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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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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된 리파워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8-09-09 (일) 15:09:07


0830 무산된 리파워1.jpg

      

지난 주에 오다가 들렀던 Beckley Travel Plaza에 다시 왔다. 오늘은 여기서 10시간을 쉰다. 원래는 다른 트럭과 만나 트레일러를 교환해야 하지만 이 근처에 마땅한 트럭이 없단다. 그럴 것 같으면 처음부터 배달 약속 시간을 여유 있게 잡지. 200마일 남았고, 새벽 1시에 출발할 수 있으니 빠르면 5시에 도착한다. 글렌에게는 8시 도착 예정이라고 말해놨다. 한 밤 중에 일을 시작하니 낮에 일찌감치 끝낼 수 있어 좋다.

 

11-14-10 규정(11시간 운전, 14시간 근무, 10시간 휴식)은 때로 불편하지만 트럭 드라이버를 위한 보호 장치 역할이 크다. 이 규정 때문에 무리한 운행을 피하고, 디스패처나 클라이언트에게 정당한 배달 시간 지연 사유를 댈 수 있다.

 

오다가 새벽 5시경 주유소 1.5마일을 남기고 교통사고로 도로가 막혔다. 시동 끄고 오프듀티로 해 놓았더니 30분 휴식을 도로 위에서 취했다. 덕분에 주유 후 바로 출발 가능했다. 지나면서 보니 트럭끼리 추돌(追突)한 사고인데 파손 정도로 봐서 인명 피해는 없는 듯 했다.

 

트럭스탑이나 휴게소에서 사 먹을 게 없다. 커피는 맛 없어도 무료니까 리필을 한다. 버거킹이나 맥도날드, 서브웨이, 아비스 등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다. 내가 트럭에서 만들어 먹는 샌드위치가 더 맛있다.

 

사차원 파리가 다시 왔나? 나가라고 문 열어 내보냈나 싶으면 어느새 안에서 날고 있다. 얘는 성가시다. 내가 좋은 지 얼굴이나 손에 달라 붙는다. 별로 겁내는 기색도 없다. 애완파리 수준이다.

 

오늘 운전하다 내 트럭 바퀴가 10개인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18 wheeler를 한국말로 번역하니 어감이 안 좋다. 어이 네 바퀴들 좀 비켜줄래? 이런 십팔 바퀴들을 봤나.

 

예전에 이곳이 탄광촌이었는지, 기념품 매장에 석탄 조각품을 팔고 있다. 탄광산업이 쇠퇴(衰退)한 이후 공예품으로 지역 특성화를 꾀한 것 같다. 전시판매장의 공예품들이 볼 만 하다.

      


 

0830 무산된 리파워2.jpg

 

 

CB를 사야하나

 

 

오면서 고속도로 진입로 갓길에 대고 45분을 잤는데도 6시 전에 배달처에 도착했다. 접수 사무실은 5시부터 문을 연다고 했다. 제 시간에 왔더라도 기다려야 했다. 처음부터 리파워는 필요 없었다.

 

이곳은 정문에서 대기하며 CB 라디오 채널을 이용해 닥을 배정받는다. 나처럼 CB 안 쓰는 사람은 어떻게하라고. 다행히 야드자키가 오더니 무전기로 사무실과 통화해 알려준다.

 

배달 마치고 근처 트럭스탑에 갔다. 오가는 트럭도 많고 복잡했다. 어렵게 주차를 마치자마자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근처 트럭세차장에서 트레일러 세척을 하고 다음 화물을 받으러 갔다. 트레일러를 말려서 오라고 했다. 페북 프라임 러퍼 그룹에 검색해보니 -10으로 하라는 답변이 있었다.

 

발송처에 도착하니 바쁜 날이었다. 얼마간 기다리고 나서야 48번 닥을 배정받았다. 거의 건물 끝쪽에 있어 거리가 나오지 않았다. 47번까지는 어떻게든 들어가겠는데 48번은 안 된다. 블라인드 사이드 백업을 하려고 건물 옆으로 좌회전해 트럭을 돌려 나왔다. 돌아오니 야드자키가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에게 맡기라 했다. 내가 원하던 일이 오늘 이뤄지는구나. 이 회사에서는 이들을 스위처라 불렀다. 야드자키보다 나은 명칭 같다. 스위처들은 조용히 효율적으로 일했다.

 

그런데 사무실로 오라고 연락이 왔다. 트레일러가 젖어 있어 짐을 싣다 말고 내렸다고 했다. 메이시스로 가는 상품들인데 팰럿이 아니고 개별 박스를 바닥에 쌓았다. 나는 리퍼를 가동해 말리겠다고 했다. 페북 그룹에 직접 질문을 올렸다. 답변이 달렸는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정도 됐다. 일단 닥에 대서 문이 열린 상태니 강풍(High wind)모드로 돌렸다. -10도는 건조하는게 아니라 아예 얼려버려 물기를 없애는 방법이었다. 얼음이 다시 녹으니 소용없다. 페북 그룹에 올린 질문에는 잘못된 답변이나 장난스런 답변도 자주 올라온다. 순진하게 믿고 따라했다가는 낭패 당할 답변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짐을 다 실었을 때는 내 업무 시간이 지난 상태였다. OD(off duty driving)로 고속도로 쉼터까지 이동했다.

 


0901 CB사야하나1.jpg

배달처도 그렇고 발송처도 그렇고 고속도로 진입로가 여느 곳과 달리 나 있어 입구를 지나칠 뻔 했다. 주의 또 주의.

 

 

 

0901 CB 사야하나2.jpg

교차로보다 로터리가 교통 흐름을 끊지 않아 사고도 적고 속도도 빠르다.
대형 트럭은 로터리를 지나기 쉽지 않은데 이곳은 트레일러 바퀴가 자연스럽게 밟고 넘을 수 있도록 완만한 각도로 돼있다. 사소한 듯 하지만 세심한 배려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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