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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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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발소의 아줌마 미용사

32년만에 이발소 가다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9-02-02 (토) 12:26:42

 


011519 이발 카페.jpg


 

새벽 3시 기상, 30분 준비 후 출발. 오늘도 부지런히 달리자.

 

오전 8시에 Iowa 80 트럭스탑에 도착했다. 이번이 두 번째다. 24시간 영업하는 곳 말고는 오전 9시가 오픈이다. 이발소 바로 옆에 체력단련실이 있었다. 오늘 운동은 4분짜리고 눕는 동작도 없지만, 쾌적한 실내공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운동을 마치고 나오니 아주머니가 이발소 영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머리 깎는데 얼마냐 물어보니 18달러란다. 그러며 조금만 기다리란다.

 

대학 입학 후에 한 번도 이발소를 다닌 적이 없다. 항상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다. 왠지 이발소는 구닥다리 아저씨들이나 노인들이 다니는 곳 같았다. 1986년이 마지막 이발소 이용이었다. 32년만에 미국에서 이발소를 다시 이용한다. 그것도 생애 최초의 여자 이발사다. 미용실에서는 남자 미용사가 깎은 적도 있다.


 

머리 어떻게 자를거냐?” “아주 짧게. 군인 머리처럼.” “전체적으로 다?” “앞부분과 윗머리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길게.” 가위로 대충 머리를 자르고 바리깡질을 시작했다. 숙달된 솜씨다. 아주머니는 친근하게 스몰톡을 걸어왔다. 날씨 이야기, 어디 가냐? 애들 있냐? 아주머니는 손주도 있었다. 이발은 금세 끝났다. 샴푸대는 있지만 미국에서는 따로 주문하지 않으면 샴푸는 하지 않는다. 한국 미용실은 이발 전후로 샴푸하고 드라이로 말려준다. 미국은 이게 다 돈이다. 20달러 지폐를 주니 2달러 거슬러준다. 거기에 2달러를 보태 4달러를 팁으로 줬다. 무척 좋아했다. 개시 손님인데 그 정도는 해야지. 미국은 팁문화가 보편적이지만 이상하게도 트럭커의 세계에서는 팁문화가 별로 없다.

 

그러고 보니 이번 이발은 작년 4, TNT 들어갈 무렵 아내가 집에서 깎아주고 처음이다. 그 뒤로는 귀찮은지 안 깎아준다. 집에 갈 때마다 시간이 없어 미용실을 못 갔다. 아직 외국인에게 내 머리를 맡길 마음의 준비는 안 됐었다. 오늘 해보니 괜찮네. 앞으로는 자주 잘라서 단정하게 다녀야지.

 

 

011519 이발소2.jpg

 

011519 이발소3.jpg

 

 

트럭 박물관은 개장 시간이 지나도 문을 열지 않았다. 밖에서 건물만 보고 돌아섰다.

 

오늘도 58마일의 속도는 계속 유지다. 다른 차를 추월할 때만 62마일로 올렸다. 인디애나주 파일럿 트럭스탑에 도착했을 때는 오늘 주행거리가 576마일이었다. 62마일로 달릴 때와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지난주 연비(燃費)8.73마일이었다. 플릿 평균은 8.14. 플릿 평균을 넘은 적도 별로 없지만, 이토록 큰 차이가 난 적은 처음이다.

 

경제 주행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최고 속도로 빨리 달려서 일을 더 하는 게 돈을 번다는 의견도 있고, 55~58마일로 달려 연료비를 아끼는 게 낫다는 사람도 있다. 페이스북 그룹방에 올렸더니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리며 논쟁 중이다.

 

샤워하고 면도까지 하니 이제 좀 단정해 보인다. 요즘은 매일 샤워하는 호사를 누린다. 오늘은 머리를 잘랐으니 샤워도 할 겸 굳이 트럭스탑에 들렀다. 새벽에 출발해 해지기 전에 트럭스탑에 주차하는 패턴이 좋다. 며칠을 달리는 장거리니까 가능하다.

 

목적지까지 850마일 정도 남았다. 열심히 달리면 모레 정오까지는 갈 것 같다.

 

내일은 DMV 히어링이 있는 날이다. 택시 몰 때 받은 티켓을 변호사가 연기를 거듭해 내일 드디어 판결이 난다. 그동안 승률은 50%였다. 내일도 기쁜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핏스톤 터미널에

  

 

피곤했나보다. 3시 알람에 깼다가 계속 잤다. 6시 넘어 일어났다. 준비 후 출발.

오늘은 운동은 없는 날이다.

가면서 시간 계산을 해보니 배달처까지 내일 오후 2시에 도착할 수 있다. 휴게소에서 쉴 때 글렌에게 ETA(예상도착시간) 메시지를 보냈다. 핏스톤 터미널까지 올 수 있냐고 답이 왔다. 다른 드라이버를 연결해 배달하겠단다. 맞다, 그 방법도 있었지. 여기서 핏스톤까지는 350마일 거리다. 운전 시간이 7시간 30분 남았으니 가능하다. 오후 6시 도착 예상이지만 넉넉잡아 오후 7시 도착 예정이라고 보냈다.

 

나로서는 잘 됐다. 겨울철에 북동부 쪽으로 가는 것은 부담스럽다. 주말에 눈도 예상된다니. 내일 남쪽으로 가는 화물을 받아 눈을 피하면 좋겠다.

 

중간에 한 번 더 주유 예정이 있지만, 일정이 바뀌었으니 주유는 생략했다. 지금 연료량으로도 충분하다. 시속 58마일로 부지런히 달렸다.

 

예상대로 오후 6시경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인바운드 베이에서 트럭 검사를 하더니 마커 라이트 하나 나간 것과 디어 가드 약간 휘어진 것을 수리하라고 체크해줬다. 야드에 트레일러 내려놓고 트럭 주차한 다음 트랙터샵에 갔다. 수리 의뢰서를 전달했다. 얼마나 시간이 있냐길래 앞으로 10시간 휴식을 취할 것이라 했다. 준비되면 연락 주겠단다.

 

CB를 하나 사기로 했다. 전에 아마존에서 싼 모델로 하나 샀다가 전원 코드가 안 맞아 반품했었다. 트럭스탑에서 전원 코드가 같은 모양인 모델을 확인했다. 코브라 제품으로 사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이베이에서 리펍 모델 나온 것이 있다. 코브라에서 직접 파는 제품으로 2년 보증이다. 모델은 29 LTDLX 중에서 생각 중이다. 인터넷과 가격 차이가 많이 안 나면 트럭스탑에서 구입하려고 한다.

 

머리가 짧으니 편하다. 준삭발 수준이다. 2002년 월드컵 때 삭발한 이후로 가장 짧게 깎았다.

 

 

 

011519 트럭뮤지엄 이발.jpg

 

        

다시 아이오와로

 

 

샵에서 새벽 340분에 전화가 왔다. 수리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커 램프는 통째로 갈고, 휘어진 디어 가드는 커다란 해머로 몇 번 후려갈겼더니 펴졌다.

 

화물 배정은 오전 810분에 들어왔다. 허쉬 초콜릿 공장에서 실어서 아이오와주 체로키에 배달한다. 오늘 중으로 실어서 210시에 배달이다. 실질적으로는 오늘을 포함해 나흘이다. 1,200마일 거리를 나흘에 배달하면 하루 300마일꼴이다. 그다지 좋은 화물은 아니라 생각했다. 나중에 보니 내게 맞는 화물이다.

 

첫째 이유는 내게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11시간 정도 남았고, 이틀 동안 새로 들어오는 시간은 10시간 23분이다. 요 며칠간처럼 하루 10시간 가까이 달릴 수 없다.

 

둘째 이유는 오늘 먼 거리를 못 갔다. 허쉬 초콜릿으로 가는 중간에 월마트 DC에 들러 빈 트레일러를 연결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트레일러가 지저분해 세척이 필요했다. 드랍 앤 훅이라 연료도 가득 넣어야 한다. 세차장이 같이 있는 트럭스탑이 있다. 이곳도 설계가 엉망인 곳이다. 입구에 들어와 주유 펌프로 좌회전해서 들어가는데 각도가 잘 안 나온다. 나만 그런가 했더니 다른 트럭 전부가 애를 먹는다. 세차장에 베이가 하나뿐이다. 트럭이 길게 늘어섰다. 오래 걸릴 것이라 예상했지만 4시간이 넘게 걸릴 줄이야. 나는 와쉬아웃만 하니 15분 정도 걸렸다. 외관도 해야 하지만 오늘 저녁에 눈이 온다고 예보다. 내 뒤로 기다리는 트럭도 너무 많고, 나도 더 지체할 수 없다.

 

여기서 한 3시간을 더 쉬었다가 오후 8시에 출발을 해? 그리고 밤새 달려? 아니면 지금 바로 가? 그리고 밤 11시 이전에 어딘가에 주차하고 쉬어? 타로에게 물어봤다. 바로 가란다. 교황 카드가 나왔다.

 

허쉬 초콜릿 공장은 워낙 자주 간 곳이다. 오늘은 80번 출구에서 나가 국도로 5마일 달리는 코스를 탔다. 시내를 통과하지 않아 가장 이상적인 경로다. 앞으로는 이 길로만 다녀야지. 빈 트레일러 내려놓고 사무실에서 서류와 새 트레일러 위치를 받았다. 연결하고 서류 작업을 하다 눈을 의심했다. 57천 파운드? 45천이 거의 한계 중량이다. 다시 보니 57백 파운드다. 3톤이 안 된다. 20톤 화물을 실을 수 있는 40톤 트럭에 3톤을 싣고 가라고? 그냥 5톤짜리 중형 트럭 하나면 될 화물이다. 무게를 재고 말고도 없다. 거의 빈 차와 같은 상태다. 연비 좀 올라가겠군. 8번 홀에 핀을 걸었다. 운전에 가장 적절한 위치다.

 

달리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시속 58마일은 포기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58마일로 달린 결과 2,886위로 다시 떨어졌다. 플릿 내에서도 2위에서 32위다. 시속과 연비는 결정적 상관관계는 없는 것 같다. 그보다는 얼마나 무거운 화물을 얼마나 산이 많은 코스로 다녔느냐가 관건이다.

 

원래 쉬려고 했던 휴게소는 그냥 지나쳤다. 자리도 거의 찼다. 일차 주유소에 도착했다. 국도변에 있는 파일럿 트럭스탑이다. 70대 정도의 중급 규모다. 입구로 들어서니 왼쪽이 주유 펌프고 오른쪽이 주차장이다. 오늘 자정이 넘으면 디젤유 값이 갤런당 2센트 이상 오른다고 했다. 주유를 먼저 할까 하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주차가 먼저다. 자리가 없다. 끝에서 두 번째 칸에 한 자리 남았다. 그곳에 댔다. 내 뒤로 오던 트럭은 주차 못 하고 돌아 나갔다. 주유부터 했으면 내가 주차를 못 했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69갤런을 넣게 돼 있다. 2센트 더 준다고 해봐야 1달러 38센트다. 그 가격에 주차한 셈이다. 타로가 맞았다.

 

1,100마일 남았으니까 하루에 400마일씩 달리면 적당하다.

 

아침에 제이 갤만 변호사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어제 히어링에서 졌단다. 벌금을 내야 한다. 벌점도 붙었겠지. 지금까지 시간 끌어준 것만 해도 변호사 비용 값어치는 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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