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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마라톤문학
저는 절대로 엘리트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으면 보통 마라토너는 다 할 수 있고 제가 못 해도 다른 마라토너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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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산을 넘는 길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88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18-06-03 (일) 06: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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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은 1219년 칭기즈 칸 20만 군대가 수십 수백만 양과 소들과 함께 지금 넘고 있는 텐산 산맥(天山 山脈)을 반대 방향에서 호레즘을 정복하기 위하여 내려왔던 길이다. 계곡을 끼고 급경사 길을 맞바람을 맞으며 달리면서 800년 전 칭기즈 칸의 군대가 그 혹독한 겨울을 견디며 텐산 산맥을 넘었을 고초(苦楚)를 생각해본다. 그들은 삶과 죽음, 고통과 희망, 전쟁의 공포, 승리의 환희,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뒤범벅이 되어 이 산을 넘었을 것이다.

 

그때도 그들이 내려오던 이 길에 포플러나무 가로수가 의장대 사열을 하듯 멋지게 늘어서 있었는지 궁금하지만 역사가들은 그것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들이 얼마나 잔인하게 사람 목을 베었는지만 기록에 남겼다. 800년이 지난 지금, 이 길은 하늘 높이 뻗어 자란 포플러나무가 텐산 산맥으로 빨려들어가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터널을 이루고 있다. 확실한 것은 그의 말발굽 아래에서 전에 없었던 새로운 전쟁 역사가 시작되었고 나의 발걸음 뒤로는 전에 없었던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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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사진 www.ko.wikipedia.org

 

혹독한 추위에 많은 병사들이 얼어 죽었지만 그 추위를 뚫고 텐산 산맥을 넘어오는 동안 살아남은 병사들은 세계 최강 병사들로 거듭났다. 해발 1500m 이리분지에 있는 이닝은 예로부터 천산북로의 중요 거점 도시로 칭기즈 칸 군대에 무참히 짓밟힌 첫 번째 도시다. 이렇게 시작한 칭기즈 칸의 정벌은 순식간에 유럽을 초토화(焦土化)시키고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다. 그 후 700년도 못되어 아시아는 유럽 제국주의 세력에 처참하게 유린되고 말았다.

 

지금도 끈질기고 집요한 잔재(殘滓)가 남아있는 한반도에, 평화의 싹을 움트게 하기 위한 나의 발걸음은 어둡고 침침한 역사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간절한 몸부림이다. 거친 모래바람 맞으며 가파른 텐산 산맥을 넘어가는 나의 발걸음이 힘차면서도 장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종아리를 따갑게 때리는 몽환적인 모래바람 실루엣에 잠시 넋을 잃을 순간 바람을 탄 발걸음에 음악적 리듬이 피어나고 있었다.

 

음악은 그 상징적 체계를 이해하면 많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내가 장엄한 오케스트라의 작곡가처럼 혼신의 예술혼을 쏟아 달리는 이유는 감동이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고단한 마라톤을 하면서도 계속 글을 쓰는 이유도 내 마라톤 해설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도 텐산 산맥을 넘고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고 나면 세게 최강의 유라시아 여행자로 거듭나고 평화운동가로 거듭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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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을 지나다 개인화기로 무장한 경찰특공대(SWAP)의 검문(檢問)을 받고 호송차에 태워져 1시간 반 동안 경찰서로 동행되어가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6.10 항쟁 때 덕수궁 앞에서 시위를 하다가 처음으로 백골단에 잡혀 호송차에 타 본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몇 십 년 만에 중국의 공안 호송차에 타보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공안들은 비교적 예의 바르게 행동했고 음료수까지 대접하는 호의를 베풀기까지 했다. 이곳에서는 도시를 이동할 때마다 공안에 등록해야 한다.

 

그만큼 신장위구르 지역은 치안이 불안한 것 같다. 잘 꾸며진 공원에도 담장이 쳐져있다. 공원입구에는 공안이 검문을 해서 공원은 언제나 썰렁한 모습이다. 모든 주유소에도 바리케이드가 쳐져있다. 주유하러 들어가는 차마다 검문하고 들어갔고, 쇼핑몰도 그랬다. 심지어 호텔에서도 공안 검색대를 통과해야했다. 여행자는 이런 상황을 조기에 받아들여야 여행을 그나마 즐겁게 할 수 있다.

 

신이 만든 산, 텐산 산맥은 중국 북서쪽 끝 파미르 고원에서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까지 2,900km에 걸쳐 뻗어나간 산맥이다.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하늘과 맞닿은 채 동서로 길게 뻗어있다. 나는 장엄하고 웅대한 이 산을 한 달 이상 바라보면서 달려왔다. 바라보면 닮아간다고 하는데 나는 왜 아직도 티끌만도 못한 사소한 일에 역정을 내고 마는가? 어제도 국도에서 40km 이상은 밟지 않는 중국인 운전수에게 그만 화를 벌컥 내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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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산 산맥의 포베디 봉은 7,439m로 세계 7m이상 높은 봉우리 중에서 가장 북쪽에 자리 잡고 있다. 해발 2,500m까지는 초원과 가문비나무숲이 이어지고 그 지점을 넘어서면 다시 초원이 펼쳐진다. 3,500m가 넘어서면 초원도 사라지고 생명을 가진 식물도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산을 덮은 눈이야말로 텐산 산맥 주변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들, 식물들, 동물들, 무릇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의 생명줄이다. 이곳에서 녹아 흘러내리는 물은 식수로, 농업용수로 이 땅 위의 모든 생령들을 풍요롭게 해준다.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텐산 산맥을 넘어가는 지금 한국은 세기를 통과하는 시간의 터널을 지나 새로운 텐산을 넘느라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한국도 이 역사의 텐산을 무사히 넘기고 나면 세계 최강 민주국가요, 세상 끝까지 평화를 전파하는 문화선진국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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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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