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후배 총장임명 남을 이유 없어’
김호철(52 사법연수원 20기) 대구고검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중앙일보가 25일 올린 기사제목이다. 윤석렬(59·23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인해 약 30명에 달하는 선배 기수들의 進退(진퇴)에 대해 유독 언론의 관심이 많다. 여론도 자극적 제목의 기사에 반응하고 있다.
앞서 송인택(56·21기) 울산지검장과 봉욱(54·19기) 대검찰청 차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이번이 세 번째다. 언론은 그것을 ‘勇退(용퇴)’라고 포장한다. 용기있는 퇴진이라는 뜻이다. 후진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물러난다는 ‘자기희생’의 고결한 의미도 담겨 있다. 검찰총장이 된 후배가 부담스럽지 않게 선배들이 물러나는게 그간 검찰의 관행이었다는데 글쎄다. 이번 경우도 그런가.
기사 내용(김 고검장은 최근 지인들에게 "3년 후배가 검찰총장에 임명된 이상 검찰에 남을 이유도, 사표를 머뭇거릴 이유도 없다"는 말을 했다)을 봐도 후배를 위한 아름다운 희생은 보이지 않는다. 되레 불만스런 투가 느껴진다. 匿名(익명)의 전직검사가 전한 말("김 고검장은 현 정부의 수사권 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총장이 관련 업무를 맡기지 않고 관여할 기회도 없어 답답해했다")에서 드러나듯 임명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반발심도 엿보인다.
검찰의 이른바 ‘기수문화’라는 것도 우습지만 윤석렬후보자를 놓고 파격과 기수무시 운운하는 것은 더 우스꽝스럽다. 모두가 아다시피 그는 사퇴를 선언한 검찰 선배라는 이들보다 나이가 위다. 송인택은 세 살이 적고, 봉욱은 다섯 살이 적으며 김호철은 무려 일곱살이 어리다. 심지어 문무일(58·18기) 전검찰총장 조차 윤석렬 후보자보다 나이는 한 살 어리고 학번은 두학번이나 적다.
그런 판국에 ‘3년후배가 총장이 됐는데 검찰에 남을 이유가 없다’며 자뭇 분연히 사표를 낸 행위에 공감할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가. 윤석렬 후보자가 사시를 9수하는 바람에 기수가 꽤 늦어졌지만 이들보다 인생선배, 사회선배라는 사실은 절대 부인할 수가 없다.
법조문이나 달달 외워 사시 패스하여 검찰에 입성하면 새파란 애송이도 단숨에 ‘영감님’ 소리를 듣는다. 대학도 졸업못한 어린 나이에 ‘소년급제’한 이들이 인생경험 사회경험도 없이 판검사가 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틀에 박힌 법조문과 판례에 의거해 수많은 사람들의 복잡다단한 소송들을 맡아 구형을 때리고 판결을 한다는게 말이다.
그나마 고시는 흙수저들에게 개천에서 용나는 기회를 주지만 있는 집 자식들에게 그들만의 리그가 되버린 로스쿨은 더욱 문제가 많다.
폐일언하고 대체 기수라는게 뭔가. 조직의 편의에 의해 만들어진 숫자에 불과하다. 막 일을 시작했을때야 앞선 기수가 당연히 선임자로서 노련미가 있겠지만 어떤 조직이든 1~2년만 지나면 전문성은 거기서 거기다. 자기 능력과 노력에 따라 업무 역량이 길러지는 것이다.
그런데 군대도 아니고 정의의 사도요,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 되야 할 검찰은 알량한 기수라는 계급장으로 ‘까라면 까’의 ‘상명하복’을 내세워 조직을 참으로 조악스럽게 만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열을 깨뜨리고 아랫기수가 검찰총장이 되면 향후 검찰이 권력의 눈에 들기 위해 줄을 대고 아부하는 폐해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걱정도 팔자다. 그동안 서열을 중시하고 권력에 아부하지 않은 검찰이 어째서 ‘권력의 侍女(시녀)’라는 비아냥을 들었단 말인가. 기수와 서열을 따지지 않고 검찰총장을 임명한다면 상사에 아부하며 복지부동하는 검찰의 폐해가 오히려 고쳐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 검찰에게 필요한 것은 어쭙잖은 기수나 나이가 아니라 뼈를 깎는 개혁을 실천하고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맡은 바 소명을 다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 적임자가 윤석렬 후보자가 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많은 이들은 기대를 걸고 있다. 그가 살아온 궤적 때문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검찰을 사랑한다고 전 국민 앞에서 천명했으니 마땅히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충성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멸사봉공하는 검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이라는 기대다.
부디 윤석렬 후보자가 성공한 검찰총장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이어린 ‘선배들’은 이제 완장을 떼었으니 사석에서 만나면 ‘형님~’하고 머리 조아리며 아우답게 처신하시라.

윤석렬 검찰총장 후보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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