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대표의 큰절외교? 창조외교?

 

일개 분대 국회의원과 수행원 및 출입기자들로 구성된 소대병력을 이끌고 방미외교 전투에 참가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큰절 외교가 큰 파장(波長)을 낳고 있다. 예비역 대한민국 군 면제자 김무성 소대장은 미국언론의 무관심과 한국언론의 조명속에 미연방 행정부와 의사당 주변을 며칠동안 부지런히 돌고 돌았다. 워싱턴의 불볕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돌격 앞으로"를 외칠 때마다 한국언론은 '김비어천가'를 불러제꼈다. 가는곳마다 찍어대는 인증샷 외교를 한국국민들만 친절하게 받아보고 있다. 급기야 한국전 참전 미국용사들을 만나서, 미국립묘지 워커 장군 묘지에 엎드려 절하는 새로운 모델의 플랫폼까지 개발됐다.

 

 

 

대한민국의 유력 대권주자가 보여주는 전근대적이며 비외교적인 의회 외교활동들을 오직 한국 언론만이 충실하게 중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언론 누구도 김대표의 방미 외교 활동을 기사화 하지 않은 현실은 한국 외교의 실상(實相)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국의 일개 차관보가 방한해도 대통령을 면담하고 한국 언론에 그 내용이 도배 되지만 한국 대통령이 방미하면 미 유력 언론의 메인 뉴스에 나오는 일이 거의 없다. 한국의전 서열 2위인 정의화 국회의장이 얼마전 방미했을 때도 미국 언론은 단 한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1905년 7월 29일 카쓰라 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한반도 점유권을 인정받은 날, 군면제자 김무성 소대장은 워싱턴 정가에서 아마추어 태자책봉 외교를 펼쳤다. 이왕지사 미국에 왔으면 젖 먹은 모든 연줄을 동원하여 미연방의회 출입기자들이나 국무성 출입기자들을 초청하는 자리를 만들었어야 했다. 한반도 평화통일과 한미동맹에 관한 창조적 발상의 기자회견이라도 해서 미국 시민들에게 한미동맹이 왜 필요한지 이해력을 높였어야 했다,

 

한국서 데리고 온 39명의 새누리당 출입기자들의 입심과 펜심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의 한국특파원들을 초대하여 "중국보다 미국"이라며 일부종사 동맹을 강조했다. 독일 콜 수상이 어떻게 우방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르바쵸프를 설득하며 동서독 통일에 성공했는지 공부좀 하라고 간곡히 부탁하고픈 심정이다.

 

미국서 '큰 절'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그가 왜 대한민국 국경일에 국기에 대해서는, 연평해전 용사들에게는 큰 절을 올리지 못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단 한번이라도 순국선열(殉國先烈)들에게, 독립유공자들에게, 한국전 참전 용사들에게, 세월호 피해자들에게 진정한 큰 절을 올렸는지 묻고 싶다.

 

외교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고 오직 국가 이익만 추구하는 냉정한 국제질서의 전장이다. 중국에 직격탄을 날리며 미국에 아부하는 아마추어 외교를 펼치는 집권 여당의 대표 앞에서 징용과 정신대의 해방 귀국선을 지켜본 태종대와 삼학도가 울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라마다 국가 의전과 의례가 있는 것이다. 한국전 참전 용사들에게도 국격과 품격을 갖춘 채 최상의 경의를 표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영화 조폭들의 형님 동생도 아니고 아무데서나 머리를 조아리고 큰절을 올리는 몰지각과 몰문화에 실망의 해일(海溢)이 몰아칠 것만 같다.

 

그렇게도 보은하고 싶다면 미 국립묘지 분향 탑에, 무명용사 탑에 동포 의장대를 대동하고 격식을 갖춘 의식을 행했어야 했다. 더하여 워커 장군 참배도 의원과 수행원, 기자들 끌고가지 말고 혼자 가서 큰절하고 묘비 새 똥 닦고 돌아와야 보은의 진정성이 보일 것이다. 아직도 미 보훈병원에 많은 한국전 상이용사들이 입원해 있는데 단 하루라도 가서 자원봉사 활동을 했어야 하지 않는가.

 

워커 장군 묘비 앞에서 큰절을 하고 새똥 닦은 것이 무슨 큰 전공이라도 되는 것처럼 한국 언론은 도배하였다. 너무나 단촐하고 초라하기까지 한 워커 묘비를 보면서 느껴지는게 없었을까.

 

미 국립묘지는 앞줄과 뒷줄, 옆과 옆 비석사이의 공간이 좁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들어가서도 안 되고 몇 십 명이 큰 절을 올릴 환경이 아니다. 절을 하면서 뒷발로 다른 묘를 차고, 주위를 김 대표 일행이 밟고 다니는 장면은 보은(報恩)의 동방예의지국은 커녕, 불경스러운 이방인의 모습에 불과하다.

 

김무성 소대는 미국에 와서도 행정부 차관급, 연방의원들, 상원의원들과 의례적인 사진 외교와 차기 유력 주자에 눈도장 찍고 싶어하는 해바라기 동포들과의 파티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김대표가 아무리 미국은 우리의 첫 번째 맹방(盟邦)이라 외쳐도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한참 뒤쳐진 우방이다. 미 국무부 자료에 일본의 지도는 부속영토인 양 한반도까지 따라붙지만 한국 공식지도에는 한반도의 반 토막만 나올뿐이다. 나경원 외교 위원장도 동행했지만 무얼 하고 갔는지 알 길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독립운동에 벽돌 하나 놓지 않은 집안에서 자란 부잣집 도련님은 왜 군면제자가 되었을까. 오늘도 김 소대장은 별 다섯 개를 다는 몽실몽실한 대권을 꿈꾸고 있을까. 맨해튼의 후덥지근한 바닷바람이 꼭 불볕더위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