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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절대로 엘리트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으면 보통 마라토너는 다 할 수 있고 제가 못 해도 다른 마라토너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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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여 고혹적인 진보가 되자!

세상을 바꾸는 투표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22-03-09 (수) 00:04:44

세상을 바꾸는 투표




이제는 아무것도 탓하지 않게 되었다. 바람이 불어야 꽃이 피고,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려야 과실이 익는다는 것도 알았다. 장밋빛 열정의 6월은 지났지만 대나무의 줄기는 더 꼿꼿해진다. 그 바람과 태양 맞으며 60이 넘으니 비로소 결단력이 생기고, 조급증(躁急症)이 사라지고 조금씩 천천히 달려가도 끝없는 세상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7월이 되어야 비로소 여름이 온 걸 알리니 60이 넘으니 비로소 삶의 뜨거움이 느껴진다.


길은 한고비 넘으면 또 한고비, 내 지난 인생 여정 또한 그러했던 것 같다. 사막에도 내 피부처럼 주름이 졌지만 이것을 늙었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늙어가는 것이 아니다. 이상과 열정을 잃었을 때 영혼의 머리털이 빠져 사막처럼 퀭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남자이고 싶다. 열병 같은 사랑을 하고, 그런 사랑을 받는 남자이고 싶다. 황혼이 깃든 황량한 사막을 끝없이 달릴 줄 알고, 마침내 황혼도 지고 사랑도 가고 빈털터리가 되어도 다시 털고 앞길을 묵묵히 달리는 사나이이고 싶다.



 


돌이켜보니 세월은 바람처럼 흘러서 낙엽처럼 쌓였다. 세월의 낙엽을 들추면 다람쥐가 감춰둔 도토리 알 같은 추억이 소롯하게 묻혀있다. 다람쥐가 가을에 감춰둔 도토리 겨울에 찾아 먹듯 나도 젊은 날 한편에 쌓아둔 추억을 영혼이 허기질 때 주린 영혼을 채운다.


미켈란젤로가 최후의 만찬(晩餐)을 그리기 시작한 때도 그의 나이 60이었다. 케네디 슬레이터라는 패션모델은 나이 60에 뉴욕 패션위크가 열리던 링컨센터 근처에서 요지마모토 정장과 샤넬 백을 매치한 차림으로 친구를 기다리다 취재진에게 사진을 찍히면서 거리 캐스팅이 된다. 그녀의 사진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열광했다. 문익환목사도 59세의 늦은 나이에 적극적인 민주화운동을 펼친 투쟁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때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멀어지는 것 같고, 사랑받는 느낌도 허망하다. 그동안 뭐 하고 살았나 자신을 되돌아보면 힘이 빠지고 깊은 밤잠 못 이루고 깨어있을 때도 있고, 누구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것 같을 때도 있다. 자칫 60대는 사막 앞에 선 길 잃은 자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는데 내 앞에 닥친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사회도, 가족도 친구도 내 맘 같지 않다. 7월의 날씨만큼 변화무쌍하게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다. 몸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조금씩 기능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지금껏 사회의 눈치를 보고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았다면 이제는 나만을 위한 삶을 살아도 좋은 것이다.


돌이켜보니 천천히 산책하듯 주위의 풍경을 세심히 구경하며 왔어도 좋은 길을 특급열차를 타고 도착한 느낌이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하나도 즐기질 못했다. 이제는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급히 서둘러 달려온 길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살다 보니 내 노력에 상관없이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되는 것도 알았으니 크게 집착하는 것도 없어진다. 이 나이에도 여전히 미숙하고 꾸준히 실수를 하고 여전히 세상을 정확히 보는 일이 어렵다. 아직도 필요할 때 지혜로운 발언이 입에서만 맴돈다. 7월엔 아직 소나기도 몰아치고 태풍도 지나가니 아직도 조심해야 하는 나이가 60대이기도 하다.


그러니 60대의 나이는 여전히 정보의 바다에 낚싯대를 담그고 정보의 고기를 낚는 일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60의 오늘 설령 불행해도 내일 행복할 수 있다. 60, 오늘 불가능해도 내일 해낼 수 있는 나이다. 인생은 의외로 길고 사랑 역시 그러하다.




나는 지금도 첫사랑을 꿈꾼다. 첫사랑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작년에 첫눈이 왔는데 올해 다시 첫눈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우리는 모두 그걸 암묵적으로 묵인하고 첫눈 내리는 날의 낭만을 즐긴다. 매년 첫눈을 기다리듯 나는 매년 첫사랑을 기다린다. 첫눈 내리는 날 덕수궁 돌담길을 따뜻한 손 마주 잡고 걸으며 아무 의미 없는 말들을 나누며 즐거워하듯이 60 이후에 찾아온 첫사랑은 그저 마음 따뜻한 길동무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사막을 달릴 때처럼 사람들을 경건하게 대할 수 있다면 좋겠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알몸으로 녹아 모래가 되어 바람에 흩날리고 싶다. 청춘은 푸르름의 절정이 아니었다. 내가 푸르름의 절정이다. 인생의 르네상스를 열어가기 좋을 때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사랑하기를, 도전하기를, 꿈꾸기를, 끊임없이 나를 가꾸기를 멈출 수가 없다.


60의 사랑과 건강, 지혜, 추억, 기쁨, 희망 등은 바람개비 같은 것이다. 가만히 들고 서 있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들고 뛰어야 뱅글뱅글 돈다. 투표권을 들고 앞으로 달려 나가자! 우리는 투표권을 가지고 세상을 바꿀 혁명을 할 수 있다. 고혹적인 진보의 가슴을 가지고 투표권을 들고 앞으로 뛰어 나가자. 세상이 아름답게 뱅글뱅글 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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