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때 어느 고승(高僧)이 말한 “난세(亂世)가 호시절이다” 라는 글귀가 절실히 마음에 와 닿는 세계 정세인 것 같다.
인간이 이 땅위에 발을 딛고 살아온 역사는 끊임없이 혼란과 혼돈 속의 투쟁이요, 어느 성현, 성자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이거늘, 왠지 모를 불안감과 위기의식 속에서 하루하루 변하는 뉴스에 촉각(觸覺)을 세우고 살아가는 현대인은 정녕 얼마나 외롭고 처량한 신세인가!
‘뛰는놈 위에 나는놈 있고, 불도저 앞에서 삽질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우리 가족이 이란에서 탈출할 때의 험난했던 여정(旅程)을 써내려간 몇 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혼미의 리비아 사태가 전개되는 것을 보니 그곳에서 탈출하는 분들의 고생에 비하면 우리 가족은 그나마 호강했던 것 같아 미안한 생각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토록 어수선하고 신경이 날카로운 시기에 과거의 고생스러웠던 기억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산란케 하는 송구함을 숨길 수 없다. 이 참에 분위기를 확 바꿔서 본업인 비행기 조종에 대한 이야기로 다음 몇 편에 걸쳐 화제를 이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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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년 12월 7일 황량한 North Carolina, Kitty Hawk 의 Kill Devil 언덕에서 라이트(Wright) 형제에 의해 이루어진 인류 최초의 동력비행 이후 불과 백년이 조금 넘는 지금, 항공기의 발달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1910년의 오빌(왼쪽)-윌버 라이트 형제. www.wikipedia.com

▲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구조와 조종석 모습
필자가 초기에 전공했던 전기, 전자 분야의 발전 속도는 어제가 옛날이 되어가는 상태에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상황에 포기하고 인생 최대의 꿈인 비행기 조종에 매달렸으나 이곳마저 안전지대가 아닌 복병(伏兵)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름아닌 비행기 조종에도 컴퓨터가 안방을 차지하게 되어 그쪽을 공부하지 않으면 조종사 축에도 끼지 못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오죽하면 비행기 조종석을 최신 컴퓨터로 가득찬 사무실이라고 평하고 있겠는가!
▲ 보잉(Boeing) 737-900 조종석
과거의 비행기 조종은 Stick & Rudder, 당기면 올라가고 밀면 내려가고 왼발 오른발을 밟아가며 밖을 보며 조종하던(기본 원리는 변하지 않았지만) 시대는 점점 멀어져 가고 바야흐로 이륙(離陸)에서 착륙(着陸)까지 전 과정을 Computer Key Board 를 누르기만 하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일반항공 분야까지 확대되기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행 단계까지는 인식전환과 System 보완 작업이 남아 있다고 보겠다.
▲ 최신 자가용 제트기의 조종석 내부
‘내리기 위해서 뜬다’는 말이 있다시피 비행기 조종의 백미(白眉)는 역시 착륙이다.
물론 이륙시의 잠재적인 위험성은 착륙할 때보다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마의 8분’이라는 말이 있는데 조종은 이륙시의 5분, 착륙시의 3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륙 시에는 정지상태에서 가속시켜 안전속도와 안전고도로 진입시키기 위해 Engine 을 최대 출력으로 작동해야 하며 사고의 확률이 이때 높아진다고 본다.
▲ 필자가 애용하는 뉴욕 롱아일랜드 리퍼블릭(Republic) 에어포트의 활주로 19
착륙시는 이륙과 반대로 고도와 속도를 활주로에 항공기를 접지(接地))시킬수 있는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야 하고 엄청난 무게의 금속 덩어리를 땅위에 올려 놓을수 있는 섬세한 기술이 요구되는 순간이다.
▲ 코네티컷 브리지포트(Bridgeport) 공항 활주로 29
항공기의 착륙 방법에 대한 설명에 앞서 항공기의 비행에는 두가지 규정이 있는데,
* VFR : Visual Flight Rule (시계 비행)
* IFR : Instrument Flight Rule (계기 비행)
VFR 기상상태라 함은 나라마다 적용하는 규정의 차이는 있으나 대략 1000 피트 이상의 구름높이와 5마일 이상의 시정(視程) 일 때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조종사 임의로 마음껏 비행할 수 있다.
IFR 기상상태라 함은 VFR 보다 낮은 기상상황과 18,000피트 이상의 고도에서 계기에 의존해서 비행하는 방법으로 이륙부터 착륙까지 전 과정을 항로국에 신청하여 허락을 받아 관제사와 교신(交信)을 하며 비행이 이뤄진다.
인류 최초의 이륙에서 착륙까지 완전 계기비행(외부를 전혀 보지 않는 상태)에 성공한 사람은 Jimmy Doolittle로 1929년 9월24일 15분 동안 2회의 180도 선회후 맹목(盲目) 착륙에 성공 하였다. 그 장소가 바로 필자가 살고 있는 Long Island 뉴욕이었으며 그는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미군에 자원입대하여 16대의 B-25 폭격기를 지휘하여 최초로 일본 본토를 폭격하고 돌아와 미 공군의 영웅이 되었다.
그의 임무는 대량 파괴 보다는 일본을 압박하는 심리전적인 전략의 일환으로 그때부터 일본 본토가 안전지대가 아님을 일본인들이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VFR 비행시 착륙은 기본적인 착륙기술로 각 비행장마다 정해진 장주(Traffic Pattern)을 따라 바람을 안고 내리는데 Down Wind Leg, Base Leg, Final Approach Leg 등의로 나뉘며 각 제작회사의 성능표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착륙한다.
▲ 일반적인 착륙방법
IFR 비행시 착륙은 비정밀 착륙과 정밀 착륙 방법으로 나뉘며 정밀 착륙 방법에는,
* ILS (Instrument Landing System)
* GPS (Grobal Positioning System)
* GCA (Ground control Approach System) 등이 있다.
그중 ILS에 대해서 설명하면 구성 요소로서,
* Localizer Transmitter (이하 지상에 설치되어 있음)
▲ Localizer 활주로의 좌우 방향을 표시
* Glide Slope Transmitter
▲ Glide Slope 활주로의 상하 고도를 표시
* Marker Beacons 등이 있으며 이곳에서 발사된 전파를 항공기 내부에 설치된 ILS계기가 수신하여 안전한 활주로(滑走路) 상의 진입각도와 진입로 및 거리를 표시 해준다.
▲ Marker Beacons 활주로의 거리를 표시
▲ ILS 계기착륙장치로의 착륙상황
한편 이러한 계기착륙장치로 어떠한 기상상태에서도 착륙이 가능하냐하면 그렇지 않다.
세계각국 항공관계 기관에서 기상 상태에 따라 Category 1, 2, 3 a,b,c 로 분류한다.
* Category 1 상태는 항공기가 활주로 상공 200피트까지 하강할 수 있고 이 시점에서 활주로가 보이지 않는 경우 착륙을 중지하고 복행(復行)하여 재시도를 하던지 여의치 못하면 타 비행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계기착륙조건으로 계기비행 자격을 가진 조종사는 누구나 착륙할 수 있다)
▲ Category 1 상태의 착륙상황
* Category 2 상태라 함은 항공기가 활주로 상공 100피트까지 하강할 수 있으며 이하 위와 같음.
* Category 3 a 상태라 함은 항공기가 활주로 상공 100피트 미만 50피트 이상까지 하강할 수 있으며 이하 위와 같음
* Category 3b 상태라 함은 항공기가 활주로 상공 50피트 미만까지 하강할 수 있으며 이하 위와 같음.
* Category 3c 상태라 함은 목표물을 식별할 수 있는 '시정(視程)'과 구름밑 고도인 '운고(雲高)'가 영(Zero)인 상태에서도 착륙할 수 있다. 단 Category 2 부터는 조종사가 해당 훈련을 받고 인가를 받아야 하며 또한 항공기의 장치와 비행장의 등급이 해당 Category에 합당해야 한다.
▲ 야간 활주로에 접지중인 장면
예를 들어 서울에서 Boeing 747 기가 뉴욕 JFK에 도착했을 때 기상 상태가 Category 3c 상태인데 조종사가 인가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착륙 할 수 없고 기상 상태가 더 나은 다른 공항으로 회항(回航) 하여야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불합리한 면도 있을겄 같으나 악법도 법이고 모든 것이 안전을 염두에 둔 조치인 것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첨부해 둘 것은 모 항공사 기장이 인가되지 않은 기상 상태에서 기지(機智)를 발휘해 무사히 착륙하여 승객의 편리함은 물론, 다른 공항으로 회항시 승객들의 호텔비, 추가 연료비등이 발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로 부터 규정 위반이라는 이유로 정직(停職) 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다. 20년 전 같았으면 표창을 받을 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