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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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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던지는 경고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23-01-25 (수) 19:36:56

 

 

마틴 루터 킹 데이. 분명 연방 공휴일인데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다. 공공 기관이 아닌 어지간한 회사는 근무한다. 나로서는 다행이다. 비영리기관인 푸드뱅크도 일을 했다.

 

느즈막히 일어나 샤워 하는 데, 브라이언에게서 연락이 왔다. 트레일러를 비웠냐는 것이다. 브라이언은 주말 내내 일하더니 오늘도 일 하네. 샤워하고 각 단체에 연락해볼 것이라 답변했다. 샤워가 끝나기도 전에 클레임 부서에서 연락이 왔다. 푸드 뱅크에 기증(寄贈) 하란다. 원래 이게 정상이다. 회사에서 알아봐 줘야지. 드라이버 보고 기증 단체까지 알아서 찾으라니 말이다.

 

Food bank of Siouxland는 트럭스탑에서 5마일 거리였다. 위성사진으로 봤을 때는 넓어 보였는데, 실제로는 트럭을 돌릴 공간이 안 나왔다. 맞은 편 회사의 야드를 이용해 트럭을 돌려 후진해 닥에 댔다. 도로를 횡단하는데 뒤를 봐주는 사람이 없어 에어혼을 울렸다. 그 덕분인지 오던 차량들이 멈춰서 기다려줬다. 영수증까지 확실히 챙겼다. 내가 알아본 곳 중 그나마 푸드뱅크가 가장 큰 곳이었다. 다른 작은 기관들은 연락이 됐더라도 접근 조차 어려웠을 것 같다.



 


다시 트럭스탑에 도착하니, 다음 로드가 들어왔다. Des Moines, IA에서 Laredo, TX로 가는 화물이다. 물론 나는 스프링필드까지만 배달한다. 이번에도 Tyson Foods 화물이다. 수시티(Sioux City)에서 아이오와 주도(州都) 디모인(Des Moines)까지는 200마일. 내일 아침 픽업이니 오늘은 근처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가는 길에 주유도 하고, 트레일러 와시아웃도 했다. 빙판길 사고에도 멀쩡히 버텨주었고 화물까지 안전하게 지켜준 고마운 트레일러다.

 

이번 사고가 내 트럭 경력에 전기(轉機)가 될 것 같다. 이전까지는 최대한 성과를 내기 위해 애썼다면, 앞으로는 시간을 벌기 위해 일을 좀 살살할 생각이다. 자연스럽게 하자. 억지로 하려 말고. 나는 이번 사고를 내 삶에 보내는 경고로 받아 들였다. 그저 재수 없는 일이니 액땜 잘 했다 차원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변화가 시급하다.

 

솔로 드라이빙으로 몇 주 일해보니 계산이 나온다. 일주일 70시간을 최대한 쓰면 약 3천불 정도 번다. 예정보다 일찍 배달하고, 다음 화물을 빨리 받은 결과다. 그냥 원래대로 일정이면 평균 2천불 정도다. (이번 주에는 1천불이나 될까 모르겠다.)

 

내 주식 거래 계좌에서는 내가 운전으로 버는 돈보다 더 많은 액수가 매일 오르내린다. 지난 달에는 하루에 2~3천불씩 연일 깨지는데도 손 놓고 있었다. 다시 오르겠지하는 희망으로. 그래서는 안 됐다. 뭔가 대응을 했어야 했다. 지난 주부터 대응을 시작했는데 다행스럽게도 효과가 있다.

 

어제 거래 내역을 일부 정리해봤다. 감으로 대충 생각하다가 장부에 적어 확인하니 달랐다. 이래서 트레이딩 저널(매매일지)을 쓰라고 하는구나. 어떤 종목, 어떤 거래에서 얼마를 벌거나 잃었고 그 원인은 무엇인지 기록을 쌓아나가면 승률을 높일 수 있겠다. 종국에는 나만의 방법론도 정립할 수 있겠다.


마음을 달리 먹어서인지, 오늘은 운전하며 정신이 맑고 편안했다. 오랜만의 영상의 날씨에 노면 걱정도 없었다. 나는 숫자나 돈계산에 약한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확률과 수학의 영역인 옵션 거래에 관심을 갖고 파고 들어야 하니 아이러니다. 그런데 현재 내 삶이 그것을 요구한다. 인생의 과제로 받아 들이고 마스터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피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덕분에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간 사람이 됐다. 이 변화가 쌓여 인생의 새로운 단계로 진화하리라. 껍질을 깨고.

 

******************************


원상 복구

 

분주한 하루였다. 아침에 브라이언에게서 세 가지 미션을 받았다. 캠퍼스인(Campus inn)에서 Safety class 수강, 트레이닝 패드에서 운전 평가, Safety 담당자 면담을 순서대로 마쳐야 한다.

 

셔틀 버스를 타고 캠퍼스인으로 갔다. 클래스는 1시다. 미리 도착해 식사를 먼저 했다. 바디샵에 전화해 블루버드를 주차한 위치를 알려주고 시동키는 꽂혀 있다고 알려줬다.

 

캠퍼스인은 5년전 나를 트럭운전 세계로 처음 안내한 장소다. 낯 익은 얼굴은 그대로지만 분위기는 달랐다. 당시 학생들로 북적대고 활기 넘치는 모습은 간데 없고, 한적하고 조용했다. 요즘 프라임에서는 예전만큼 학생을 모집하지 않는다.

 

세이프티 클래스 수강생은 나 혼자였다. 비디오 3개를 시청하고, 시뮬레이터로 3개의 과제를 수행했다. 모두 날씨와 관련한 과제였다. 내가 빙판길 사고를 냈기 때문이다. 비나 눈이 내리고 안개가 낀 환경에서 도로 공사나 사고 현장을 지나가는 상황에 얼마나 잘 대처하나를 본다. 나는 와이퍼, 윈드실드 디프로스터, 비상등까지 상황에 맞게 사용하며 완벽하게 대응했다. 관건은 역시 서행이었다. 약간 속도를 높이자 눈길에 차가 미끌했다. 침착하게 속도를 줄였다. 역시 실제와 비슷하다. 끝난 후 강사의 반응은 "Good job"이었다.

 

다시 셔틀을 타고 트레이닝 패드로 갔다. 내가 실기 시험을 보고 CDL을 받았던 곳. (Sean)을 만났다. 내 트럭은 수리 중이라 연습용 트럭을 이용했다. 평가 항목은 후진 주차와 외부 도로 주행이다. 5명의 학생을 가르친 트레이너인 내가 운전 실력을 평가받는 상황이 되다니. 션은 내 경력을 물었다. 거의 5년이라고 하니 그는 굳이 평가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듯했다. 아무튼 절차는 밟아야 하니, 서로 얘기를 주고 받으며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왔다. 역시나 굿잡이다.

 

마지막으로 세이프티 담당자를 만났다. 그는 내 크리티컬 이벤트 기록을 보고, 당시의 상황을 물었다. 내가 아는 한에서 정직하게 답해 줬다. 그는 사건 당시의 데이터와 구글맵 스트리트 뷰로 현장 모습을 보며 분석했다. 결론은 미끄러운 도로에서는 크루즈 사용하지 말고, 속도를 좀 줄이고 다니라는 얘기였다. 나는 그러겠노라 했다. 안 그래도 사고 이후로는 시속 62마일로 다닌다. 65마일까지 속도낼 수 있지만, 62마일이 내게는 가장 편했다. 프라임 트럭은 가뜩이나 느린 것으로 유명한데 나는 더 천천히 다닌다.

 

브라이언은 따로 만나지 않고 메시지만 주고 받았다. 화물은 내일 아침에 받아서 나가기로 했다. 트럭 수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밀레니엄 빌딩 2층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자니 수리가 다 됐다며 연락이 왔다. 이야~! 감탄했다. 감쪽같다. 블루버드가 다시 새 트럭이 됐다. 내일 세차만 하면 완벽하다.

 

직전에 타던 피터빌트는 학생이 낸 사고 손상을 수리하지 못 해 1년 가까이 찌그러진 차체를 운전하고 다녔다. 그 상처를 볼 때마다 속상했다. 그런데 핏스톤 터미널에서는 도무지 수리할 시간이 맞지 않았다. 게다가 수리는 열흘 이상 걸리며, 트럭 내부 짐을 모두 빼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스프링필드 본사에서는 이틀만에 수리를 마쳤다. 본사 터미널과 다른 지역 터미널의 수준 차이가 확연하다. 사고 피해가 상대적으로 경미한데다 프레이트라이너여서 부품을 구하기 쉬운 까닭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프레이트라이너, 역시나 국민 트럭이다.



 


사고와 관련한 모든 수습이 끝났다. 재교육도 받았고, 트럭도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이 사고로 각성해 인생을 다른 태도로 살기로 했다. 전화위복인가. 일은 줄이겠지만 나는 더 바쁘다. 공부해야 할 것이 많다. 동시에 읽고 있는 책도 4권이다. 한 권씩 빨리 순서대로 끝낼 수도 있지만, 지식이 여물어 뇌에 흡수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밥 짓는데도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듯 말이다. 50대 중반에 트레이더라는 새로운 경력을 내 삶의 여정에 추가하기로 했다. 공부는 어렵지만 재미 있고 즐겁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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