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의 나라’ ‘오페라 에비타’(1930년대 페론 대통령의 부인 에바 페론) 정도로만 알려져 있는 광활(廣闊)한 영토의 아르헨티나를 살펴보자.
아르헨티나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은(銀)’이라는 Argentum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특히 18세기 초 아르헨티나 독립 전쟁 당시 식민지 국가로서 국민의식을 고취시키는데 이 이름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는 자칫 인류학(人類學)의 역사에 큰 해를 끼칠뻔 했다. 찰스 다윈을 스파이로 착각해 체포한 사건 때문이다. 찰스 다윈이 남미 탐험 당시 브라질에서 대륙 반대편에 있는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섬으로 항해하던 도중 그가 탄 HMS Beagle호가 아르헨티나 해군에 잡히게 된다.
거기서 다윈은 간첩 혐의를 받게 된다. 당시 그곳에 출몰하는 영국인에 대한 의혹이 워낙 컸던 아르헨티나 당국은 찰스 다윈이 자연 생태계를 연구한다고 한 말을 국가 정보를 빼가는 스파이라고 확대해석한 것이다.
만일 찰스 다윈이 아르헨티나 감옥에서 풀려나지 못했다면 그의 진화론이 탄생을 하지 못했을 것이고 당시까지 금기였던 화석 발굴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장류와 사라진 두 발로 걷는 종족을 연구하는 인류학도 이렇다 할 연구성과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르헨티나는 남미에서 두 번째 전세계에서 8번째로 큰 국토를 자랑한다. 한반도 면적의 거의 14배에 달하는 광활한 땅이다. 영토만 큰 것이 아니다. Pampas라 불리우는 대초원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인구는 남한 인구와 비슷한 4000 만명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여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르헨티나를 연구하는 동료 인류학 교수에 따르면 아침 영업시간이 10시쯤 시작해서 12시에 끝나고 오후의 휴식이라는 Siesta가 12시부터 2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이때 거의 모든 상점과 은행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
물론 상류층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보통 저녁 시간이 밤 8시에 시작하는데 10시까지는 앉아서 주식을 먹는 것이 아니고 이 나라의 유명한 와인 생산지 Mendoza 지방에서 생산한 Malbec 와인을 마시면서 담소를 나눈 후 10시 이후에나 아르헨티나식 구이 방식인 Asado(숫불구이)로 요리한 각종 고기를 먹기 시작해 보통 새벽 2시나 되야 저녁이 끝난다고 한다.
촌각을 아껴가며 열심히 살아가는 한국 사람의 눈에는 게으르게 보일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만큼 여유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다. 국민 개인 소득은 한국에는 미치지 못해도 남미에서는 가장 높은 1만 4000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천혜의 땅이지만 계속된 군부 독재, 극단적인 빈부 격차, 정경 유착과 부패, 낙농, 농업에 치중된 경제 구조 등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 기간 동안 많은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외국으로 이민을 하게 되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아르헨티나 국민 중 거의 85%가 유럽에서 이민 온 백인들의 후손들로 몇 대가 흘렀지만 정치가 불안해지고 민심이 흉흉해지자 본인들의 고향인 스페인, 이태리 등으로 되돌아가기가 쉬웠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미국행 비행기를 탄 이민들의 숫자는 다른 남미 국가에 비해 비교적 적다. 현재 인공식 통계에 따르면 약 150 만명의 아르헨티나 계 미국인들이 있다고 한다. 많은 숫자이기는 하지만 같은 기간 중 유럽으로 되돌아간 숫자를 500만명 정도로 추산하는데 비하면 매우 적다.
미국에 이민 온 많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주로 대도시에 자리를 잡는데 마이애미와 뉴욕시가 역시 큰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미국으로 이민 온 대다수가 정치 망명이나 혹은 재산을 빼돌린 부자들이 많아 아직도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Seasonal Migration (계절 별로 여름은 미국에서 겨울은 아르헨티나에서 지내는 이민)을 즐긴다고 하니 경제력을 알만하다.
뉴욕시 퀸즈 지역에 35년 된 아르헨티나 음식점 ‘라 까바니아’가 있는데 필자가 이번 월드컵을 즈음하여 방문을 했다. 동양인 고객이 거의 없는 탓인지 한국과 축구를 하는데 자신이 있어서 인지 한국인이라니까 실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우선 그 유명한 멘도자 지방의 말벡 와인을 골라서 주고 아르헨티나식 숫불 구이 아싸도에 들어가는 갈비구이, 치맛살, 순대와 비슷한 피로 저무린 소세지와 돼지고기 폭찹을 주문하자 주인이 직접 나와서 진짜 아르헨티나 음식을 맛을 보라고 한다.
송아지 식도에 해당하는 Sweet Bread (빵이 아니다) 구이, 한국 곱창 구이와 맛도 비슷한 츄리소(Chrizo) 그리고 곱창 전골에 해당하는 치터링(Chitterling) 수프를 푸짐하게 즐겼는데 추가로 내온 것은 모두 서비스였다.
정감을 중요시하는 한국적 정서와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음식을 즐겼던 기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