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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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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야드자키와 아닌 밤중에 리파워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20-01-27 (월) 16: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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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30, 아직 어둡지만, 곧 동이 트리라. TA 트럭스탑으로 향했다. 몇 자리가 비었다. 주차하고 샤워부터 했다. 샤워는 기회 있을 때 해야 한다.

 

뉴햄프셔에서 펜실베이니아로 가는 화물이 들어 왔다. 오늘 오후 3시 픽업해서 내일 오후 3시까지 배달이다. 발송처는 초콜릿 공장인데 몇 번 가봤던 곳이다. 트레일러 내려놓기 어려운 곳인데 야드에 있던 저울을 철거했다. 저울이 없어지니 공간이 넉넉해 주차하기 쉬웠다. 별 어려움 없이 가져갈 트레일러를 연결해 나왔다.

 

매사추세츠를 지나 커네티켓에 들어서자 바로 휴게소에 들어가 주차했다. 다행히도 한 자리가 비었다. 아직 달릴 시간은 있지만 여기서 더 가면 주차하기 어렵다.

 

오전 7시 출발했다. 북동부를 만만히 봤다. 7시간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보통은 시간당 50마일로 계산하면 얼추 맞다. 뉴욕, 뉴저지, 커네티컷 3개 주는 시간당 40마일로 계산해야 하겠다. 출근 교통, 공사, 사고 등 갖은 변수가 작용했다.

 

뉴저지 클린턴의 파일럿 트럭스탑에 들렀다. 최악의 장소다. 좁고 트럭은 늘어섰다. 펌프 단말기 고장으로 건물로 들어가 결제해야 했다. 펌프에서 기름 나오는 속도도 느렸다. 기다렸다 주유 마치기까지 30분 넘게 걸렸다. 이왕 늦은 것 30분 휴식을 했다. 남은 시간만으로는 발송처까지 간당간당하다.

 

칼리슬의 배달처에 도착하니 259분이었다. 약속 시각 1분 전에 도착했다. 야드 자키가 나보고 어디 사람이냐고 물었다. 한국 출신이라고 하니 한국말로 딱 보니 그래 보였다고 한다. ? 한국분이세요? 그는 백발에 꽁지머리를 하고 선글라스에 모자를 눌러썼다. 야드 자키 중에 한국 사람은 처음 봤다. 트럭 운전은 얼마나 했수? 1년 반 넘었습니다. 한참 더 배워야 할 때네. ,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트럭 일이 힘든데. 가족도 그렇고 사람과 떨어져 지내야 하니. 물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그도 트럭 운전을 했던 모양이다.

 

빈 트레일러 연결해 얼른 블루비콘으로 갔다. 여긴 와쉬아웃 전용 베이가 따로 있어 속도가 빨랐다. 플라잉 제이에 주차했다. 여긴 오후 5시만 넘어도 주차하기 어려운 곳이다. 빈 공간 찾아서 후진했다. 마침 내 오른쪽 트럭의 운전사가 나와서 뒤를 봐줬다. 덕분에 안심하고 주차했다. 좁은 트럭스탑에서의 후진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오늘은 여기서 마감이다. 샤워도 하고 쉬어야지. 그때 메시지가 들어왔다. 오하이오 어느 도시로 빈 트레일러 갖고 가란다. 몇 시에 도착할 수 있냐고. 6시간 거리다. 나는 4시간 남았다. 10시간 휴식하고 출발하면 내일 오전 8시에나 도착한다.

 

누가 문을 두드렸다. 뭐지? 젊은 남자였다. 오랜만에 동냥이다. 레퍼토리는 한결같다.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집에 갈 돈이 없다. 지갑에서 5달러 지폐를 꺼내 줬다.

 

브라이언에게서 전화가 왔다. 리파워를 하란다. 나는 그 오하이오 도시를 생각하고 알았다고 답했다. 다시 전화가 왔다. 리파워할 드라이버다. 언제 도착하냐고 묻는다. 내일 아침에 도착한다. ? 내일 아침? 나는 너가 근처에 있다고 들었는데? ? 너 어딘데? 해리스버그에 있다. ! 오하이오가 아니고? 해리스버그 프레이트라이너 서비스에 있다. , 젠장. 처음 메시지와 리파워는 다른 건이었구만. 트레일러는 바디샵에 있고, 트럭은 서비스센터에 있다. 서둘러 출발했다. 이거 원래 오늘 6시까지 배달인 화물이다. 트럭이 고장 나서 내가 이어서 배달한다. 거리가 짧아 수고에 비해 돈은 별로다. 그래도 팀워크 차원에서 협조한다.

 

프레이트라이너에 도착해 전화하니 흑인 드라이버가 나와 발송서류를 내게 건넸다. 그가 알려준 주소로 트레일러를 찾으러 갔다. 내 트레일러를 내려놓고 화물이 든 트레일러를 연결했다. 뒷문에 자물쇠가 걸려 있다. 그냥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 다시 서비스센터로 가 그를 만나 자물쇠를 풀었다.

 

그린캐슬에 도착했다. 처음 오는 곳인 데다 밤이라 입구를 찾느라 두 번이나 주변 도로를 돌았다. 입구를 찾아 들어오니 조용했다. 여긴 밤에는 일 안 하는 곳이다. 나를 기다리느라 직원들이 퇴근 안 했다.

 

이상하게 후진이 잘 안 됐다. 방향이 계속 엇갈렸다. 왜 그런가 보니 트레일러 바퀴가 잠겨서 안 돌아갔다. 왜 그러지? 올 때는 이상 없이 왔는데. 바퀴가 잠겨 질질 끌리니 평소와 다른 각도로 틀어진다. 어렵게 간신히 닥에 댔다. 후진할 때만 문제 있나? 갈 때는 괜찮을까?

 

화물은 금방 내렸다. 짐을 내리고 직원들은 퇴근했다. 나는 시간을 다 썼다. 오전 7시에 시작했으니 오후 9시면 끝이다. 여기 주차해도 되냐고 물어보려고 사무실에 갔더니 문이 잠겨 있다. 창문을 두드리니 끝났단다. 물어볼 사람이 없다는 것은 상관할 사람도 없다는 뜻이다. 방해가 되지 않을 장소에 주차했다. 내일 업무 시작 전에 나는 떠날 것이다. 트레일러가 괜찮아야 할 텐데.

 

생각지도 않게 오늘은 두 건을 배달했네. , 샤워 못 했다.

 

 

트레일러 찾아 온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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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 야드자키가 빈 트레일러를 닥에 대고 있었다. 나는 방해되지 않도록 주차했기에 뭐라 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업무가 시작됐으니 근처 TA 트럭스탑으로 자리를 옮겼다. 트레일러 바퀴는 잘 굴러갔다. 어제는 왜 그랬지?

 

어디서든 가능하면 전진 주차를 선호한다. 이른 아침 트럭스탑은 일찍 움직인 트럭커가 떠난 빈자리가 제법 있다. 잘 찾아보면 전진 주차가 가능한 자리도 나온다.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어제 배달했던 칼리슬(Carlisle)에서 노스캐롤라이나 배틀보로(Battleboro)로 가는 화물이다. 그런데 픽업만 해서 크로이돈(Croydon, PA)에 드랍하란다. 노스캐롤라이나와 반대 방향이다. 왜 그런가 보니, 배달 날짜가 16일 오전 10시다. 겨우 130마일 거리를 사흘 후에 배달하라니. 그래서 근처 가장 가까운 드랍 야드에 두라는 것이다. 나중에 다른 사람이 배달할 것이다.

 

화물을 받으러 가니 어제 만났던 한인 야드자키가 알아보고 인사한다. 오늘은 좀 더 긴 대화를 나눴다. 역시나 그는 트럭커 출신이었다. 16년 전에 슈나이더에서 트럭 일을 시작했으나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는 문제로 자신과 안 맞아 그만뒀다고 한다. 그러다 얼마 전에 Lindt에서 야드자키를 시작했다고. 부산출생이지만 서울에서 자랐다고 했다.

 

어제 주차했다가 급하게 바로 떠났던 칼리슬의 플라잉 제이 트럭스탑에 들렀다. 이곳도 전진 주차할 자리가 있었다. 어제 못한 샤워부터 했다. 기회 있을 때 해야지 언제 할지 모른다.

 

안개비가 내리고 바닥은 젖었는데 달리는 차에서 물방울이 튀지 않는다. 길이 얼었다는 뜻이다. 트럭 사이드 미러 커버에도 살얼음이 끼었다. 이 역시 노면(路面)이 얼었다는 징표의 하나다.

 

크로이돈에 도착했다. 작년에 한 번 와봤다. 그때 메릴랜드 어딘가에 배달을 갔는데 그날 배달 일정이 없다며 이틀 후에 오라고 했다. 이틀을 기다릴 수가 없어서 이곳에 트레일러를 내려놓고 다른 화물을 날랐다.

 

트레일러를 내려놓기는 했는데 이곳에 빈 트레일러가 없었다. 모두 짐이 든 트레일러다. 맨체스터의 아메리콜드에서 빈 트레일러를 받으란다.

 

날은 저물고 밤안개는 짙어졌다. 여기 아메리콜드도 얼마 전에 왔었다. 그때도 빈 트레일러가 없어 한참을 기다렸다. 오늘은 아예 빈 트레일러가 없었다. 업무도 끝난 것 같아 빈 트레일러가 나올 확률도 없다.

 

그냥 밥테일로 발송처에 가란다. 진작에 그러지. 공연히 시간만 허비했다.

 

허쉬 초콜릿 공장인데 평소에 가던 곳이 아니고 웨스트 허쉬 공장이다. 여긴 처음 온다. 시간은 2시간 남았다. 서류 받고 야드에서 트레일러를 찾으니 없다. 몇 번을 돌았다. 다시 사무실로 가서 트레일러 번호가 맞냐고 확인했다. 맞단다. 야드 자키에게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도 한참을 돌아다니더니 놀라운 소식을 들고 왔다. 트레일러가 다른 곳에 있단다. 어떻게 그런 일이? 내가 평소 가던 허쉬 초콜릿 공장에 있다.

 

늘 오던 허쉬에 도착해 사무실에 가니 거기서도 황당해한다. 그래도 트레일러가 있는 위치는 확인해 주었다. 나는 이미 시간을 다 썼다. 원래 이곳은 오버나잇이나 10시간 휴식을 못 하고 바로 떠나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어쩌겠나. 내 잘못도 아니고 이미 시간이 다 됐는데. 트레일러는 공장 끝 한적한 곳에 있었다. 여기는 주차해도 괜찮을 것 같다. 새벽 4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막상 뭐라는 사람은 없다. 지나는 야드자키도 아무 말 안 한다.

 

모레 중으로 애틀랜타 근처에 배달하면 되는 화물이다. 내일 아침 일찍 떠나면 무리 없다.

 

오늘은 종일 바삐 움직였지만, 아침에 출발했던 근처다 보니 다람쥐 쳇바퀴 돈 기분이다. 이 트레일러를 연결하려고 그렇게 많은 시간을 쓰다니.

 

어제는 배달만 두 건, 오늘은 픽업만 두 건이다. 픽업이나 배달은 소용없다. 긴 거리를 움직여야 돈이 된다.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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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까지 아무런 간섭도 없었다. 오버나잇파킹이 안 되는 곳이다 보니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역으로 그 덕분에 나 하나 정도 밤새 있는 것은 문제가 안 된 것 같다. 게이트를 나갈 때도 아무 문제 없었다. 서류를 웨스트 허쉬에서 받았는데 어떻게 트레일러는 여기에 있냐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전부였다.

 

비는 계속 내렸고 I-81 남쪽으로 나는 천천히 달렸다. 시간 여유가 많았으니까. 내 착각이었다. 다음 화물 예고가 미리 들어왔다. 배달처에서 다른 트레일러를 받아 미시시피로 간다. 그런데 픽업 날짜가 내일 오후 2시다. 뭐지? 난 모레 배달인데. 내일 배달해도 되나?

 

휴게소에 들러 일정을 다시 확인했다. ! 이럴 수가 배달이 내일이다. 어제 오전에 받았던 화물과 날짜를 혼동했다. 큰일 날 뻔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70시간을 거의 다 쓰고 오늘 자정이 지나도 5시간만 들어온다. 버지니아를 절반 이상 지났을 때부터 비가 그쳤다. 크루즈를 켜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230마일을 남긴 지점에서 트럭스탑에 들어갔다. 남은 시간과 내일 새로 들어오는 4시간을 합하면 배달은 지장 없다.

 

새벽 530분에 일어나 샤워하고 간단히 아침 먹은 후 7시에 출발했다. 출발하며 리퍼 연료도 가득 채웠다.

 

재선 형님은 유타에서 애틀랜타로 오는 중이었다. 오클라호마를 지나는 중이라 했으니 오늘 저녁 무렵 도착할 것이다. 나하고는 경로가 달라 만날 일은 없겠다. 작년 봄 네이슨과 수련하던 때가 생각난다. 재선 형님의 트레이너는 주로 장거리를 뛰어서 5만 마일은 금방 채우겠다.

 

일요일이라 애틀랜타 도로 흐름은 좋았다. 배달처이자 발송처인 곳에서도 예상보다 수월하게 작업했다. 트레일러 내려놓을 때 잭나이프 턴이 필요했지만, 무리 없이 해냈다.

 

배달을 마치고 같은 장소에서 다른 화물을 바로 받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70시간은 1시간 20분 남았다. 어서 주차할 장소를 찾아야 한다. 애틀랜타 내에서는 주차할 장소가 없었다. 400대 규모의 페트로 트럭스탑은 유료 주차인데도 만차 상태로 나왔다. 일요일이라 주차하고 집에 간 사람이 많을 것이다.

 

I-20 서쪽으로 50마일 거리의 파일럿 트럭스탑은 주차가 가능할 것 같았다. 무슨 일인지 도로가 막혀 우회했다. 조금 더 가니 공사로 차선 2개가 줄어 서행했다. 도착 5분을 남기고 70시간을 다 썼다. Kil Jae is violating service rule. 경고 음성 메시지가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냥 달렸다. 도로 중간에 설 수는 없잖아. 약간의 위반은 거의 문제 삼지 않는다.

 

파일럿 트럭스탑도 내 예상보다 적은 자리가 남았다. 몇 개 안 남은 무료 주차칸을 찾아 후진하려니 빡빡하다. 잘못하면 중간에 끼어서 오도가도 못하는 곤란한 처지가 된다. 내 왼쪽에 있던 드라이버가 나와서 앞과 뒤를 봐줬다. 건너편 트럭과 거의 스치듯 비켜나가며 전후진을 몇 번 반복해 주차했다.

 

주차 후 화장실 다녀와서는 늦은 점심을 먹고 쓰러져 잤다. 지난 금요일 스프링필드 본사를 나온 후 열심히 달렸다. 뉴햄프셔에서 조지아까지 동부에서 지내다 내일은 미시시피로 간다. 미시시피는 중부시간대에 속한다.

 

내일 오후 7시 배달인데 30분 전에 체크인 할 수 있다. 8시간 거리다. 자정에 10시간 넘게 들어오니 시간은 괜찮다. 내일 여기서 오전 11시에 출발하면 적당하다.

 

 

 

폭풍 속의 악전고투

 

 

미시시피에 토네이도 경계보가 내렸다. 앨라배마를 지나 미시시피에 들어섰다. 토네이도는 만나지 않았지만,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거센 폭우가 몰아쳤다. 속도를 30~40마일로 줄였다. 신들의 나이트클럽 파티라도 벌어진 듯 번개가 밤하늘을 밝혔다. 번개는 순간적으로 천지를 밝혀 시야를 확보해줬다.

 

발송처에 도착했을 때는 빗줄기가 약해졌으나 여전히 많은 비를 뿌렸다. 화물 접수 업무가 오후 7시부터 시작이라 많은 트럭이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접수 사무실도 막 업무를 시작한 듯 내 앞에 대여섯 명의 드라이버가 줄 서 있었다.

 

20번 닥을 배정받고 도로에 세웠던 트럭을 몰고 진입했다. 여러 트럭이 일시에 몰려 혼잡했다. 어둡고 비는 내리고 주위에 다른 트럭이 많아 후진에 어려움을 더했다. 전혀 뒤가 보이지 않아 감에 의존해 닥에 대고 보니 한 10cm 정도 한쪽으로 치우쳤다. 이 정도는 닥에서 트레일러로 연결 다리를 거는 데 지장 없다. 나는 요즘 결벽증이 생겨 오차가 2cm 이하여야 직성이 풀린다. 앞으로 움직여 다시 후진했다. 거의 정중앙이다.

 

10시경 하차가 시작됐다. 짐을 다 내렸을 때는 1130분이었다. 4시간 이상 디텐션 페이를 받는다. 실제 금액이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다. 업체마다 다르다. 이 정도면 적어도 몇십 달러는 된다.

 

비도 그쳤다. 트레일러 안에는 로드락이 4개나 있었다. 맨 끝에 1개인 줄 알았는데 중간에도 있었나? 아니면 남는 로드락을 집어넣었나? 짐이 미리 실려 있던 트레일러를 운반한 것이라 원래 몇 개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아무리 그래도 로드락을 4개나 쓰지는 않는다.

 

다음 화물은 포레스트(Forest, MS)의 타이슨에서 고기를 싣고 미시간으로 간다. 목요일 오후 와이오밍(Wyoming, MI)1차로 내린다. 다음날 새벽 디트로이트에 최종 배달이다.

 

오다가 앨라배마의 한 휴게소에서 케틀벨을 했더니 허리가 아파 스무 번 정도 하다 중단했다. 왜 그런가 생각하니 약간 경사진 곳에서 스윙 동작을 한 게 원인 같다. 약간의 자세 변화에도 허리에 부담이 간 것 같다. 앞으로 케틀벨은 평지에서만 해야겠다.

 

 

 

포레스트, 미시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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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75도라서 에어컨을 틀었다. 폭풍우 후 밤새 기온이 급락했다. 오늘은 종일 히터를 틀었다. 남부라고 늘 따뜻한 것은 아니군. 중서부에 미친 한파(寒波)가 여기까지 여파를 미쳤다.

 

어젯밤 배달처 앞 도로 갓길에 주차하고 잤다. 나처럼 밤새는 다른 트럭도 많았다. 공업단지 한적한 도로인 데다 갓길도 넓었다.

 

발송 약속은 저녁이지만 가능한 한 일찍 가라는 주문이 있었다. 배달처에서 쉬면서 10시간 휴식을 취해 출발할 때 작업시간을 새로 확보하라는 의미다. 계산을 해보니 그래야 배달에 무리가 없었다.

 

오전 7시 잭슨에서 트레일러 세차를 했다. 원래는 블루비콘에 가려고 했는데 입구가 헷갈려 다른 곳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그곳도 프라임 네트워크에 속했다. 가격도 블루비콘보다 쌌다. 가게 주인은 시크교도인 모양이었다. 벽에 자이푸르의 황금사원 사진이 붙어 있었다. 나는 22년 전에 거기에 가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그때 내 나이가 몇이었냐 물었다. 스물아홉이었다. 지금은 몇 살인데? 쉰 살이다. 계산이 이상할 것이다. 앞엣것은 한국 나이고 뒤엣것은 미국 나이니까.

 

포레스트 타이슨에 도착했다. 정육 공장 특유의 악취(惡臭)는 없었다. 예상대로 화물은 준비되지 않았다. 트레일러를 야드에 주차하고 밥테일로 근처 월마트에 갔다. 주차장에 트럭이 여러 대 있었다. 트럭 주차장이 따로 있었지만, 배달을 위한 것인지 대부분 트럭은 일반 주차장에 있다. 나도 다른 트럭 옆에 세웠다. 트럭 프렌들리 월마트로 인증한다.

 

집에 가려면 한 3주 남았다. 중간 식품 보급을 해줄 때다. 냉장고만 크면 사고 싶은 식품이 많다만, 절제해야 한다. 쇼핑하고 나면 늘 냉장고에 못 들어가는 신선 식품이 있다. 보존성이 좋은 것은 바깥에 두고 우선 소비한다.

 

다시 타이슨에 돌아와 쉬었다. 중간에 몇 번을 확인했지만, 화물은 준비되지 않았다. 어차피 오후 7시에 10시간 휴식이 끝나니 서두를 일은 없다. 책을 읽다 밤운전을 위해 잠잤다. 내일 아침까지 밤샘 운전이다.

 

시카고, 디트로이트가 있는 중부는 기온이 낮았다. 다행인 것은 눈 소식이 없고 이틀 정도면 기온도 다소 올라간다고 한다.

 

 

13시간 일찍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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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7시경 트레일러가 준비됐다고 연락 왔다. 서류 받아 트레일러 찾아서 연결하고 출발 보고 후 발송처를 떠났을 때는 8시였다.

 

밤 운전은 트래픽이 적어서 좋다. 오늘은 컨디션도 괜찮다. 새벽 4시에 휴게소에서 1시간 자고 다시 출발했다. 밤하늘에 오리온자리가 유난히 또렷했다. 북쪽으로 향할수록 기온은 떨어졌다.

 

오전 8, 일리노이 에핑햄 인근 그린 크릭 휴게소에 들어왔다. 수면, 식사, 독서로 10시간 휴식을 취했다.

 

옥성호 작가의 아무도 후회하지 않아를 읽고 있다. 내가 읽은 옥성호 작가의 책 중에서 소설은 처음인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다. 미국 한인사회가 무대라 내게는 더 흥미로웠다. (독후감은 다 읽고 난 후에 따로)

 

오후 6, 10시간 휴식을 마치고 다시 출발했다. 기온은 더 내려갔다. 그저께만 해도 75도로 초여름 날씨더니 지금은 17도로 맹추위다. 트럭스탑에서 주유하는데 손이 시렸다.

 

약속은 내일(19) 오후 3시다. 서두를 필요 없다. 배달처 입구에 트럭 대기장이 있는 것을 믿고 곧장 향했다.

 

19일 새벽 2, 배달처에 도착했다. 장소가 눈에 익은 게 전에 와본 곳 같다. 대기장은 그다지 크지 않아 십여 대 정도 트럭 주차가 가능하다. 빈 공간이 두 곳 남았는데 모두 간격이 좁아 끼어들 수 있을까 싶었다. 내려서 살펴보고 조금이라도 더 넓은 공간으로 끼어 들어갔다. 사이드 미러를 스칠 듯 아슬아슬 들어갔다. 왼쪽에 있던 트럭이 조금 움직여 공간을 더 만들었다.

 

이곳은 전화로 체크인한다. 전광판에는 주소가 세 곳 나오는데 전화번호가 모두 달랐다. 내 서류의 주소를 확인하고 그 번호로 전화했다. 발송번호만 알려줬는데 내 전화번호를 그쪽에서 알고 있었다. 전산에 입력된 모양이다. 내일 오후 3시 약속이니 닥이 준비되면 전화 준다고 했다. 몇 시에 전화가 오려나? 일단 자자.

 

 

망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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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40분 전화가 왔다. 27번 도어를 지정받았다. 공간이 넉넉해 앞으로 충분히 나갔다가 직선 후진으로 닥에 댔다.

 

짐을 내리고 서류를 받았는데 7개 상자가 반품됐다. 포장 박스가 파손됐다. 화물끼리의 무게에 눌려 그랬을 것이다. 미시간 어느 구간에서 도로가 유난히도 덜컹거리더라니. 좀 천천히 달렸으면 괜찮았을까? 다행히도 서류에는 클레임 없이 모두 수령한 것으로 돼 있다. 서류를 전해준 남자가 물었다. 저것들 어쩔 거냐? 글쎄, 회사에 물어봐야겠는데. 그는 자기 전화번호를 적은 종이를 내게 주고 갔다. 호세(Jose)가 그의 이름이었다. 자기가 처리하겠단다. 나야 상관없다. 그에게는 부수입이 되겠지.

 

여기가 최종 배달지면 그에게 다 줬을 것이다. 아직 최종 배달지가 남아 있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막상 도착하니 상자가 모자란다고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화물을 모두 내렸다가 다시 실었는지 최종 배달지에 갈 팰릿이 문 가까이 놓여 있었다. 내일 최종 배달을 마치고 결정하기로 했다. 트레일러 문을 닫고 씰을 채웠다. 호세에게는 미안하다.

 

희한하다. 어제 안 그래도 요즘은 클레임이 도통 없네, 생각했다. 클레임 처리는 번거롭지만, 가끔 내게도 약간의 먹거리를 챙길 기회였다. 그 생각하자마자 닭고기 일곱 상자가 반품되다니. 예민해져서인가 요즘 내 생각이 잘 현실화한다. 마음을 다잡고 바른 생각을 하도록 노력할 일이다.

 

7개 상자면 어디 기증하기도 그렇고 아마도 알아서 버리라고 할 것이다. 한 상자에 제품 20개씩만 들어 있다고 쳐도 140개다. 멀쩡한 식품을 버리기는 아깝고 죄스럽다. 굶주리는 사람도 있는 마당에. 그런 마음은 다른 트럭커도 마찬가지다. SNS에 자기가 어디에서 몇 시까지 리퍼 작동하고 있을 테니 필요하면 와서 가져가라는 광고가 가끔 나온다. 나도 전에 어느 트럭스탑 매니저에게 그냥 주려고 했다. 그는 고민하더니 보관할 데가 없는지 거절했다. 할 수 없어 대형 쓰레기 컨테이너에 버렸다.

 

3마일 떨어진 트럭스탑에 갔다. 정오에 움직일 수 있다. 이 트럭스탑도 몇 번 와봤다. 트럭 운전 시작하고 1년 반이 넘은 지금에서야 장소들이 조금씩 연결된다.

 

배달처에 오후 4시에 도착할 수 있다. 혹시 오늘 배달이 가능할까 싶어 전화로 물어봤다. 약속 시각에 와야 한단다. 내일 새벽 430분이다. 그곳은 주차가 안 된다. 적당한 곳에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재선 형님은 아직 텍사스 톨레도에 있었다. 사흘 샤워 안 해도 견딜만하다는 것을 보니 트럭커 생활에 적응 중인 모양이다. 재선 형님은 트럭운전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고 계셨다. 수련이 끝나면 탱크 디비전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리퍼 특유의 불규칙한 업무 형태가 안 맞는 모양이다.

 

오후 1, 50마일 떨어진 플라잉제이에 도착해 샤워만 하고 다시 출발했다. 날씨도 춥고 그다지 샤워 생각이 간절하진 않았다. 그래도 기회 있을 때 하는 게 좋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시 50마일을 더 달려 휴게소에 멈췄다. 거리도 적당하고 더 가면 주차할 곳도 없다. 여기서 새벽 230분에 출발하면 적당하다.

 

쉬면서 아무도 후회하지 않아를 다 읽었다. 후반부의 전개는 내 예상을 벗어나는 사건의 연속이었다.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등장인물들의 삶은 내 모습이기도 했다. 재미있으니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이 작품은 이해할 수 없이 벌어지는 운명적 사건에 대해 하나님의 섭리(攝理)를 묻는 사람들의 얘기다. 모두 자기 방식으로 해석한다. 세월호 사건, 교회 세습 등 근래 한국사회와 기독교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도 다룬다. 직접 해당 교회나 인물을 밝히지 않았지만 읽어보면 누군지 짐작 간다.

 

모든 작가는 소설 등장인물에 대해 창조자의 위치다. 그들을 살리고, 죽이고, 복을 내리고, 화도 내린다. 화를 당하는 등장인물은 억울해하며 작가에게 항변할 법도 하다. 이런 게 어디 있냐고 왜 나한테 이런 사건을 만들었냐고. 욥이 그랬던 것처럼. 창조주가 있다면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싶은 소설가의 기분일까? 너무 밋밋하면 재미없잖아. 사고도 나고 악당도 있어야 재미있지. 그러니 억울해하지 말라고. 세상에 사랑만 넘쳐봐 얼마나 지루한데. 그래서 세상이 이 모양인가?

 

나는 모질지 못해 베스트셀러 작가는 힘들겠다.

 

 

캔자스 갈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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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30, 배달처에 접근했다. 갓길에 트럭이 줄지어 있었다. 약속 시각이 멀어 주차하고 기다리는 트럭인가 싶어 추월해 가려다 느낌이 이상해 맨 뒤로 세웠다. 주차하고 제법 떨어진 정문까지 걸어갔다. 서류를 내미니 수위는 4시에 다시 오란다. 예감이 맞았다. 돌릴 곳도 마땅찮은데 번거로울 뻔했다.

 

새벽 4시가 되니 트럭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여자 경비로 바뀌었다. 31번 도어를 받고 트레일러를 댔다. 달랑 팰릿 1개니 오래 걸릴 것도 없다. 도어 옆에 움직이지 말라는 뜻인 빨간불이 들어오더니 얼마 안 지나 녹색으로 바뀌었다. 전화 와서 럼퍼피를 알려주면 수표 준비해서 지불하고 서류 받아 나오면 끝이다. 나는 새벽에 갈 곳까지 알아봤다.

 

전화는 오지 않았다. 아침이 될수록 좋다. 주차장 찾기 편하니까. 한숨 자고 일어나도록 전화는 안 왔다. 4시간이 넘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 접수 사무실로 걸어갔다.

 

녹색불 들어온 지 한참 됐는데 전화를 못 받았다. 남자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음성 메시지 남겼다. ? 못 받았는데. 부재중 전화도 없고 음성 메시지도 당연히 없었다. 어디 엉뚱한 데 전화하고 음성 메시지를 남겼을까?

 

럼퍼피는 115달러였다. 팰릿 하나 내리고 115달러? 네 시간은 운전해야 버는 돈이다. 내가 직접 내리면 그 돈을 버나 궁금했다. 그 해답은 오후에 나왔다. 프라임 페북 그룹에 누가 질문을 올렸다. 컴퍼니 드라이버도 직접 내리면 럼퍼피를 받는가? 답글은 그렇다, 하지만 수고한 만큼의 가치는 없다였다. 럼퍼에게 내는 만큼 액수를 운전자에게 환급해 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직접 내리는 드라이버는 없다고.

 

트레일러에는 어제 남았던 닭가슴살 일곱 상자가 그대로 있었다. 서류에 클레임은 없었다. 어제 호세 말이 맞았군. 미안하다. 호세, 네게 줄 것을. 서류 기록이 없으니 내 임의로 처분해도 되지만 만일을 위해 클레임 부서에 연락했다. 클레임은 아닌데 포장 손상된 박스 7개가 남았다. 어떻게 할까? 지시대로 사진과 서류를 찍어서 보냈다. 라벨 떼고 배달처에서 먼 곳에서 폐기하라고 연락이 왔다.

 

가장 가까운 트럭 세차장으로 향했다. 내게 치킨 일곱 상자가 있는데 받을 수 있냐? 가능하단다. 다행이다. 와쉬 베이에 대고 치킨 상자를 꺼내 한쪽에 쌓았다. 상자 하나를 열어보니 마트 판매용이 아니라 업소용 대형 포장이었다. 내가 챙길 수 없는 크기다. 생닭을 트럭에서 어떻게 할 도리도 없다만. 세차장 주인은 이런 물품을 처리할 수 있는 곳에 연락할 것이라 했다. 식품을 버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세차를 마치고 원래 가려 했던 휴게소로 향했다. 휴게소에 도착하니 DOT 소속 SUV 2대가 인스펙션을 하고 있었다. 내게는 아무런 지시가 없어서 그냥 통과해 주차했다.

 

얼마 후 들어온 화물은 인디애나에 1차 배달하고 캔자스에 최종 배달이었다. 픽업은 이 근처 몇 번 갔던 곳이다. 픽업 시간은 오후 8시고 배달은 새벽 3시였다. Valparaiso(발파라이소? 경상도냐?)는 중부시간대였다. 그러면 여기 시간으로 새벽 4시네. 너무 일찍 움직여도 곤란하다. 배달을 마친 뒤에도 두어 시간 여유가 있어야 이동에 좋다. 오후 6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오늘도 종일 휴게소에서 보내는군. 어제 샤워 잘했다.

 

잠시 후 발송처에서 캔자스 화물은 취소했다며 인디애나까지만 배달하면 된다고 연락이 왔다.

 

밤 일을 위해 자다가 일어나 저녁을 지었다. 저녁밥 먹고 출발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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