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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절대로 엘리트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으면 보통 마라토너는 다 할 수 있고 제가 못 해도 다른 마라토너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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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밴드웨건

먼 길에서 짧은 만남, 긴 여운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18-05-28 (월) 15:37:58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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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켄트는 중국 국경에서 약 40km 떨어진 한적한 도시다. 520일 오늘은 국경까지 달린 후 차로 이동하여 다시 자르켄트로 돌아와 하루 자고 내일 이른 아침 중국 국경을 넘을 예정이다. 일요일이라 일정을 소화하고 국경을 통과하려다 자칫 시간이 많이 걸려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조언(助言)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동안 접어서 차에 싣고 다니던 애마 유모차를 다시 밀며 국경으로 향했다. 터키부터 지금까지 나의 후방에서 그림자처럼 따라오며 지원군 역할을 하던 차와 이제 작별을 고할 시간이다. 중국 국경은 차를 가지고 넘을 수가 없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번거롭기 때문이다. 나의 유모차 한혈마(汗血馬)는 바퀴에 바람이 조금 빠졌을 뿐 훌륭한 자태(姿態)를 유지하고 있었다.

 

일주일 전부터 페이스북 친구가 된 오사마 라지칸씨가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와 역사적인 마라톤에 동참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누군가 와서 나의 마라톤에 동참하는 일은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알마티에서 버스를 타고 와서 시간을 정해놓고 익숙지 않는 어떤 지점에서 만나는 일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반은 기대감과 호기심이 발동하고 반은 귀차니즘이 작동했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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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카자흐스탄에서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가기 전 길을 달리고 있는데 승합차 한 대가 저만치 서더니 한 남자가 내게 달려왔다. 작은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몇 km 페이스북 생방송 인터뷰를 하며 나와 같이 뛴 적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8명의 젊은 남녀가 나를 박수로 맞아주었다. 그들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내 소식을 알고 있었고 지나가다 나를 발견하고는 차를 되돌려 따라온 것이다. 러시아인인 그들은 페북에 만 명의 팔로어가 있다고 했다, 오사마씨 친구가 그 페북을 통해 나를 알게 되었고, 오사마씨는 그 친구로부터 내 소식을 전해 듣고 나를 검색하여 친구신청을 한 것이다.

 

그는 첫 버스를 타고 오면 아침 8시 반에 터미널에 도착하니 그곳에서 만나자고 했다. 나는 달리다가 시간 맞춰 그곳에서 기다릴 수 없으니 택시를 타고 더 오면서 나를 찾으라고 했다. 마침 그 버스 터미널을 지날 무렵 자르켄트에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다. 그는 생각보다 이른 새벽 시간에 알마티에서 300km나 되는 자르켄트까지 나와 달리고픈 일념으로 찾아온 것이다. 세 명의 친구도 함께 왔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으로 현재 태국 주재 UN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에는 업무를 수행하러 왔다가 내가 이곳을 통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달리고 싶어 급히 수소문 해서 찾았다고 한다. 그는 어렸을 때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와서 한국 외국인 학교를 4년간 다녀 한국친구도 많고 한국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특히 한국 통일문제에 관심이 많아 UN이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 평화통일 노력에 지원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방콕에서도 남한과 북한 외교관 모두와 친분이 있어 나의 북한통과를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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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유라시아평화마라톤을 밴드웨건(Bandwagon) 효과로 표현한다. 곡예단이나 퍼레이드에서 악대차가 선두에서 요란한 연주를 하며 사람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것이 밴드웨건 효과다. 그러고 보니 내 발자국 소리가 이제는 인터넷이나 언론을 통해 증폭(增幅)되어 현란한 연주가 되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밴드웨건이 지나가면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긴 행렬을 만들듯 통일을 염원하는 긴 행렬이 이어지기를 고대해본다.

 

오사마씨는 풀코스 마라톤을 4시간 정도에 뛰고 약 40여회 완주했다고 한다. 나와 강석준 교무, 오사마씨가 교대로 한혈마를 밀며 달려가는데 맞은편에서 행색이 남루한 한 청년이 피곤한 기색으로 자전거를 타고 마주오고 있었다. 벨기에 출신 청년 프란시스는 작년 10월 오스트리아를 시작으로 태국 등 동남아시아를 돌고 중국 상하이까지 갔다가 다시 벨기에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우리는 서로의 여행에 경의(敬意)를 표하고 위로를 했다. 나는 내가 지나온 곳의 정보를 전하고 그는 그가 지나온 신장 위구르 지역의 간단치 않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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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거의 텐트를 치고 노숙(露宿)을 한다고 했다. 오늘 어디까지 갈 것이냐고 물으니 특별한 목표가 없다고 해서 내 방 침대가 두 개나 되니 우리와 함께 자자고 권했다. 그의 얼굴에 금방 화색이 돌았다. 오늘 오사마씨가 나에게 선한 사마리탄이 되어주었다면 나는 프란시스에게 선한 사마리탄이 되어 준 셈이다. 선한 사라미탄은 또 있었다.

 

다음 마을로 들어서니 여기저기서 우리를 보고 박수를 쳐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성금까지 내 손에 쥐어 주었다. 외모를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일은 좋은 일은 아니지만 이사람 차림새도 그리 여유 있어 보이지 않아 사양을 해도 극구 내 손에 돈을 쥐어준다. 그리고 얼마 더 가 식당이 보여 주문을 하고 식사를 하고 있는데 조금 전에 악수를 하고 사진을 같이 찍었던 맥스라는 사람이 물병을 들고 와 전해주며 조금이라고 도움이 되고 싶다며 식대를 내고는 우리 자리에 함께 앉았다. 이슬람 라마단 기간이라 자신은 밥과 물을 먹을 수 없지만 우리는 맘껏 먹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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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니 도미니크라는 프랑스 여자가 반갑게 맞으며 엄지손가락을 올린다. 무슨 일인가 깜짝 놀랐는데 우리차량에 붙은 스티커를 보고 인터넷 검색을 하여 내 정보를 보니 내가 대단한 여행을 하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녀는 바로 블로그에 올렸더니 에바유라는 자기 한국인 친구가 기자인데 나에 관한 기사를 쓰겠다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중년의 도미니크는 영국인 남편 브라운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중국 상하이를 출발해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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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점점 좁아져가고 있다. 이제 세계 지도에서 국경 색깔이 점점 흐린 색으로 변하면서 지워진다면 우리는 전에 누리지 못했던 영화(榮華)를 맘껏 누릴 것 같다. 제일 먼저 휴전선의 철조망을 사람들이 열정을 모아 녹여버렸으면 좋겠다. 그러기까지 나의 밴드웨건 달리기는 이어질 것이다.

 

먼 길에서 짧은 만남, 긴 여운을 남긴 하루였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g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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