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조선일보 중국특파원의 우한(武漢) 탈출기를 보았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 우한에 취재차 갔다가 빠져나온 이야기를 올린 것이었다. 지구촌을 긴장시키는 바이러스 현장에 간 기자의 취재 정신은 일단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기사를 읽고나서 아연실색(啞然失色)했다. 우선 제목부터 거부감이 들었다. 우한 탈출기라니..어디 포로수용소에서 빠져나오기라도 했나? 비상상황의 도시로 기자가 일부러 들어간게 아닌가.
우한 폐렴(코로나바이러스)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1월 9일 세계보건기구에 심각성이 보고됐고 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되자 중국정부는 13일 3500만명이 거주하는 8개 도시부터 해당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봉쇄하기 시작했다.
취재를 하려 했다면 적어도 열흘전에 들어가서 르뽀기사를 썼어야 했다. 물론 다소 늦었다해도 패닉 상황의 우한을 취재하는 것이 기자로서 큰 가치가 있을 수 있다. 단독기사를 쓸 확률도 많다. 그런데 조선일보기자는 비상체제의 도시를 너무 만만히 보고 간 모양이다.
22일 도착해 25일 오려고 했다는 그는 3박4일은 고사하고 하룻만에 부랴부랴 탈출(?)을 감행했다. 현지에서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되고 도시 외곽 출입도 봉쇄한다는 얘기에 겁이 덜컥 났을 법하다. 하지만 이미 도시가 비상상황에 돌입한 건 세상이 다 아는데 명색이 중국특파원이 그런 것도 예상하지 못하고 들어갔다는건 말이 안된다.
이왕지사 들어갔다면 독한 마음으로 기자정신을 발휘해 생생한 르뽀기사를 써야하는게 아닐까. 그랬다면 지금 그는 연속 특종기사를 날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하룻만에 '걸음아 날 살려라' 달아났으니 헛웃음이 나온다.
‘지도에도 없는 샛길로 우한 탈출… 우리 차 뒤로 수십대가 따라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는 “어둠을 뚫고 1시간쯤 달렸을 무렵 앞차들이 일제히 멈춰 섰다. 50여m 앞 검문소에선 경찰과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차를 돌려세우고 있었다... 공사 중인 도로를 포함해 비포장도로를 달렸지만 세 차례나 막다른 길에서 차를 돌렸다. 지도에 없는 고가(高架) 밑 도로에 들어간 끝에 기자가 탄 차는 검문소를 우회하는 데 성공했다. 차량 수십 대가 기자가 탄 택시와 함께 우한을 빠져나왔다”고 긴박한 무용담(?)을 전했다.
야심한 시각에 드론 촬영한것도 아닐텐데 수십대인줄 어찌 알았을까. 기사엔 “차량 수십 대가 기자가 탄 택시와 함께 우한을 빠져나왔다”고 썼는데 인터넷판 제목엔 ‘우리 차 뒤로 수십대가 따라왔다’며 ‘선두 차량임을 명확히 했다. 탈출 루트를 선도(?)했다는 자랑이었을까. 철저하기가 둘째라면 서러워 할 중국 공안의 경비가 그렇게 허술하다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중요한 것은 조선일보기자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중국 당국의 조치를 무시하고 들어갔고, 봉쇄령에도 불구하고 무단으로 나왔다는 사실이다. 그 자신이 바이러스 전파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걸 기사로 올렸으니 많은 독자들이 어이없는 반응을 보이는게 당연하다.
그의 탈출기는 이날 현재 조선닷컴 국제면에서 가장 많이 읽은 기사로 분류됐지만 독자들의 날선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우한에서 빠져나온게 자랑인가. 중국질병 통제당국에서 통제하는 이유가 있을텐데, 그걸 어기고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전파하는게 무슨 활약이나 고생담으로 쓸 일 인가. 나 하나 쯤이야 라는 이기적 생각이 인류에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
“우한에서 빠져 나왔으면 우선 자가 격리에 들어가 한달 정도 지난 후에 이상 없으면 나와 다녀라. 그렇게 한가하게 글쓰고 있지 말고.”
“탈출했다 하면 잘했다 할 사람은 당신 가족뿐. 타인이 보기엔 감염지역에서 보균자가 탈출한거로 보인다.”
“참! 기가 막히네..! 이게 무슨 무용담이고, 이게 무슨 자랑꺼리 입니까? 이 기자가 개선장군 인지? 영웅인지? 는 잘 모르겠지만 책임감이나 사명감은 없고, 근무지를 무단 이탈 한 한심한 기자로 보이는데...무슨 영웅 무용담같이 게재되어 있어, 황당한 생각이 듬니다.”
“아무리 좋게 말해도 정부의 통제를 어긴거다. 빨리 체포해서 보름 동안 격리시켜야 한다. 조선일보도 성숙하려면 한참 멀었다. 빨리 보건소에 자진 신고하고 정부의 통제에 따르라고 강제로 지시해야 한다. 미꾸라지처럼 정부의 통제를 어긴 나쁜 사례를 결코 미화하거나 칭찬하면 안될 일이다. 아주 파렴치하고 나쁜 이기적인 사례이다.”
“정부의 방역검문을 함부로 뚫고 멋대로 이동한 게 무용담이냐? 뭐 이런 개념없는 내용까지 기사랍시고 올라와? 혹시 본인도 모르게 감염되었을 경우엔 얼마나 민폐짓 한 건지 모르나??”
“영화로 치면 주인공이 탈출한 것이 아니라 좀비가 방역망을 뚫은 것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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