜻은 아니다. 기본 후진을 기준으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아직 2% 이상은 네이슨의 도움이 필요하다. 내일도 시간이 남아 다른 트럭스탑에서 후진 연습을 하기로 했다.

 

샤워 후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동안 얻어 먹어서 오늘은 내가 내려고 했는데 모바일 페이를 받지 않는다. 삼성페이는 일반 카드기에서도 된다고 아는데 매장에서 가입을 안 했나 보다. 본의 아니게 또 얻어 먹었다. 앞으로는 지갑 가지고 다녀야겠다.

 

6시에 출발했다. 다음 경유지(經由地)까지 600마일 정도를 밤새 달린다. 중간에 30분 쉴 때 네이슨이 내가 스마트폰으로 유투브 듣는 것을 봤는지 얘기한다. “, 운전하면서 비디오 보면 안 돼.” “알아 소리만 듣는거야.” “그건 상관 없어. 화면에 비디오 뜨면 안 된다고. 이어폰도 한쪽만 껴야 해. 단속에 걸린다고.” 오디오만 나오는 소스를 이용하라는 얘기다. “너 트럭을 받고 나서도 비디오 틀고 다니면 안 돼.” “내 트럭 받으면 블루투스 연결해서 들을거야.” 그 말을 듣더니 네이슨은 바로 트럭 오디오에 블루투스를 켜서 내 핸드폰과 연결해준다. 진작에 알았으면 취향에 맞는 더 다양한 음악을 들었을텐데. 트럭에 시리우스XM 위성 라디오가 있는데 채널은 수백 개지만 들을만한 건 몇 개 안 된다. 게다가 저작권 문제 때문인지 레파토리도 제한돼 있다. 같은 가수의 같은 노래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다. 몇 주를 들으니 식상하다. 오면서 인터넷 라디오 채널 Jazz 24를 들으며 왔다.

      

0621하루더1.jpg

   

 

마지막 후진연습

      

 

      

일리노이주 애핑햄에 도착했다. 여기서 주유하고 저녁때까지 쉬어 가기로 했다. 한숨 자고 일어나 후진 연습을 했다.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날씨가 더워서 그랬는지 네이슨은 짜증을 내며 연습을 마쳤다. “, 이래선 수련을 끝낼 수 없어. 미안하지만 돌아가서 다른 트레이너에게 더 배워야겠어.” 물론 본심이 아닌 건 알지만 그래도 서운하다. 속상해 침대 위칸에 누웠다. 그동안 안 봤던 유투브 후진 강의 동영상들을 다시 살펴봤다. 다 제각각이다. 어떤 것은 도움이 되고 어떤 것은 쓸모 없었다. 그래도 처음 면허 딸 무렵에 봤을 때보다는 도움이 된다. 자고 일어나 저녁도 먹고 출발할 겸 네이슨에게 밥 먹었냐니까 자기는 먹었단다. 그러면서 같이 가주겠단다. 자기는 아이스티 마시면 된다고. 식당에 도착하니 웨이트리스가 네이슨을 알아봤다. 네이슨은 두 시간 전에 스파게티를 먹어 조금도 더 먹을 수 없다고 했다.

 

인디애나 주 Auburn 월마트 물류센터 약속은 오전 5시다. 4시 이후에 가야 한다. 시간이 남아 22마일 거리에 있는 트럭스탑에 들렀다. 시간도 보내고 오랜만에 큰 일도 볼 겸 해서다. 화장실을 매일 안 간다고 불편하지는 않지만 너무 오랜만에 볼 일을 보면 양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네이슨도 마침 화장실 간다고 일어났다. 30분 정도 쉰 다음 출발하니 시간이 딱 맞았다. 입구 경비실에서 체크인하고 302번 닥을 배정받았다. 공간 여유가 있어 스트레이트 백업으로 후진했다. 트레일러를 분리한 후 밥테일로 근처에 주차했다. 어떤 월마트는 트레일러를 분리만 하면 되는데 이곳은 트렉터를 별도 공간에 주차하도록 했다. 배달접수 사무실에 들러 운송 서류를 주고 무선 진동기를 받았다. 네이슨은 무선 진동기를 배 위에 얹어 놓고 잔다고 했다. 진동이 강하기 때문에 깬다고. 1시간 반 정도 지나서 진동기가 울렸다. 사무실에서 서류를 받고 트랙터와 트레일러를 연결했다. 문은 반쪽은 열어두고 입구 경비실에서 확인 후 자물쇠로 잠그고 실(seal)을 설치한다.

 

다음 배달지까지는 8시간 거리다. 네이슨이 2시간 가량 운전해 오하이오 주의 어느 트럭스탑에 주차했다. 몇 시간 눈을 붙이고 일어나 밥 먹으러 갔다. 식사에 디저트까지 먹었다. 선데를 먹었는데 너무 달아 다 못 먹었다. 이번엔 내가 계산했다. 네이슨에게 사는 마지막 식사가 될지도 모른다. 스프링필드에서 내 트럭을 받을 때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어찌될 지 알 수 없다. 그때는 한식당에 가서 대접할 생각이다. 식사하며 네이슨은 지난 몇달간 힘들었다고 했다. 나 때문이 아니고 아이들과 떨어져 있어 힘들었다고. 아내가 아들을 여름방학 중에 데리고 다니라 한다고 얘기했더니, 네이슨은 새 트럭과 업무에 좀 더 익숙해진 다음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조언했다. 내 생각도 그렇다. 몇 번 혼자서 배달하고 편안해지면 아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도 괜찮다 싶다. 사춘기 아들과 아빠 사이가 그렇듯이 우리는 별로 접점(接點)이나 공통의 대화거리가 없다. 아내는 자기가 일 나간 사이에 아들이 종일 인터넷만 하며 시간을 허비할까봐 나 더러 데리고 다니라는 것이다. 트럭에서도 종일 인터넷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넓은 세상을 다니며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아들의 생각과 마음도 좀 더 넓어지지 않을까 싶다. 뉴욕과 플러싱 말고도 넓은 미국 대륙이 다 내 활동무대가 될 수 있구나 깨닫기만 해도 마음가짐이 달라지지 않을까.


0621 하루더.jpg

 

식사 후 후진 연습을 시작했다. 금강산(金剛山)도 식후경(食後景)이라고 일단 배가 부르니 네이슨의 마음도 한결 너그러웠다. 짜증을 안 부리니 나도 훈련에 집중할 수 있어 어제보다 좋은 결과를 냈다. 이제는 거의 99% 정도다. 특히 내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집중해서 보완했다. 이제 나머지 1%는 내 스스로 완성할 몫이다.

 

네이슨 고마워. 나를 위해 해준 모든 것에 대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트레이너로서 훈련생의 성취에 나도 책임을 느낀다고.”

 

내일 오전 630분 배달이고 목적지까지는 5시간 30분 거리다. 오늘 자정에 출발하면 적당하다. 내일 배달을 마치면 약 5시간 거리의 핏스톤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거기서 나는 내리고 네이슨은 스프링필드로 가는 화물을 받아 배달 후 집에서 한동안 휴식할 계획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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