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버지니아의 한인타운 애난데일의 브리지 베이커리에서 특별한 분을 만났다. 위안부 피해자로 너무나 잘 알려진 이용수할머니다. 할머니가 워싱턴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지난 2007년 미하원에서 역사적인 위안부결의안이 통과됐을 때 의회 청문회장에 나와 끔찍했던 일본 제국주의 군대의 만행을 낱낱이 공개해 미 국민을 전율(戰慄)케 했다.
할머니가 워싱턴DC에 온 것은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29일 미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전범역사를 부인하고 야스쿠니신사를 대놓고 참배하는 극우파정치인, 한인사회는 그가 이대로 의회 연설대에 선다면 일본에 면죄부(免罪符)를 주는 일이 될 것이라며 총궐기 태세로 나오고 있다. 그 전위에 할머니가 서 있다.
인터뷰 자리엔 서옥자 워싱턴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서옥자 고문, 한국서 오신 곽수연님 등이 함께 했다.
1. 길고 긴 나날의 봄날의 꿈을 꾸었다. 현 일본 공화국의 아베 대통령의 어머니가 한국제국 식민지 치하 도쿄에서 1933년 일본 자생 폭력단들에게 인신매매(人身賣買)되어 한국제국의 자치령인 유구왕국에서 남중국 방위사령부 군인 상대로 성매매를 한 기록이 발견되었다고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일면 탑기사로 보도했다. 아베 대통령의 대변인은 “대한제국을 계승한 대한민국은 즉각 일본내 생존한 종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죄와 모든 법적 배상을 하여야 한다”고 즉각 성명을 발표하면서 “맹방인 미국과 이 문제를 긴밀히 논의 하면서 오는 4월 29일 미연방상하원 의원연설에서 미국과의 선린관계증진과 대한제국의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강력하게 우방들과 협력하여 밝히겠다” 했다. 대한 입헌군주국의 박근혜 수상은 “대한제국시절 제국내에서 저질러진 모든 반인륜적 범죄는 점령지내 도교를 중심으로 한 일본폭력단체에 의한 위법행위이기에 대한제국은 이와 관련 책임이 없다”고 중국을 방문하던중 성명을 발표했다.
2.허공에 하루가 다루게 채워가는 초록빛 향연(饗宴)을 즐기면서 워싱턴을 방문 중인 이용수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은 봄의 축복으로 가득했지만 꿈 많은 16살 소녀가 가미가제 일제 군인들에게 짋밟힌 소녀의 순정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울분이 치솟는다.
3. 이용수 할머님을 처음으로 뵈는 순간 한라산의 한란처럼 곱디 고우시고 선하고 순수하였다. 87살이 믿어지지 않은 육체의 나이와 시궁창 같은 일본제국의 반인륜적 범죄의 피해를 꽃도 피어 보지도 않은 나이에 겪었지만 악마를 물리친 자비로운 연꽃 한송이를 뵌 듯이 고요하시다.
4. “지금까지 미국에 3번째 왔어요, 2007년 5월에는 기쁨으로 증언하러 미국에 왔어요. 역사의 정의를 세우는 미연방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7월 30일 만장일치(滿場一致)로 통과 되었어요. 일본의 친구 미국은 일제에 의한 위안부 강제동원을 시인, 사과하고 책임을 인정하라고 일본정부에 요구했어요.”
5. 그러나 2015년 4월 할머니는 다시 워싱턴을 찾았다. “역사의 산증인, 일제에 의한 성노예 피해자 이용수 앞에서 일본 아베총리는 이용수의 눈을 똑바로 보고 진실을 말하라” 할머니는 16살 소녀가 되어 울부짖고 있었다. 봄바람이 연꽃 숲에 불어와 꽃잎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이용수 소녀의 고요하면서도 애잔한 목소리 속에서도 힘찬 절규(絶叫)가 폭포처럼 넘치고 있었다.
6. “아베 총리는 역사를 부정하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이용수가 왜 위안부입니까. 위안부가 아닙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이름을 지어준 이용수이고 조선의 장한 딸입니다. 한밤 중에 일본군에게 이유도 모른 채 끌려갔고 일제가 나를 성노예로 만들었습니다. 군인 방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때리고 전기고문까지 했어요. 명이 길어서 살아남아 내 입으로 내가 당한 일제에 의한 성노예 생활 전부를 빠짐없이 진실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7. “그러나 아베 총리는 역사의 산증인 앞에서 거짓말을 쏟아 내고 있습니다. 구천(九泉)으로 먼저 떠난 강제군위안부 피해자 소녀들을 위해서 일본의 사죄와 배상 없이는 절대로 죽을 수 없어요. 200살까지라도 살아서 꼭 일본으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을 받아서 눈을 감아 구천에서 맴돌고 있는 원혼들을 달래주고 싶습니다.”
8. “아베 총리가 말하길 전쟁이 있는 곳에 위안부 여성있다는 망발이 어디 있습니까. 일제 정부가 일제 군인들을 위해서 위안소를 만들고 위안부를 강제로 끌고 간 것이 아닙니까.”
9. “부모님과 6남매의 행복한 가정의 15살 고명 딸에게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저질을 수 없는 성노예를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인신매매 당했다고 아베 총리의 망발에 울분(鬱憤)이 치솟습니다.세상을 하나도 모르던 제가 끌려간 곳은 일제가 점령한 대만의 신주 가미가제 공군부대입니다. 그 부대에서 21살 일본군인이 요시꼬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고 치욕의 성노예 생활을 했습니다. 어느날 부대내에서 비행기 청소일 등을 하는 대만 노무자가 담밖에서 전쟁이 끝났다고 알려주었어요. 그후 수용소를 거쳐서 1946년 집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10. 행복하고 단란한 집은 이용수 소녀의 행방불명(行方不明)으로 아버지는 술로 세월을 보내서 중풍이 재발하여 먼저 돌아가시고 후에 어머니마저 병으로 돌아 가셨다. 그렇게 고명딸의 행복을 누릴 천부적 인권을 일제는 처절히 짓밟았다. 난 도저히 이용수 할머니에게 가족사를 여쭈어 물어 볼 용기가 없어서 입을 닫았다.
11. 아무리 연꽃향의 자비로움이 있을지라도 분노하는 마음이 없으리라. 그러나 이용수 할머니는 이웃나라 일본과 친교를 나누기 위해서, 자라나는 한일 젊음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원한과 원망을 뛰어 넘기 위해서 일본은 고개를 숙이고 공식적인 사과와 법적인 배상을 평화적으로 하여야 한다고.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다고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또랑또랑 결기어린 목소리로 힘주어 말씀하신다.
12. 어제 21일 할머니는 혼다 하원의원이 역사의 진실 앞에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은 모국의 잘못을 지적하는 연설을 경청(傾聽)하며 감동을 받았다며 아버지 같은 따스한 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애쓰시는 미 의원들에게 한없이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13. 그러면서 힘주어 말씀하신다. “일본 국민을 살리고 일제가 저지른 죄에 대해서 공식적인 사과를 바랍니다. 꼭 사과와 배상을 하십시오. 거짓말을 그만하세요. 역사의 산증인이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 있습니다. 아베 총리가 상하원 의회 연설할 때 역사의 성노예 피해자 산증인 이용수가 똑바로 앉아서 두 눈을 크게 부릅뜨고 바라 볼 것입니다. 아베총리는 역사의 산증인 앞에서 진실을 말하고 잘못을 뉘우치길 바랍니다.”
14. 이용수 할머니는 98년도 일제 위안부 아시아 연대 관계자들과 대만 신주 공군기지를 방문했다. 그때 해방을 알려준 대만 노무자와 재회를 할 수 있었다. 대만 노무자는 이 공군기지가 그 당시 일제 가미가제 공군기지라고 증언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근처 바다로 가서 성노예 피해자 원혼을 위로하기 위해서 남자 여자 인형 한쌍을 바다에 띄웠다. 이어 근처 산으로 가서 약식 위령제(慰靈祭)도 올렸다.
15. “인터뷰 할 때마다 과거의 성노예 고통이 동반되어 몰려 오면서 잠을 잘 못자요. 전기고문 후유증도 남아 있고 환청, 환상이 있어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요.”
16. 망각되지 않은 성노예 피해자는 구순을 바라보고 있지만 일제의 반인륜 범죄에 빼앗긴 16살 소녀의 인생은 송두리째 뽑혀져 허공과 바다에 부유(浮遊)하고 있다. 오직 일제의 정부를 계승한 일본 정부의 진정어린 사죄와 배상이 있어야 구천에서 맴돌고 있는 성노예 피해자들의 원혼을 달랠 수 있고 당신도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구순 나이에 무슨 삶에 애착이 있겠냐. 일본의 사과와 배상이 없이는 눈을 감을 수 없다고 하신다.
17. 이용수 할머니는 창밖 나목의 숲에 펼쳐지는 초록빛 새순에 자주 눈길을 주시면서 16살 꿈많은 소녀가 되어 첫사람 봄바람을 맞을 준비를 했던 그 오래전 퇴화(退化)된 기억을 끄집어 눈물을 짓고 있는지 모른다. 인터뷰 내내 할머니는 마음의 강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초록빛 새싹을 키우는 원망과 원한을 거름으로 쓰고 싶은 할머니의 소망 우리 모두의 소망, 반인륜적 일제 범죄의 피해자들의 외침이 마른하늘에 비가 되어 내리면서 새싹을 키우고 있다.
18. 그러면서 덧붙이신다. “어느날 마후라로 얼굴을 가린 한 여인이 우리 집에 와서 나를 찾더니 죽기전에 고백할것이 있다고 해요. ‘내가 너 끌려 갈 때 너희 집에 일본 군인하고 같이 왔던 여자’라고 ‘꼭 이 말을 해야 내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아서 왔다’고. 맨살 얼굴을 보여준 여인네는 성병에 걸려 고통을 겪고 있었다. 할머니는 잊고 싶었던 그때의 기억을 또다시 되살려 말한다.
19. “아베 규탄 대회를 준비하고 따뜻하게 우리들을 항상 맞이 해주시는 동포들에게 너무나도 뼈저리게 고맙고 피눈물 보다도 진한 혈육(血肉)의 정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태어나도 어찌 이 은혜를 다 갚지 눈 감을때까지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20. 이용수 할머니를 소개할 때 ‘이용수 어머니’라고 호칭 해 줄 것을 부탁 드렸다. 평생 결혼하지 않고 치유될 수 없는 기억이 가슴 밑바닥에 침잠(沈潛)한 그분을 어머니라고 불러 드리고 싶었다. 대화 내내 꿋꿋한 모습으로 인터뷰를 해주신 이용수 어머니가 무병장수하시길 빌고 또 빌었다.
못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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