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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불혹(不惑)에 평생의 꿈인 조종사가 되어 경비행기로 미대륙 횡단종단을 4차례나 했다. 비행경력 28년에 비행시간만 5천시간이 넘는다. 쌍발기부터 보잉747 등 모든 종류의 비행면허를 갖고 있으며 ‘조종의 예술’로 꼽히는 매뉴얼 비행의 일인자로 꼽힌다. 오늘도 '애기(愛機)' 파이퍼 워리어를 몰고 하늘을 나는 ‘60대 청년’ 신상철 기장의 파란만장한 항공인생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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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속에 비친 비행기..생텍쥐페리 <야간비행>

글쓴이 : 신상철 날짜 : 2011-07-09 (토) 09:02:07

2011년의 절반이 몇 시간 전에 또 기억의 저편으로 아주 가버렸네! 매년 6월에서 7월이면 생각나는 분, 6월에 태어나고 7월에 가버린 생 텍쥐페리.

행동주의 문학가 겸 위대한 조종사였던 생 텍쥐페리, 그이의 full name은 Antoine-Marie-roger de Sanint-Exupery.

 

www.en.wikipedia.org

20세기가 막 열리는 1900년 6월29일 불란서 리용에서 귀족의 아들로 태어나 44년이라는 짧다면 짧으면서도 굵은 생애를 살았다. 지금도 세상을 살아가는 방편이 아닌, 진정으로 비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우상(偶像)같은 존재이다.

비행기로 시작하여 비행기로 생을 마감한 진정으로 비행을 사랑했던 행동주의 문학가. 그이가 태어난 지 백주년이 되던 2000년엔 조국 불란서에서 대대적인 기념 및 추모행사가 있었다.

 

www.en.wikipedia.org

1944년 7월31일 지중해로 마지막 출격을 나간후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 생 텍쥐페리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나와의 이상한 인연(因緣)이다.

비록 태어난 곳은 달라도 살았던 행적(行蹟)이 나와 너무나도 닮았다는 것인데, 불란서에서 스페인에 옮겨 활동한 생 텍쥐페리처럼 나 또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마드리드를 거쳐 지나갔고 그다음 남미 알젠틴에서 4년반이나 살았다. 생 텍쥐페리 역시 알젠틴에서 오랬동안 비행 생활을 했다.

뉴욕에서는 2차대전 발발 후 왕성한 집필 활동으로 보냈는데 나 또한 이곳까지 쫒아와서 비행을 하고, 또 그이에 대한 글도 쓰고 하니 이것이 의도된 바는 아니지만 어쨌든 묘한 인연인 것만은 사실이다.


   

나는 비행기가 좋아서 비행기에 미쳐서 살아왔는데 2차대전 전후로 공산주의 사상이 많이 퍼져 있는 상황에서 생 텍쥐페리는 어떤 이데올로기 적이 아닌, 자기의 이념과 사상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 혹은 연장으로 비행기를 선택했다고 생각된다.

생 텍쥐페리를 행동주의 문학가라 하는 이유는 통상 작가들이 자신의 상상력 혹은 허구까지도 글로써 표현하며 실생활과는 전혀 다른 글을 쓰기도 하는 반면 그이는 일생을 자기의 생각과 이념대로 행동하고 진솔한 글로 남기고 장렬하게 마지막을 장식했기때문이다.

 


시인이나 소설가로서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지 않는다는 것은 그 당시 문학계에 일종의 이단 이었다. 즉 아무리 혹독한 시련과 무모한 모험, 어려운 승리라 할지라도 그것을 이야기하는 주인공이 글재주가 없으면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힘이 없어 생명을 잃은 소리가 되고 만다. 반대로 시련을 당하지 않고 고통을 겪지 않고 모험을 하지 않은 범용한 사람이라도 정확한 상상력만 가지고 있으면 행동의 매개(媒介)를 거치지 않은 창작으로 얼마든지 글을 빛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문학의 독특한 법칙이다.

문학이라는 것이 생긴 시초부터 그것은 위선(僞善)에 많은 봉사를 하였다. 문학을 가지고 용렬(庸劣)한 사람이 용기를 고취(鼓吹)할 수도 있고 용맹(勇猛)한 사람이 공포(恐怖)의 힘을 강조할 수도 있으며 자기는 인색(吝嗇)하면서 남에게는 자선(慈善)을 강요하고 방탕(放蕩)한 사람이 순결(純潔)을 강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생 텍쥐페리는 거의 20대 후반부터 매년 한권의 책을 쓰다시피 했는데 글 전부가 비행기와 관련된 작품이자 거의 실화(實話)를 바탕으로 한 자기 생애의 기록적 보고서이다.

    

◇ 셍 텍쥐페리 연보(年譜)

12세 : 처음 비행기를 타봄. 미국에서 비행기가 발명된지 불과 9년밖에 되지 않은 해.

14세 : 스위스 프리부르로 가서 마리아회 수도자들이 경영하는 중고등학교에서 공부.

17세 : 대학 입학 자격을 얻음.

19세 : 해군사관학교 입학시험 문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고 백지 답안 제출? 미술학교에 들어가 미술공부.(어린왕자에 삽입된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되었음) 공군에 입대하여 사고를 낸 후 영창 맛도 보고 Casablanca에 파견.

20세 : 조종사 면허를 받음.

22세 : 공군에서 소위로 제대후, Air France 전신 라태코에르 입사.

26세 : 직업조종사로 근무.

28세 : 남방 우편기 출판.

30세 : 남미 알젠틴 우편 비행회사에 근무하며 "야간 비행" 집필.

31세 : 야간 비행 출간.

35세 :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인간의 대지를 집필케 된 사건)

37세 : 스페인 내전을 취재하는 신문 기자로 변신.

39세 : 인간의 대지 발표.(미국에서는 Wind, Sand and Stars 로 발표)

42세 : 전시 조종사 발표.

43세 : 어느 인질에게 보내는 글.

어린 왕자 발표(한때 젊은이들 사이 유행했던 말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44세 : 7월 31일 오전 8시 30분 코르시카 보르고에서 그로노블, 안시 상공으로 최후의 출격을 한후 13시 20분까지 기지에 귀환하지 않음. 이제 휘발유 여유는 한시간 뿐, 14시 30분 사람들은 그가 이미 비행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음. 코르시카와 대륙간 (지중해 상공) 어딘가에서 독일 정찰기에 의해 격추되었을 것으로 추측됨.

유작 : 성체

생 텍쥐페리의 작품 중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야간 비행>과 <인간의 대지>에 대하여 소개 하고져 한다.

 


<야간 비행>

생 텍쥐페리가 30세 되던 해에 남미 알젠틴에서 집필한 책으로 그는 이 작품으로 불란서에서 문인으로 등단하는 신인 최고상 ‘페미나’ 문학상을 받고 20세기 석학 앙드레 지드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담겨진 문제작으로 인간의 타성과 더불어 싸우는 모습을 가슴 찌르는듯한 필치로 전개시킨 이 소설은 인간의 처지, 행동, 정력, 용기, 특히 우편항공회사 지배인 리뷔에르의 의무에 대한 묵상과 인간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완벽한 작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야간 비행을 하던 조종사 파비엥이 폭풍우와 최후의 투쟁을 하다가 순직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바로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무대이다.

1930년대 남미와 식민지 종주국인 유럽을 연결하는 우편비행을 그리고 있다. 안데스 산맥을 넘어 칠레 산디아고를 출발한 우편기, 파라과이 아순숀을 출발한 우편기, 남미 대륙 남단 파타고니아에서 출발한 우편기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하면 큰 비행기에 옮겨 싣고 브라질 리오데 자네이로에 가서 선편으로 대서양을 횡단, 북아프리카 다카에 도착하면 다시 항공편으로 유럽각지로 우편물을 전달한다.

당시 남미 대륙 남단 파타고니아에서 오던 파비엥이 조종하던 비행기가 폭풍우로 추락하기까지의 극적인 상황, 이제 연료는 바닥났고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 하지 않는 것은 추락을 의미한다.

이때 또 생 텍쥐페리의 세밀한 심리묘사를 볼 수 있는데 사소한 연애편지나 물품주문서 따위를 전달해 주기위해 사람이 목숨을 바쳐야 하는 것에 대한 작가의 고뇌(苦惱) 등이 표현되어 있다.

이 작품은 어쩌면 생 텍쥐페리가 자신의 미래를 예견이나 하는 것처럼 쓰여졌는데, 그이의 최후는 동료이자 자기의 직원이였던 파비앵의 죽음내지 실종과 너무나도 닮았다는 것이다. 나 또한 최첨단 시대에 살면서도 비행기만은 그 시대에서 그리 멀리 벗어나지 않는 종류의 것으로 극한 상황에서의 비행에서는 생 텍쥐페리의 소설 <야간 비행>의 구절구절들이 번개 같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간다.

 


<인간의 대지>

1939년에 출간되었다. 미국에서는 <바람과 모래와 별들> 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출판 되었으며 그 내용은 칠레의 안데스 산맥을 넘어오던 친구 앙리 기요메의 비행기가 눈보라속 산악에 추락하여 5일 만에 생환해 돌아오는 과정과 생 텍쥐페리 자신이 리비아 사막에 불시착(不時着)하여 4일 동안 물 한모금도 먹지 못하고 걸어서 오다가 원주민에게 구조되어 생환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인간이 극한 상황속에서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느냐는 것을 너무나 사실감있게 표현해서 약간 섬찟한 느낌까지 들게 하는 대목이 있는데 작가 자신과 동료들의 경험을 허구적으로 변화 시키지 않고 우리들에게 증언하는, 한마디로 인간 본질을 탐구한 작품이다. 생 텍쥐페리는 이 책 서두에 “동료 앙리 기요메, 나는 이 책을 그대에게 바친다!” 라고 썼다.

1960년대와 70년대 대한민국에서 비행기 조종에 대한 책을 구하기란 불가능했던 시절이다. 유일하게 이 책들에서만 표현된 비행기 조종 방법들을 읽으며 얼마나 가슴 설레였는지 모른다.

 

조종사가 되기 전 막막한 상상력만을 동원해서 읽을 때와 조종사가 된 후 읽었을 때의 감흥이 전혀 달랐으며 비행기 조종이라는 특수상황, 특히 위험상황을 너무나도 잘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 아쉬운 것은 불란서 문학만을 전공하고 비행기 조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번역자 분들이었기에 실제 기술적인 면과 전문용어 선택에 많은 무리가 있었음을 부연(敷衍)해 두고 싶다.

인간 세상에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이 있는데 요사이는 물질문명이 너무 앞서 간다고 걱정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양대 세계대전을 통해 과학과 물질문명이 발달해 왔으니 그것들이 수많은 희생(犧牲) 위에서 이뤄진 것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인류 정신문화에 한 점을 찍고 간 생 텍쥐페리,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런 분이 아직 또 오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끝으로 비행기 조종은 우리 인생과 같다고 생각한다, 힘차게 올라갔다가 언젠가는 내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비행기 조종을 하면서 인생을 배운다.

 

신상철 기장 captainshean@gmail.com


한동신 2011-07-09 (토) 23:21:22
"신 떽쥐베리"의 글도 ㅤㅆㅔㅇ 떽쥐베리가 쓴 책을 읽는 기쁨만큼 신선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뉴스로'에 신기장님이 글을 쓰시기에 흐르는 윤기, 그리고 높은 품격-그래서 우리 모두 신기장님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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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창현 2011-07-10 (일) 02:37:54
신 텍쥐페리..우와 한 대표님 정말 멋진 작명이십니다..이제 신 기장님을 일명 신 텍쥐페리라고 소개해드려야겠네요..^^..기장님 덕분에 저도 <야간비행>을 제대로 읽고 있습니다..그전까지는 <어린 왕자>에만 취해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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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하 2011-11-13 (일) 17:08:28
지금껏 조종사로 살아오면서 생 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이란 책을 딱한번 어렸을적에 읽었던탓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오늘 신기장님께서 쓰신 글을 읽고 갑자기 엄청 지식이 풍부해졌습니다... 사실 그동안 조종사로서 이책에 대해 누군가 물으면 어렴픗이 기억나서 답변하기가 곤란해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독후감을 읽듯이 명확하게 설명해놓으신 글을 보니 신기장님이야 말로 진정한 조종사이시며 저희들의 귀감이십니다...지금이라도 문학에 등단하셔도 손색이 없겠네요...자주 뵙겠습니다...서울에서 임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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