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선도하는 미국의 심장 백악관의 뉴스를 만들어 내는 백악관 기자실은 특권과 특혜가 없는 17평정도의 초라한 모습이다. 그 흔한 TV, 소파, 폼 나는 등받이 의자, 티 테이블도 없다. 없는 것이 너무 많은 백악관 기자실, 그러나 그들은 세계 최고의 반향을 일으키는 뉴스를 생산하면서 지구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필자는 백악관 취재를 할때마다 미국의 민주주의와 소통의 리더십, 국민들의 대통령에 대한 따뜻한 신뢰를 느낀다. 대통령이 브리핑룸에 등장하면 일일기자증을 달고 스마트 폰으로 사진 찍기에 바쁜 기자들도 많다. 대통령은 만민의 연인이자 친구같다. 대통령이 왔는데도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어 주는 청중이 없다면 얼마나 쓸쓸할까. 탈 권위를 앞세우며 백악관 기자실에 알리지도 않고 SNS에 먼저 기사를 내보내는 오바마 대통령의 다양한 소통 방식을 세계의 권력자들은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
1. 백악관 출입 기자들은 백악관 언론담당자와 이메일로 소통한다?
백악관 기자실에 초청되는 기자뿐만 아니라 국무부 외신 기자실에 등록된 기자들에게 홍보용 이메일은 하루에도 몇 통씩 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에 회담 목적 주요 의제 등을 브리핑하는 것이다. 대통령 연설이 끝나면 즉시 연설 전문을 보내온다. 담당자에게 잘 모르는 사항을 질문하면 즉시 친절한 답장이 온다. 혹시라도 언론 담당자가 실수하면 정중한 사과 이메일은 기본이다.
2. 대통령 행사는 백악관 정식 출입기자만 허용한다?
아니다. 백악관은 대통령 행사 종류에 따라서 기자들의 초청대상을 달리하며, 1인 페이스북 운영자와 때로는 어린이기자도 초대된다. 정식 출입기자가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FBI의 신원조회를 거쳐 주3일 이상 취재를 할 수 있다면 가능하다. 대통령 행사에 참석하게 되면 미디어석이 선착순으로 배정된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다투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 비디오나 사진촬영의 경우 서로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배려한다. 대통령이 연설하는 연단 바로 앞에는 풀기자단이 자리 잡아 사진과 비디오 근접 촬영을 한다. 행사장에 따라 대통령에 근접해 사진과 비디오 촬영을 할 수가 있다. 지난달 29일 미일정상회담 기자회견때 AP의 사진담당 여기자는 바로 필자 앞에서 사다리를 이용해 촬영하면서도 사진기자도 아닌 필자를 위해 많은 양보를 해주었다. 한 기자가 아베총리에게 위안부 사과의향 질문을 던졌을 때 위안부 성노예 소녀들의 (冤魂)이 바람 되어 불었을까. 자다가 봉창 뜯는듯한 답변을 하던중 아베의 원고 3-4장이 순식간에 허공에 떴다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해프닝이 있었다. AP 기자는 멋지게 그 장면을 잡았고 필자는 두 눈에 담았다.
3. 백악관 기자실 출입증만 있으면 마음대로 경내를 다닐 수 있다?
아니다. 출입증은 그때그때 다르다. 기자실 출입증은 백악관 북서 게이트와 기자실에 안내직원 없이 다닐 수 있다는 뜻이다. 필자는 세 종류를 경험했다. 오렌지색 Press 증, 보라색 A, 보라색 Appoinment A Escort(반드시 안내직원이 동행한다)다. 어떻게 분류하는지는 최고의 비밀일 것이다. 출입증을 신청하면 이메일로 미리 통보된다. 몇시까지 어디로 오면 안내 해준다는 친절한 설명이 있다. 기자실과 출입구만 왔다갔다 할 수 있을뿐, 백악관 경내 및 실내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을 수는 없다. 커피를 세잔이나 마시고 이스트윙 행사에 참석하는 바람에 한시간 후에 지하 화장실로 달려갔다. 화장실 입구 서재가 너무 아름다워 사진 찍느라 정신 팔려 있는데 안내 여직원이 찾아 와서 '기자들은 이 화장실을 사용할 수가 없다'고 한다. 급한 용변을 해결해야 한다고 하소연해도 소용이 없었다. 기자실 가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그날 백악관 화장실 세면대에서 손 씻고 사용한 백악관 문양이 들어 있는 고급 종이타월을 기념으로 갖고 왔다. 사회자가 학생들에게 말한다. 오늘 백악관 화장실 종이 타월이 동났을거라고, 모든 참석자들이 한 바탕 웃는다.
4. 백악관 기자실의 최고 인기장소는 브래들리 룸이다?
브래들리룸은 브리핑 룸이다.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하지 않을 때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대변인처럼 연단에 서서 백악관 로고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백악관을 특별 방문하는 단체 학생들이 좋아하는 코스이다. 워낙 기자실이 좁기 때문에 브리핑 룸이 사용되지 않을 때는 의자에 앉아서 졸거나 카메라 뒤에서 불편하게 드러누워 자는 모습도 볼 수 있다.
5. 백악관 기자실 인터넷은 무료다?
아니다. 백악관에서는 기자실에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지 않는다. 전용 박스나 좌석이 있는 AP통신 등 거대 언론사를 비롯, 모든 언론사는 무선 4G 인터넷을 신청하여 사용한다. 필자는 주로 무제한 데이터 스마트 폰으로 데스크와 늘 소통을 한다.
6. 백악관 기자실엔 무료 생수가 있다?
없다. 기자실에서 무료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수돗물밖에 없다. 커피 끓이는 물도 본인 취향에 따라서 수돗물을 사용하거나, 미리 들고온 생수 또는 자판기 생수를 사용한다.
7. 백악관 기자실엔 자판기가 있다?
자판기는 2대가 있는데 한대는 음료수, 다른 하나는 간단한 스낵 등을 판다. 커피도 공짜는 없다. 단지 1회용 커피, ‘컵팩’을 추출할 수 있는 머신만 두 대 있을뿐이다. 그래서 마시고 싶은 커피 컵팩을 갖고 와야 한다. 이날따라 커피가 땡긴 필자는 다른 기자의 호의로 1회용 커피 두잔을 마실 수 있었다. 기자실 한쪽 벽엔 할리우드 스타 톰 행크스가 기자들을 위해 에스프레소 커피메이커 한 대를 기증했다는 1단기사가 붙어있다. 한국의 톱스타가 청와대 기자실에 소박한 커피메이커 한 대를 기증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8. 백악관 기자실 공용 머그컵은 깨끗하다?
아니다. 공용 컵은 사용자가 세척을 하지 않아서 곰팡이 피기 직전인 것들이 있다. 그래서 조크를 던졌다. “여기 백악관 기자실 머그컵을 보면 공산주의는 자본주의를 이길 수 없다. 공용이니까 관리가 안되어 곰팡이 피기 직전”이라고 한바탕 웃었다.
9. 백악관 기자실에는 구내 식당이 없다?
거의 모든 출입기자들은 점심을 싸 와 냉장고에 넣어 두고 토스트기나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다. 도시락을 싸오지 않으면 굶을 수 밖에 없다. 필자는 미일 정상회담때 도시락을 깜박해서 배고픔을 달래느라 백악관을 나와서 G St(백악관 옆도로)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백악관 담벼락따라 한바퀴 도는데, 위안부 항위 1인시위하는 김종훈의원은 사진 찍고 돌아갔는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10. 백악관 기자실의 화장실은 3종 세트다?
화장실은 남성전용, 여성전용 그리고 남녀겸용 표시와 장애인 표시가 새겨진 곳이 있다. 아마도 제3의 성을 배려한 것 같다. 한 여기자가 비어 있는 여성 화장실을 사용하려던 남성 기자에게 항의한다. 결국 그 남자는 남성 화장실로 가야 했다. 누군가, "인류 탄생 이후 여성은 여성 전용, 남성은 남성전용만 사용했다면 우리는 지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들은 인류의 존재를 위해서 남녀 공용주의자인지도 모른다"고 농담한다. 화장실 (文樣)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을 보고 여기자들이 웃는다. 나도 웃는다.
* 필자는 워싱턴DC의 칼럼니스트이자 웹서치 전문가이다. 국무부 웹사이트(www.State.gov)와 국립지리국 등 미 정부 기관과 대학 도서관 등의 잘못된 한국 정보를 정정하는 활동과 함께 안중근 의거 등 100여년 전 영어권 매체의 한국 관련 신문사료를 발굴, DB화 작업을 하고 있다.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에 '윌리엄 문의 IT 세상'을 연재하며, 뉴스로 워싱턴 특파원 자격으로 백악관도 취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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