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사회가 시끌벅적하다. 잘나빠진 예천군 의회 의원들때문이다. 의정활동을 위한 선진국 시스템 견학을 한다며 미국 캐나다로 관광성 출장을 떠난 자들이 벌인 나라망신 사건 말이다.
박종철이라는 자유한국당 예천군 의원(부의장)이 버스안에서 술에 취한 채 50대 가이드 S씨에게 주먹을 휘둘러 안경을 부러뜨리고 피를 흘리게 한 사건이 대서특필(大書特筆)되며 본국은 물론이고 동포사회도 들끓고 나라망신의 국제적 추태로 번지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폭행의 이유가 의원들이 원하는 일정(대부분 관광일정이었음에도)대로 조정해주지 않고 버스안에서 술먹고 떠드는 행위를 만류하는 등 여러 불만이 쌓였기 때문이라는데 설사 가이드의 잘못이 있다 치더라도 버스안 CCTV 영상을 보면 실로 충격적이다.
사건은 구랍(舊臘) 23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이동하던 중 일어났다. 가이드 S씨가 버스 앞좌석에서 몸을 돌린 채 승객들을 향해 무언가 설명을 하는데 중간 좌석에 누워있던 박의원이 갑자기 달려나와 미간을 향해 그대로 오른 주먹을 날렸다. S 씨는 더 맞지 않으려고 얼굴을 숙여보지만 박의원은 한쪽팔로 붙잡고 또한번 안면을 강타했다. 이에 놀란 현지 운전사가 일어나 말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폭력을 행사했고 이 소동은 약 4분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S씨는 부러진 안경 파편이 미간에 박히는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며 911에 신고했고 동행한 의원들이 중재해 합의서를 쓰고 사건은 무마되는듯 했다. 그러나 S씨 아내가 한국의 일부 언론에 제보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미주한국일보에 따르면 S씨 아내는 “박의원은 일체의 사과도 없었고 오히려 여행사를 압박해 가이드를 바꾸라고 갑질을 했다”며 “귀가한 남편의 상한 얼굴을 보고 화를 참을 수 없어 세금으로 연수온 의원들의 갑질과 잘못된 음주태도로 발생한 폭행을 고발하기 위해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S씨 아내는 “남편이 일방적으로 당한 후 응급차 안에서 보낸 피흘리는 사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때문에 딸의 고교 마지막 겨울 가족여행의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고 말했다.
S씨는 “사건 후 의장의 중재로 보상을 받기로 합의하고 시한을 정해주었으나 보상금을 끝까지 입금하지 않아 결국 다른 의원들이 주머니를 털어 돈을 갹출, 5천 달러 가량을 받고 합의를 해줬다”며 “하지만 그 이후 박 부의장은 다시 불손한 태도로 되돌아갔고, 아직까지도 직접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분개했다.
그런데 동영상을 보며 이해가 안가는 것은 박의원이 폭행을 행사하고 운전기사가 말릴 때까지 S씨 바로 뒤에 앉아 있던 여성과 맞은편의 남성(예천군 의장으로 밝혀졌다)이 태연자약 앉아 있는 장면이었다. 박의원이 뛰어나와 바로 자신들 앞에서 마구 폭력을 행사하는데도 거의 미동도 없이 앉아 있다니... 운전기사가 만류하고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의장이 일어나 말렸지만 박의원은 의장 가슴도 밀어버리는 등 그야말로 안하무인(眼下無人)이었다.
이같은 장면으로 미뤄볼 때 다른 의원들도 가이드에 불만을 품고 방조한게 아니냐는 의심이 간다. 그게 아니라면 평소 다른 의원들도 꼼짝 못할만큼 박의원이 두려운 존재였을까.
보도에 따르면 예천군 의원들은 출장 첫날부터 호텔에서 음주를 하며 떠들어 일본인 투숙객들의 항의를 받는 등 문제를 일으켰다. 이들이 버스 뒷자리에서 음주와 고성방가(高聲放歌)를 일삼는 바람에 S씨는 “미국에서는 버스에서 음주가 불법”이라고 여러 번 주의를 당부해야 했다. 그러나 쇠귀에 경읽기였고 급기야 일부 의원은 S씨에게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 데려다 달라’, ‘보도(여성 도우미)를 불러 달라’고 요구한 사실까지 전해졌다. 이 정도면 행실이 거의 ‘개차반’ 수준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의문은 또 남는다. 출동한 현지 경찰이 박의원을 연행하려고 했지만 S씨가 간곡히 부탁해 체포를 면하게 해준 것이다. 5천 달러의 합의금도 사실 소송의 천국인 미국에선 공짜로 해준거나 다름없다.
S씨는 왜 911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하지 말것을 사정했을까. 당사자는 사과도 않는데 다른 의원들이 걷어준 '푼돈'에 합의서를 써줬을까. 추리는 어렵지 않다. 일개 여행사 가이드에게 한국 정치인들은 갑중의 갑이다. 동포 여행사가 큰 고객인 한국의 기초단체와 척을 진다면 보통 큰 손해가 아니다. 하물며 그 여행사에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이드 입장에서 이들의 비위라도 상하게 한다면 밥벌이 수단이 끊어질 수도 있다.
이상 유투브 캡처
일단 박의원은 운이 억세게 좋았다. 내가 보건대 S씨는 이역만리에서 모국의 망신을 걱정했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가 아닌 버스기사가 신고했다는 보도도 있다.) 제대로 하자면 가해자에게 미국유치장 콩밥도 먹이고 거액의 손배소송을 걸어야 마땅하지만 좋은게 좋은거라고 너그럽게 합의서를 써주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박의원은 끝까지 사과를 하지 않았다 하고 또다른 보도에 따르면 합의서를 받은 후 S씨에게 “나도 돈좀 벌어보자. 한 대 때려봐라”고 막말을 했다니 참으로 기막힌 일이다.
사건 보도 후 한국의 시민단체가 박의원을 고발하고, 동행한 의원들 모두 사퇴하라고 항의가 빗발친다는데 이참에 S씨도 무시무시한 미국 소송의 핵펀치를 한방 먹여주면 좋겠다. 가해자가 한국의 군의회 부의장이고, 달리는 버스에서 일으킨 위험천만한 폭력사건이라는 점, 합의서는 다른이들의 강권에 따랐을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예천군의회와 당사자에게 어마어마한 액수의 손배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배상금을 떠나 해외동포들을 우습게 알고 나라망신을 일삼는 한국의 저급한 정상배들에게 적어도 한번은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소곤이의 세상 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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