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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홍태의 발칸반도에서
지중해의 바다를 조망하는 '사하라의 진주' 리비아를 거쳐 코발트 블루의 아름다운 해변도시 아부다비, 그리고 유럽대륙의 남쪽 발칸반도까지. 파란과 곡절의 현대사가 담긴 지역을 누비는 한국의 싸나이가 전해주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그리고 동부와 남부 유럽의 일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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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의 아잔으로 하루를 열며

글쓴이 : 제홍태 날짜 : 2011-05-17 (화) 01:09:27

새벽 4시20분, 오늘도 어김없이 기도를 알리는 ‘아잔(adhān)’이 잠을 깨운다.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이곳 아부다비로 온 지 2개월이 다 되어간다.

트리폴리 살 땐 몰랐던 모스크의 아잔 소리가 이제 피할 수 없는 자명종(自鳴鐘)이 되었다. 본래 아잔은 녹음해서 알려서는 안된다고 한다. 반드시 사람의 목소리로 기도시간을 알린다. 하루에 5번씩. 독특한 리듬이 있다.

트리폴리에서는 모스크가 멀리 있어서 조용히 들렸다. 허나 지금 있는 집은 3층 빌라의 2층인데 바로 길 맞은편에 모스크가 있다. 스피커가 우리 집을 향해 있으니 고요한 새벽에 소리가 얼마나 큰 지 더 잘 수가 없다.

  

집을 구할 때부터 모스크가 눈에 띄었지만 조용한 주택가라서 계약했다. 새벽에 일어나기 힘들고 듣기 싫어서 제발 스피커가 고장나든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음은 좋겠다는 심정으로 매번 잠자리에 들지만 피할 수가 없다.

아랍권에 살면서 아잔 소리를 듣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면 되지 않겠는가. 그 어떤 자명종도 하지 못하는 기상 소리를 듣고 일어나서 나는 집사람과 교회 새벽기도를 가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가끔 새벽기도를 다녔다. “특새”라고 하는 특별새벽기도기간은 어김없이 다녔지만 리비아에서는 새벽기도가 없었다. 잊고 있던 새벽기도를 다니면서 오히려 고마울 지경이다.

리비아에서 모든 것을 두고 온 처지라 간편하게 짊어진 꾸러미 몇 개를 가지고 아부다비로 왔다. 기도할 것이 많은데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다. 리비아를 떠날 당시에는 몇 개월 후에는 다시 돌아오리라는 희망으로 모두들 짐을 간단하게 꾸렸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며칠 지내는 동안 들려오는 소식은 리비아 사태는 점점 어려워져 갔다. 그 와중에 외교부에서 전세기(傳貰機) 이용요금을 달라는 메일이 왔다. 전세기는 올 때는 빈 비행기로 오기에 평소 항공요금보다 1.5배 비싼 요금이다.

나는 소속된 회사에서 부담하기에 문제 없었으나 가족들은 내야 한다. 24시간 아비규환(阿鼻叫喚) 같은 공항에서 대기하다가 간신히 타고 왔는데 참 야속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전세기는 공짜인 걸로 아는 사람이 많다. 나도 역시 타기 전에야 알았으니 누가 알겠는가? 타보기 전에는 알 필요가 없는 정보 중 하나일 것이다.

세금을 내는 국민이 전쟁터에서 돌아올 수 있게 전세기를 보내준 것은 고마우나 그 요금을 N분의 1로 계산해서 청구할 때는 우리나라가 경제력 12위의 국가가 맞나 싶었다. 인터넷에서 정부기관 인사가 요금을 받아주는 것으로 하고 민간항공사와 계약을 했기에 그 분도 곤란한 처지가 되었다고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기다리다가 ‘최영 함’을 타고 몰타로 갈 것이라는 분도 있었다. 국가가 국민에게 그 정도는 해 주어야 된다고 생각된다. 국민의 사기(士氣) 문제라고 본다. 국가가 있어 내가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게끔 해줘야 한다. 미국의 예를 들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부다비는 리비아보다 더 더운 나라다. 고온다습하고 5월인데 벌써 낮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는다. 한여름에는 50도를 넘나든다고 한다. 땡볕에 세워둔 자동차 안은 우리나라 찜질방 한증막(汗蒸幕)보다 더 하다. 조금이라도 더위를 막아보고자 자동차 앞 유리창에 차양막(遮陽幕)을 치고 주차를 하는 자동차가 많다.

  

한번은 쇼핑몰에서 무료로 나누어주는 주간지를 차 뒷자리에 두고 내렸는데 한나절 지나고 보니 잡지를 제본(製本)할 때 붙여놓은 본드가 녹아서 책이 허물어져 있었다. 이렇게 더우니 일년내내 에어컨이 없이는 못산다.

아부다비의 1인당 연간 전기소비량은 14,730kWh로서 세계 최고수준이다(우리나라 소비량 7,607kWh의 약 2배). 낮에는 특별히 볼 일이 없으면 에어컨이 있는 집에만 있고 해가 진 뒤에야 거리에 사람들이 나온다.

나온 사람들은 대개 쇼핑몰로 간다. 아부다비나 두바이에는 많은 쇼핑몰이 있다. 크기도 세계적이다. 두바이 몰은 세계에서 제일 크다. 쇼핑몰에 들어가면 뜨거운 햇살을 피하고 먹고 마시고 쇼핑하고 놀이시설을 타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런 이유로 쇼핑몰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낮에 사무실에서 있으면 얼마나 더운지 알 수가 없다. 퇴근하기 위해 자동차로 걸어가면 그제야 엄청난 더위를 느낀다. 이 나라는 지하주차장이 별로 없다. 그냥 노상주차장이 대부분이다.

 

빌딩은 높은데 주차공간이 지상에만 있으니 주차하기도 힘들고 그나마 있어도 뙤약볕에 있으니 시동을 걸고 5분 이상 에어컨을 최대로 가동해도 미지근한 바람이 나오니 여름 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리비아보다 위도상으로 좀 더 아래여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리비아보다 확실히 덥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리비아가 다시 그리워진다.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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