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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기자들은 질문없나요?”

文대통령과 한국기자들
글쓴이 : 소곤이 날짜 : 2021-05-24 (월) 07:18:10

대통령과 한국기자들

 

 

20109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폐막 연설 후 서방기자들의 연이은 질문에 답한후 말했다.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드리고 싶군요. 정말 훌륭한 개최국 역할을 해주셨으니까요. 누구 없나요?”

    

수많은 한국기자들이 있었지만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어색한 정적(靜寂)이 흐르자 오바마 대통령이 다시 한국기자들을 배려하듯 말했다.

 

한국어로 질문하면 아마도 통역이 필요할 겁니다. 사실 통역이 꼭 필요할 겁니다.”

 

장내엔 웃음이 터졌지만 여전히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마침내 한 기자가 손을 들자 오바마가 반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기자는 유창한 영어로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하지만 저는 중국 기자입니다. 제가 아시아를 대표해서 질문을 던져도 될까요?”하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이없었을 것이다. 개최국 기자들에게 배려했는데 엉뚱하게 중국기자가 가로채니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나는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주었어요"라며 거부했지만 중국 기자는 지지 않았다. "한국기자들에게 내가 질문해도 되는지 물어보면 어떨까요."

 

난감한 오바마 대통령이 그건 한국 기자들이 질문하고 싶은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아무도 없나요?”라고 다시 두 차례 물었다. 그럼에도 손을 드는 한국 기자들은 여전히 없었다.


멋적은 오바마, 가련한 한국기자들. 결국 유일한 질문권은 중국기자에게 돌아갔다.

 

기자의 본분은 질문으로 시작된다. 어떤 사안에 대한 궁금증을 독자들을 대신하여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질문권을 얻으려는 기자들의 치열한 경쟁도 곧잘 눈에 띈다. 하물며 세계정상들이 참여한 G20같은 국제회의에서 미국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은 큰 영예이기도 하다.

 

이날의 해프닝으로 많은 네티즌들은 나라망신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기자들이 질문을 안한(못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보도자료와 받아적기에만 익숙한 풍토, 혹은 공개된 자리에서 영어울렁증이 작용했을수도 있다.

    

기자에게 질문은 취재라는 전장의 칼이요, 창이다. 갑자기 질문권을 줘서 당황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기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질문을 얻기 위해 눈을 번뜩이며 기회를 노려야 한다. 설사 영어에 자신이 없다해도 간단한 질문을 준비 못할 이유가 없다. 굳이 영어로 안하면 어떤가. 개최국 기자인데 한국말로 묻고 통역이 거들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처럼 민망한 일이 벌어진 것은 한국기자들이 근본적으로 권력자 앞에 수동적이며 질문을 꺼린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10여년전의 부끄러운 장면이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한 백악관 회견장에서 소환됐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이날 한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장에서 문 대통령은 자신에게 질문할 기자를 호명한 차례가 되자 한국에서 온 기자단 쪽을 바라보았다. 미국 기자들은 두명의 여기자가 이미 질문을 했고 한국기자들에게 한 차례 기회가 남은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은 남은 기회를 여기자들에게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번에 대통령을 수행한 12명의 기자중 여기자는 3명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손을 드는 이가 없었다.


"우리 여성 기자들은 왜 손 들지 않습니까?"


정적이 흐르자 문 대통령이 또 물었다.


"아니, 우리 한국은 여성 기자들이 없나요?"


다시 정적이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도 한미 정부 관계자들도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대통령의 채근(?)에 결국 한 여기자가 마이크를 잡으면 어색한 시간은 끝날 수 있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백악관 회견에 자리한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동반한 유력 언론사 기자들일텐데 당연히 질문할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

 

대통령의 권유에도 나서는 기자가 없다면 처음부터 질문 자체를 생각 안했다는 것이다. 물어보려고 극성을 떨어도 시원찮을 판국에 밥상을 차려서 떠먹여줘도 마다하는 겸양지덕(?)이라니, 나도 이해가 안가는데 백악관 기자들은 그야말로 미스테리하게 느낄 것 같다. 2010년 중국기자마냥 남자기자중 한명이 여기자 대신 질문을 해도 되겠냐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갔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날 뻘쭘한 상황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여성기자언급 또한 당혹스러웠다. 유독 한국에선 기자를 통칭하면서도 여기자라는 을 부각하는 단어들이 쓰인다. 여기자만이 아니라 여기사 여감독 여류문인 등 여성을 나타내는 단어나 단체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미국 등 영어 문화권에서는 여성성을 부각하는 것은 금기에 속한다. 문 대통령이 공개된 자리에서 한국의 여성기자들을 두 번이나 언급한 것이 미국인들에게는 놀랍고 자칫 성차별적인 행동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 있던 미국의 ()기자들이 트위터에 이같은 소식을 전한 후 그는 직전까지는 아주 잘했는데(He was doing so good up to that point)”, “이상하게 보였다(seemed odd)”는 댓글들이 달린 것도 그것을 말해준다.

 

문 대통령은 여기자들을 배려할 목적으로 여성기자를 콕 집어 얘기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인들에겐 낯설고 기이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말았다. 기자면 다 같은 기자로 봐야지 왜 거기서 굳이 여성’ ‘남성을 구분하냐는거다. 아쉽지만 대통령이야 문화의 차이를 몰라서 생긴 해프닝일 수 있다.

 

다만 나는 우리 기자들이 대체 왜 이런 상황이 연출되도록 질문을 회피하는지(?) 요령부득이다. 기자로서 백악관 회견에 참석하는 그 엄청난 기회에 독자/시청자인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당연히 질문을 준비해야하는게 아닐까하물며 대통령이 멍석까지 깔아주는데 질문을 던지는 영광(?)을 누릴 생각을 왜 못하냐는거다.

 

혹시 요즘 기자들의 미덕은 높은 분들에게 질문을 안하는 것이 취재 매뉴얼로 잡혀 있기라도 한 것인가. 2010년 서울에서 한국기자들을 모두 바보로 만들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멋진 질문을 던진 중국 기자가 계속 생각나는 하루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s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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