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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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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연이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9-07-07 (일) 05:13:11


0630 우연.jpg

      

Pembroke, NY에서 김영주 씨와 만났다. 서로 약속한 것도 아닌데. 넓은 미국땅에서 이렇게 만나다니. 지난번 스프링필드 본사로 김영주 씨가 찾아온 이후로 두 번째다.

 

휴게소에서 아침 9시에 일어났다. 7시에 떠날 계획이었지만 상관없다. 오늘 저녁에 잘 트럭스탑은 밤에도 항상 자리가 있다고 나와 있다. 그러니 좀 늦어도 괜찮다. 원래 나는 I-80을 타는 코스다. I-90은 자주 타보지 않았고 거리 차이도 크게 안 나 이쪽으로 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대도시를 지나지 않아 도로가 한산할 것 같았다. 생각보다는 교통량이 많았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독립기념일 연휴 휴가를 떠나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자전거, 카누, 보트 등을 싣거나 끄는 차량이 많았다. I-80은 더 복잡했겠지. 오늘 대략 500마일을 달려 도착한 곳이 펨브로크의 플라잉제이 트럭스탑이다. 오후 7시경이었다.

 

도착해 페이스북을 보니 김영주 씨가 길 건너 TA 트럭스탑에 있단다. 나도 여기 있다는 댓글을 남기고 샤워하러 갔다. 샤워 중에 전화가 왔는데 샤워실에서는 신호가 약해 음성이 들리지 않았다. 샤워하고 나와서 전화를 거니 받는다. 뒤를 돌아보니 영주 씨가 걸어오고 있었다.

 

유타에 영주씨를 태우고 TA 트럭스탑으로 갔다. 그곳이 주차하기 훨씬 편했다. 사만다 옆에 유타를 세웠다. 기념 촬영 한 컷하고 식당으로 갔다. 플라잉제이에는 데니스가 있고, TA에는 컨츄리 프라이드가 있다. 가격은 비슷한데 컨츄리 프라이드가 음식이 낫다. 무엇보다 샐러드 바를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 영주 씨는 이미 식사를 해서 간단한 음식을 하나 시키고, 나는 영주 씨가 추천하는 스테이크를 먹었다. 배불리 먹고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

 

희한한 인연이다. 이렇게 만나려고 I-90을 이용했나 보다. 영주 씨는 목공일도 했단다. 가구 만드는 일을 3년간 했는데 돈이 안 돼 그만뒀단다. 나무집도 8개월에 걸쳐 직접 지었다고 했다. 재주가 많은 사람이다. 나중에 농장에서 가구를 만들며 사는 게 꿈이란다.

 

영주 씨는 내일 아침 배달이라 새벽에 일찍 떠난다. 나는 모레 정오 배달이라 내일도 천천히 움직여도 된다.

 

 

 

오늘도 만났다

       

      

7시에 일어나니 옆자리 사만다는 떠나고 없었다. Pre trip(운행전 차량검사)을 하려고 문을 여니 발디딤에 과일캔 세 개가 놓여있다. 영주 씨가 놓고 간 것이다. 즐겨 먹어서 월마트 가면 박스로 산다고 했다.

 

오랜만에 명상을 했다. 지난주 가족 휴가 떠난 이후로 처음이다. 사람은 명상을 해야 정신이 온전하다.

 

90번 도로를 타고 달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지금 주유할 곳은 80번 도로를 달린다고 가정하고 나온 것이리라. Best Fuel Stop 매크로를 다시 보냈다. 역시나 90번 도로상의 주유소로 다시 지정해준다.

 

트럭스탑에 들러 주유하고 점심도 먹었다. 다시 출발.

 

클리블랜드를 지나면 80번 도로로 이어진다. 전화가 왔다. 영주 씨다. 형님 어디세요? I-80 블루헤론 플라자 20마일 전방이예요. 나도 20분 전에 클리블랜드 지났어요. 어디로 가요? 미시건으로 가요. 그러면 북쪽으로 가야겠네. 예 툴레도로 해서 올라갈 거예요. 나는 80번 도로를 계속 타고 인디애나 방향으로 간다. 그러면 블루헤론에서 기다릴게요. 그곳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마지막 휴게소다.

 

I-80 오하이오 구간의 휴게소는 트럭커 라운지가 따로 있고, 샤워도 무료다. 샤워하고 나오니 영주 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도 왔네. 영주 씨는 이곳에서 샤워도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나 보다. 커피를 사서 라운지에 있는 안마 의자에 앉아 얘기를 나눴다. 이번에 구입한 차량 얘기에서 트레일러 임대 사기당한 얘기까지 수다를 떨었다.

 

나는 다시 길을 떠났고, 영주 씨는 일찍 일어나서 피곤하다며 한 시간 정도 자고 간단다.

 

그래 넓이와 관계없이 의지만 있으면 만날 수 있다.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것처럼.

 

솔직히 지난해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날 때와 같은 감동은 없었다. 생방송이 아니고 자고 일어나서 들은 소식이라 그렇기도 했을 것이다. 트럼프의 쇼맨십 정치에 남북 정상이 놀아나는 것은 아닌지. 그만큼 간절하기도 했겠지만. 실질적인 물밑 협상이 있었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트럼프는 연출할 수 있는 그림은 다 보여준 것이다. 그는 답답할 게 없다. 미국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한반도 평화에 관심 없다. 오히려 현상 유지가 좋다. 북한과 이란이 나쁜 놈 역할을 해주는 게 좋다. 나쁜 놈이 대거 사라져 악역이 아쉬운 판이다.

 

오후 830(현지 시간으로는 730)Wilbur Shaw Plaza에 도착했다. 자리는 많았다. 2시간 거리니까 내일 오전 9시에 출발하면 적당하다. 배달을 마치면 스프링필드 본사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유타에 붙여야 할 스티커 중에 뉴욕주 스티커가 있다. 한 달 정도 걸린다 했다.

 

아까 휴게소에서 쉬면서 데시캠 위치를 바꿨다. 아침에 일어나니 떨어져 있길래 오른쪽으로 옮겨 붙였는데 너무 치우친 감이 있어 중앙으로 바꿨다. 창문에서 좀 떨어뜨려 이전보다 시야각을 넓혔다. 아예 침대칸에 붙일까? 운전석과 좌우 창문까지 커버하게.

 

 

 

062019 조용한1.jpg

 

 

        

히마찰 만난 날

 

 

Three Rivers Rest Area. I-80 상에 있다. 여기서 오후 9시까지 쉬다가 간다.

 

볼링브룩(Bolingbrook)에 오전 배달은 잘 마쳤다. 시카고 근처라 혼잡할 줄 알았는데, 교통이 번잡하지 않았다. 배달처도 한산했다. 거의 비다시피 한 야드에서 여유롭게 후진했다. 파란색 등이 들어와서 사무실로 서류 받으러 가니 점심 먹으러 갔다. 트럭으로 돌아와 나도 점심을 먹고 정오에 다시 갔더니 여전히 부재중이다. 다른 드라이버가 손가락으로 철망을 가리켰다. 거기에 서류가 끼워져 있었다. 아깐 왜 못 봤지? 이 주의력하고는. 나는 탐정이나 수사관 같은 직업 안 갖길 잘했다.

 

근처에 트럭 와쉬아웃 하는 곳이 있지만 구글맵 위성사진을 확인하니 트레일러를 어디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협소하고 까다로운 곳이다. 기다렸다가 다음 화물 들어오는 것 보고 다른 장소를 찾기로 했다. 한 시간 지나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샤움버그(Schaumburg)에서 오늘 밤 11시 픽업이다. 여기서 북쪽으로 20마일가량 떨어졌다. 그쪽에는 트레일러 세척할 곳이 없다. 아까 까다롭다고 했던 곳이 가장 가깝다. 픽업지에서 오버나이트 파킹이 안 된다고 했으니 10시간 휴식을 취한 후 도착해 물건 싣고 바로 떠나야 한다. 지금은 오프 듀티 드라이브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Maurer Truck Repair에서 트레일러 와시아웃도 한다. 도착하니 예상보다 더 까다롭다. 코너에 주차한 노란색 승용차는 어려움을 더 했다. 좋아. 예전에는 스트레스였지만, 지금은 도전 정신이 솟구친다고 자위해본다. 평상시 방법으로 후진하다 도저히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내려서 주변 환경을 보고 연구했다. 맞은편 업체의 공간에 90도로 들어가 후진하면 가능할 것 같았다. 그곳은 그 방법 외에는 없는 듯했다. 생각대로 후진에 성공해 트레일러 와시아웃을 마쳤다.

 

다음은 밤까지 시간을 보낼 곳을 찾아야 한다. 시카고 인근이라 여유 공간이 없다. 트럭스탑은 대부분 만차인데다 그나마도 유료다. 유료로라도 주차를 할 것인가? 아깝다. 자고 갈 것도 아닌데. 휴게소는 반대편인 남쪽에 있다. 일단 휴게소로 달렸다. 오프 듀티 드라이브는 하루에 1시간 사용 가능해 서둘러야 한다. 여기 온다고 이미 18분을 썼다.

 

가다가 생각해보니 휴게소라 가느라 더 달리는 거리가 왕복 50마일이 넘는다. 시간은 그렇다 치고 연료비를 따져보니 1갤런에 9마일 달리는데, 거의 5~6갤런이 든다. 갤런당 2.50달러로 계산하면 주차비보다 더 든다. 물론 주차비는 내가 내고, 연료비는 회사에서 나온다. 만약 내가 리즈 오퍼레이터였다면 연료비를 내가 부담하므로 주차비를 무는 편이 더 경제적이다. 앞으로는 그래야겠다.

 

11시 약속이지만 2시간 미리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여기서는 8시에 출발하면 적당하다. 가다가 리퍼 연료 채우고 천천히 가면 930분 정도에 도착하리라.

 

배달지는 오하이오의 스트리츠보로(Streetsboro). 이곳은 내일 밤 10시 약속이다. 밤에 받아서 밤에 배달하는 일정이라 피곤하다. 밤운전이라 힘들고, 배달 후에 주차할 곳 찾기도 쉽지 않다. 드랍앤훅이니까 아침에 배달을 시도해보고 안 받아주면 밤에 다시 갈 밖에.

 

페이스북에는 과거 오늘 날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 1년 전 오늘 나의 첫 트럭인 히마찰을 받은 날이었다. 내가 솔로로 뛴 지 이제 겨우 1년 됐구나. 그 사이에 가이암을 거쳐 지금의 유타까지 운전하고 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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