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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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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고!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8-12-02 (일) 02:39:28

 

 

101618 트럭을 그만둬야하나.jpg


침울하다. 나는 아직 멀었다. 트럭 운전을 그만둬야 하나 진지하게 5초 정도 생각했다.

 

아침에 예정대로 일어났다. 주유를 하려는데 펌프마다 트럭이 두세대 씩 밀려있다. 새벽 5시에 어찌 이런 일이? 여기서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다. 찬바람이 불어 날씨가 추웠다. 야외에서 20분은 버틸 수 있는 따뜻한 옷이 필요하다.

 

월마트에 도착하니 7시다. 상관 없다. 밤을 샌 것으로 보이는 트럭들이 몇 대 주차해 있다. 그 옆에 댔다. 이런 저런 식품을 샀더니 50달러가 넘게 나왔다. 옷은 구경만 하고 가격대만 알아뒀다. 계란 하나가 깨져 있다. 다시 가서 바꿨다. 지난 금요일 배달하고 받지 않은 영수증 사본을 요구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자동응답기에서 이메일 주소를 알려준다. 이메일을 보냈다. 답장이 올 지 모르겠다. 영수증이 없으면 내가 144달러를 물어내야 한다.

 

9시에 다시 출발했다. 배달처 가는 길 100마일 이내에는 쉴만한 트럭스탑이 없다. 마지막 트럭스탑이 러브스다. 여긴 어제와 마찬가지로 세탁실이 없다. 40마일 앞에 있는 파일럿으로 갔다. 여기서 사단이 났다. 자리는 많았다. 크고 깊은 웅덩이가 두 개나 주차장에 있었다. 그곳을 피해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전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길래 우측으로 꺾었다. 뭔가 저항이 느껴지며 트드득 소리가 났다. 트레일러 오른쪽이 옆에 주차한 트럭의 우측 앞부분을 긁었다. 너무 많이 꺾어 사이드 미러에도 보이지 않았다. 착잡했다. 얼마나 지났다고 또 사고라니. 그것도 가장 기본적인 동작에서. 나는 기본이 안 돼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대방 차량이 같은 프라임 트럭인데다 운행을 못 할 정도의 손상은 가지 않았다. 가드 범퍼가 밀려 플라스틱 범퍼에 금이 가고 헤드라이트 플라스틱 커버가 부서졌다. 그래도 헤드라이트는 달려 있다. 상대방 운전사는 흑인 여성이었다. 사진 찍고 트럭을 주차 후 돌아오니 그녀는 이미 회사에 전화로 사고보고를 하고 있었다. 나도 기본적인 사항을 적었다. 그녀는 혹시 덕테이프 있으면 헤드라이트 주변에 좀 붙여 달라고 했다. 덕테이프를 가져 오니 샤워하러 갔는지 사람은 없다. 덕테이프를 헤드라이트 주변 찌그러진 곳에 붙였다.

회사 앱으로 사고 보고를 먼저 했다. 그 다음 안전부서에 전화를 걸어 내 트럭번호를 알려주니 끝이다. 그녀가 이미 보고를 한 터라 반복할 필요가 없었다.

 

세탁실에 세탁기 두 대가 있는데 그나마 한 대는 고장이었다. 건조기는 6대나 있었다. 세탁은 30, 건조는 60분 걸린다. 가격은 각 $2.50. 우리 동네에서 하는 것 보다 싸다. 코인이 없어도 파일럿 적립카드 포인트로 사용할 수 있었다. 건조를 기다리며 Trucker Path 앱을 이용해 배달처 주변 주차할 곳을 찾아 봤다. 프렌차이즈 트럭스탑은 없어도 10~20대 규모의 로컬 트럭스탑은 몇 곳 있었다. 가장 가까운 곳은 10달러 요금을 받았다. 월마트 DC 바로 옆에 공터도 있어 트럭 몇 대는 댈 수 있었다. 평소 같으면 분명 배달처로 가 주변에서 주차할 곳을 알아봤을 것이다. 사고로 사기가 꺾인터라 러브스까지만 가기로 했다. 배달처에서 100마일 거리니까 두 시간 잡고 내일 새벽 5시에 출발하면 된다.

 

세탁을 마치고 다시 운전해 러브스에 왔다. 오후 330, 자리가 많다. 오늘은 운전한 시간이나 중간에 쉰 시간이나 비슷하다. 어제 샤워를 했지만 기분 전환 겸 또 샤워를 했다. 러브스 커피는 맛이 없는데, 여기 커피는 마실만 했다. 길 건너편에 치킨을 주종목으로 하는 뷔페 식당이 있었다. 사고까지 친 마당에 식욕이 날 리 없다. 생략하고 월마트에서 산 빵과 샐러드로 저녁 해결.

 

아침에 핫산이 힐러리가 없다며 내게 불평했다. (놀라는 척하며) 그럴리가 없다. 그녀는 내게 매일 카톡으로 연락했다. 심지어 사진까지 보내왔다. 핫산은 그녀는 가짜라고 말했다. 뭣이! 너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 핫산은 답이 없었다. 그야 내가 가짜니까 잘 알지라는 말이 손톱 끝까지 밀려왔을 것이다. 내가 지금 사기꾼들과 장난칠 때가 아니다. 둘 다 차단해버렸다.

 

맹세코 이번 사고가 마지막이다.

 

 

 

트럭커는 조용하다

 

 

440분 알람에 깼지만 더 잤다. 급할 것 없는 배달이다. 6시에 트럭스탑을 출발해 오클라호마 Ochelata 월마트에는 8시에 도착했다. 드랍 앤 훅이라 절차도 간단하다. 19XXXX번대 트레일러를 연결하려고 보니 에어백이 새니 움직이지 말라는 메모가 전원잭에 붙어있다. 나온지 얼마 안 되는 트레일러가 왜 그럴까. 17XXXX번대 트레일러를 연결했다. 다음 화물이 들어왔는데 아칸소 Springdale이 발송처다. 약속 시간이 11시다. 어디 들러서 세척을 하고 가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리퍼를 사용하지 않는 DRY 화물인데다 wash out 영수증을 요구한다는 얘기도 없다. 월마트 야드에서 내가 직접 청소하는 게 빠르다. 뒷문을 열어보니 비교적 깨끗했다. 로드락도 1개 들어 있다. 로드락은 챙기고 빗자루로 트레일러 내부를 쓸어냈다. 문턱에 걸려 쓸리지 않는 먼지는 진공청소기로 처리했다. 완벽하다.

 

9시에 출발했다. 11시까지는 무리고 11시 반 정도에 도착할 것 같다. 그런데 길이 전부 고속도로가 아니다. 막판에 일반도로로 빠져 도시를 지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결국 1150분에야 도착했다. 픽업은 좀 늦어도 괜찮다. 최종 배달이 중요하다. 2번 닥을 배정받았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2번 닥은 그래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수월하게 닥킹했다.

 

글렌에게서 플릿 전체 메시지가 왔는데 지난 24시간 동안 4건의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회사 전체인지 우리 플릿만인지 모르겠다. 내가 낸 사고는 같은 프라임 트럭이라 2건으로 기록됐을 수도 있다) 뭔가 이상한 날이었다.

 

얼마 후 다른 프라임 트럭이 4번 닥에 대는데 그리 신통치 않다. 젊은 흑인 여성이다. 자연스레 나가서 뒤를 봐줬다. 또 얼마 후에는 다른 트럭이 3번 닥으로 들어온다. 공간이 빡빡해 히마찰이나 다른 프라임 트럭을 칠 것 같다. 이번에도 나가서 뒤를 봐줬다. 그러고보면 나도 그리 못 하는 후진은 아니다. 방심만 하지 않으면 말이다.

 

짐은 2시가 넘어서야 다 실렸다. 45,000 파운드가 넘는다. 실을 수 있는 거의 한계다. 드라이브 타이어는 33,000이 나왔고 텐덤 타이어는 34,000이 나왔다. 간이 게이지라 정확하지 않다. 자칫 웨이스테이션에 걸려 들어가면 무게 초과로 나올 수도 있다. 웨이스테이션 1마일 전쯤에 도로에 저울이 설치돼 있다. 트럭이 그 위를 빠른 속도로 지날 때 무게가 좀 나간다싶으면 웨이스테이션으로 불러들인다. 프리패스가 있는 트럭은 통과냐 출입이냐를 삑삑 소리와 불빛 색깔로 알 수 있다. 프리패스가 없는 트럭은 웨이스테이션이 열려 있으면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 웨이스테이션 진입로에 저울이 하나 더 있다. 30마일 정도 속도로 그 위를 지날 때 무게가 기준치 이하면 통과, 이상이면 저울쪽으로 신호를 준다. 저울로 신호를 받은 트럭은 정지 상태에서 무게를 잰다. 여기서 걸리면 주차장으로 트럭을 대라는 신호가 온다. 그러면 벌금 티켓을 받는다. 어떤 때는 화물이 가벼운데도 최종 저울까지 올라간 적도 있다.

 

짐 싣느라 시간을 많이 지나 4시간도 채 운전을 못 한다. 그 시간 내에서 갈 수 있는 트럭스탑을 찾았다. 3시간 거리인 미주리 Harrisonville에 트럭스탑이 몇 곳 있다. Sapp Bros, Loves, Pilot 순이다. 삽브로스로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다른 두 곳 보다 덜 복잡할 것이다. 삽브로스는 주차장도 비교적 크다.

 

해가 막 지는 645분쯤 삽브로스에 도착했다. 자리가 많았다. 어째 풍경이 익숙했다. Fireworks 가게가 여기도 있네. 월마트 DC가 바로 옆이고. 이런 얼마 전에 왔던 곳이다. 이곳 화장실은 트럭스탑 중 최고 수준이다. 청결하고 시설도 좋다. 트럭에 먹을게 많이 있지만 오늘 저녁은 이곳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내 스스로에 대한 보상이다. 마침 출출하고 식욕도 인다. 또 주차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 다른 프렌차이즈 트럭스탑이야 평소 주유도 자주 하지만 삽브로스는 중부 지역에만 있어 주유할 기회가 별로 없다. 이젠 확실히 알았으니 이 경로로 지나면 애용해야겠다.

 

오늘의 저녁 스페셜은 치킨에 사이드 1, 샐러드바 이용이었다. 치킨 2조각은 8불 얼마, 4조각은 10불 얼마다. 2조각으로 시켰다. 사이드로 양파링을 시키니 1달러 추가다. 커피는 2달러 가량. 택스 포함해 12달러 몇 센트 나왔다. 20달러 내고 5달러만 챙겼다. 주위를 보니 한 남녀 커플만 빼고 모두 남자 혼자서 먹고 있다. 나도 그렇지만 다들 말 없이 조용히 먹는다. 종업원이 지나가며 음식 어떠냐, 뭐 필요한거 있냐, 커피 더 줄까 묻는 통에 그나마 한두 마디라도 한다. 누가 트럭커를 터프하다고 했는가? 내가 본 트럭커는 대부분 조용하고 순하다. 목소리도 별로 안 크다. 하긴 혼자서 떠들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인가?

 

이곳도 8시가 넘으니 자리가 거의 다 찼다. 이곳의 장점은 공간이 넉넉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차가 쉽다. 다른 트럭스탑 같았으면 더 많은 주차공간을 만들었을 것이다. 늦게 와서 자리가 없는 트럭들은 빈 공간 중간에 가로 두 줄로 주차했다. 그래도 세로 주차한 트럭이 나갈 수 있을 정도다.

 

내일 네브라스카 Grand Island까지는 6~7시간 거리다. 오후 4시 약속이지만 2시간 정도 미리 갈 생각이다. 다음주 화요일에 집에 가기 때문에 여기서 동부쪽으로 화물을 받을 것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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