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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절대로 엘리트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으면 보통 마라토너는 다 할 수 있고 제가 못 해도 다른 마라토너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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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입에서 나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국토순례마라톤에서 만난 사람들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16-10-10 (월) 00: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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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을 통해서 들어갈수록 신비한 우리의 산하와 각 지역의 토속음식을 접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과 만나 사람들이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한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소중한 시간이다. 그 이야기들이 현재의 대한민국이고 미래를 이해하는 초석(礎石)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각도에서 보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가까운 이웃의 이야기이고 또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그의 입에서 나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잘 훈련된 성직자들조차도 자기 이야기만 하려는 우를 범하곤 한다. 현대인들의 대부분 질병은 마음으로부터 연유한다고 하니 육신의 병을 고치기 이전에 마음의 병을 고쳐야한다. 육신의 병이건 마음의 병이건 소통하지 않으면 병이 생긴다. 통증이란 통하지 않는 증세이다. 마음의 병은 사람들이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오해하고 왜곡하기 때문에 생긴다. 그래서 현대는 의사보다도 성직자의 역할이 더 중요한데 성직자들 대부분은 교세를 확장하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 어느 시대보다 종교가 필요한 시대에 사람들은 종교를 떠나 SNS에 맹신(盲信)하고 매달린다. 스마트폰만이 사람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고 스마트폰만이 사람들에게 답을 해준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두 손으로 잡고 기도하듯 열중한다.

 

사람들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줄 사람을 찾지 못해 외롭고 쓸쓸하고 괴롭기까지 하다. 국토일주 순례마라톤은 어찌 보면 이야기 순례여행이 될 것 같다. 한반도에 바람처럼 강물처럼 흘러 다니는 이야기들과의 만남의 시간이다. 그리고 아무도 그리 크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내 자신의 이야기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는 거룩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랬었다. 남들이 나를 조금만 무시해도 무지하게 화를 내면서도 정작 내 자신은 내게 콧방귀도 뀌지 않았었다. 내면 깊숙한 곳에서 넘쳐 나오는 장엄한 소리를 무시하고 모른척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사람취급을 했었고 꿈도 희망도 없는 바보취급을 했었다.

 

오늘은 마산에 사는 권순태씨를 마산역에서 만나 그가 차로 뒤에서 보호를 해주어서 안전하고 쾌적한 달리기를 할 수 있었다. 권순태씨는 달리기를 시작하고 바로 풀코스 마라톤을 뛰고, 일 년에 풀코스 마라톤을 40 회씩 뛰었다고 한다. 담배를 피우면서도 서브쓰리를 한다고 한다. 달리고 나서 피우는 담배 맛은 최고라고 한다. 담배를 피우면서도 마라톤을 잘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잘 한 일은 담배를 끊은 일이었다. 내 생각과 많이 다르지만 나는 오늘 온전히 그의 말에 기를 기울였다.

 

도심을 통과할 때는 늘 길 찾기에 애를 먹는데 오늘은 그런 걱정을 안 해도 좋았고 특히 터널을 통과할 때 뒤에서 보호를 해주어서 얼마나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뛰었는지 모르겠다. 터널은 도시와 도시를,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돕는다는 의미에서 필요하지만 별로 높지도 않은 산들의 허리를 뻥뻥 뚫어서 영 가슴이 답답하다. 자연은 한번 훼손(毁損)하면 복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백두대간 낙남정맥의 최고봉인 무학산. 학이 날개를 펴고 훨훨 나는 듯한 형상이라고 해서 무학산이라고 한다. 참 우리 조상들은 상상력이 뛰어나다. 이 마을 저 마을, 이 산 저 산을 넘으며 마주치는 마을 이름이나 산과 강 이름이 어찌 그리 예사롭지 않은지 듣고 보면 늘 감탄하곤 한다. 태백산맥이 남쪽으로 치달리다 바다를 만나 마지막 힘을 쓰면서 솟아오른 산이다. 바다와 산맥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곳을 달릴 때면 마치 분쟁지역을 통과하듯이 힘이 들다.

 

봄이면 진달래꽃이 유난히 아름답다는 무학산 기슭에 삼학사가 있다. 조금 더 가다 산언덕에서 마산항을 중심으로 산과 들과 항만과 신도시 그리고 바다가 치마폭처럼 펼쳐져서 한 프레임 안에서 잘 어우러진 마산시가 아름답고 호젓하게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저 바다는 어떤 강물도 다 품어서 각각의 강이 안고 온 소리를 만질 수 없는 시간 속에 담아서 멀리멀리 흐른다.

 

점심으로 돼지낚지를 시켰는데 너무 푸짐해서 요즘 나의 엄청난 식욕으로도 다 먹지 못하고 나왔다. 진동을 거쳐 임곡까지 와서 권순태씨와 헤어졌다. 조금만 더 가면 모텔이 있을 거라고 자기는 회사에 들어가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하겠다고 한다. 그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조금만 더 가면 나올 줄 알던 모텔이 안 나와서 오늘은 이번 여행 중에 가장 장거리인 51.5 km를 뛰고 배둔삼거리에서 마감을 하였다. 평소보다 5,6 km 더 뛴 것이 피로가 되어 온몸을 감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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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는 뱀의 독처럼 몸을 가득 채우며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조금씩 피로가 누적(累積)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뱀에 물렸을 때처럼 갑자기 들이닥친다. 우리 몸은 하이브리드이다. 근육에서 연료를 제공받아 태우고 나면 다른 곳에서 연료를 끌어다 쓴다. 몸 곳곳에 있는 연료가 다 떨어지고 나면 피로가 점령군처럼 몰려든다. 이제 겨우 숟가락 하나 들 기운 밖에 남지 않았다. 대충 씻고 식당을 찾아 나섰다. 피로가 모기떼처럼 윙윙거리며 달려든다. 이제는 식당을 찾아갈 기운마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모텔 바로 앞에 만두 포장마차에서 만두와 진빵을 사다 먹고 실신하다시피 떨어져서 밑도 없는 잠에 빠져든다. 다행히 숟가락 들 힘을 내일을 위해 비축(備蓄) 할 수 있었다.

 

시대가 한없이 변해도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끈끈한 인간관계이다. 돈도 권력도 명예도 결국은 사랑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이런 것들이 있으면 더 관심 받을 것 같기 때문이다. 네가 내게로 와 나를 충만하게 하고 내가 너와 더불어 삶이 온전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리는 삶의 갈증(渴症)을 해소해주고 청량감을 주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해주는 우물이 필요하다.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다시 샘솟을 때는 맑고 청량감을 주며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준다. 우리의 고뇌와 분노, 미움이 다른 사람의 가슴 속에 흘러 들어서 위로 받고 나면 한없이 가볍고 충만해진다. 개구리를 우물 안 개구리로 가두어두는 우물이 아니라 마을 사람 모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와 소통의 장이 되는 우물, 마라톤이 나에게는 그런 우물이다. 마라톤은 사막과 같은 무미건조한 나날에서 가슴을 적셔주는 그 무엇을 찾아 달리는 나의 욕구의 표현이고, 길을 떠나 사람을 만나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나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그것은 나의 행위예술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소통을 하지만 숨소리를 듣지 않고 살 냄새, 땀 냄새를 맡지 않고 하는 소통은 신기루와 같은 거다. 그래서 SNS가 우리에게 약간의 위안을 주기는 하지만 바닷물처럼 마음의 갈증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원하는 것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샤핑몰에 주문을 하고 크레딧카드로 지불하는데 익숙해졌다. 그러나 마음의 갈증을 푸는 청량한 우물물을 파는 곳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제나 마라톤을 뛰고 들어왔을 때보다 더 갈증이 심하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남의 관심을 받는 일에 목숨을 걸어왔다. 관심을 받기 위해서 보채고 울었다. 관심을 받기 위해서 웃고 재롱을 부리며 춤추고 노래했다. 관심을 받기 위해서 예쁜 옷을 탐했다. 남들이 내게 무관심할 때 우울하고 화가 나고 외롭고 서글펐다. 때로는 기다리다 화가나 문을 아예 닫아버리기까지 한다.

 

대부분의 미친 사람들이 혼자 웃고, 혼자 떠들고, 혼자 중얼거리는 것은 아무도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쳐버린 것이다. 귀는 두 개이고 입은 하나여서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훨씬 쉬우련만 사람들은 자기 말만 하려하고 들으려 하지 않는다. 들으면 마음이 통한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면 찡하고 전기가 통하듯이 감동이 온다.

 

달린다는 행위는 자연으로 또 인간에게 달려가는 행위이다. 자연으로 달려가고 사람에게 달려가서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서 내가 치유되고 상대방을 낫게하는 적극적인 의료행위이다. 내가 누구에게 달려가면 상대방은 또 내게 다가온다고 하니, 가고 오는 것이 서로 다르지 않다. 국토순례마라톤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달려가니 사람들은 내가 찾아온다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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