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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의 스포테인먼트
소싯적 꿈은 축구선수였지만 정작 배구선수를 하고 만, 당근 기자노릇은 축구였으되 야구 육상 사격 역도 배드민턴 농구를 섭렵하다 방송영화계를 출입하며 연예와 씨름한 방랑의 취재인생. 전직 스포츠신문 기자가 전하는 스포츠와 연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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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을 남북한 단일팀으로 하자고?

글쓴이 : 로빈 날짜 : 2011-07-17 (일) 05:49:32

91년 6월 포르투갈 청소년(20세이하) 세계축구선수권대회는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다. 당시 남북한은 나란히 아시아지역예선을 통과하면서 동시에 출전 티켓을 따내는 쾌거(快擧)를 일궜다.

자연스럽게 남북한 단일팀 얘기가 나왔다. 이미 두달전 남북한은 세계청소년탁구선수권대회에 사상 첫 단일팀을 구성해 여자팀이 세계최강 중국을 물리치고 우승의 위업을 일궜다. 이미 축구는 90에 남북통일축구 행사를 통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우의(友誼)를 다진 터였다.

남북한 단일팀 구성은 어떤 논리도 제압하는 민족화합의 명분이 있었고 필자 또한 분명한 지지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신문 축구담당기자였던 필자는 단일팀 구성에 심각한 우려(憂慮)를 표했다.

물론 탁구가 미국과 중공의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는데 기여했듯이 축구라는 스포츠가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남북한이 해원(解寃)의 화합을 하는 매개체로 긴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는 당시 여건을 고려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고 믿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전력강화의 측면이다. 두 개의 팀이 한 개의 팀으로 합치면 외형상 전력이 강화될 것 같지만 축구는 11명이 호흡을 맞추는 대표적인 단체 경기이다. 탁구는 단식(1명) 혹은 복식(2명)이어서 단일팀을 구성할 경우 전력강화에 도움이 되는게 사실이다.

이같은 단체팀을 5대5의 기계적인 비율로 선발할 경우 되레 전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메이저리거들로 구성된 미국야구대표팀이 한국에게 깨지고 NBA 초특급스타들로 구성된 드림팀이 이때금 유럽 남미 팀에 발목을 잡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와 MLB 뉴욕 양키스, NBA 댈라스 매버릭스처럼 세계적인 단일 클럽팀이 화학적으로 용해(溶解)되지 않는 올스타 대표팀보다 우승 확률이 더욱 높은 것이다.

칼럼에서 필자는 단일팀을 구성해 전력의 자충수를 두는 것보다 남북한이 각각 나가는 것이 더욱 효율성있고 정치적으로도 더 유용하다고 주장했다. 본선 티켓을 거머쥔 16개 팀 중 남북한이 나란히 나오는 모습을 보고 세계는 한민족의 저력에 새삼 놀랐을 것이다. 남북한이 각각의 조에서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전력을 십분 발휘하며 8강에 오르고 4강에 오른다면 그 파급효과는 엄청나지 않겠는가.

당시 단일팀은 조예선에서 1승1무1패로 8강에 올랐지만 브라질에 5대1로 대패하고 아쉬운 귀국 비행기를 탔다. 대부분의 언론은 단일팀이 됐기 때문에 8강의 쾌거를 일궜다고 평가했지만 이미 남한은 83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때 홀로 세계 4강신화를 일궜다. 단순논리로 볼 때 단일팀이 됐다면 최소한 그에 준하는 성적은 나와야 할게 아닌가.

축구의 속성(屬性)을 아는 기자로선 애초부터 단일팀이 각각으로 나가는 것보다 성적이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어렵게 딴 티켓 두 장 중 한 장을 버림으로써 남 좋은 일만 시켜주고 훈련기간의 절대 부족으로 자기 전력은 약화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남북한이 단일팀 선발을 위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혼성평가전을 하면서 북한의 스트라이커 윤 철이 부상으로 탈락하는 손실도 그렇다.

게다가 남북한 각각의 팀이 본선에 오를 때까지 땀과 눈물을 쏟은 지도자와 선수들을 단일팀 구성을 이유로 절반이나 탈락시키는 것은 너무나 불공평한 일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팀의 명분을 거역(拒逆)할 수 없다면 실질적인 전력강화를 위해 구성수를 달리 할 것을 제안했다.

즉 남한 선수들을 주축으로 북한 선수들을 보강하라는 것이었다. 당시 아시아 예선에서 한국이 우승, 북한이 준우승을 하며 본선 티켓을 따냈기 때문에 남한 주축은 일면 합당한 것이었다. 22명의 엔트리를 최소한 남한선수 14명에 북한선수 8명으로 구성했다면 전력의 시너지는 상당부분 높아졌을 것으로 필자는 믿는다.

이와 함께 부득이 탈락한 지도자와 선수들도 옵저버 자격으로 동행하여 현장을 지키도록 해야 화합의 분위기가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단일팀 구성에 감격하고 흥분한 나머지 그 누구도 부당하게 하차한 그들을 배려하는 이가 없었다.

남북한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주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일팀 구성을 위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했지만 현실과 이상은 결코 하나의 연장선에 있지 않았다. 실익이 없는 억지스러운 단일팀보다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그러했듯 남북한이 하나가 되어 동시 입장함으로써 우리가 하나의 배달겨레임을 세계에 과시하는 모습이 훨씬 바람직하지 않을까.

 

www.olympic.org

최근 평창이 각고의 노력끝에 쟁취(爭取)한 동계올림픽 개최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남북한 공동개최와 단일팀 구성을 추진해 논란을 빚고 있다. 평창이 따낸 올림픽의 일부 종목을 북한에 배정하는 것이 올림픽 규정상 위배(違背)되는건 사실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 IOC를 설득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국민적 여론이 20년전과 달리 부정적라는 사실이다.

 

www.olympic.org

줄 것 다 주고 뺨 맞는 처지에, 어느 누가 좋다고 냉큼 그러자고 하겠는가. 한 네티즌은 “난 한나라당이 싫지만 민주당이 동계올림픽 공동개최와 단일팀구성을 하자는건 반대다.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우리 겨레 중 누가 통일을 마다하겠는가. 분단의 비극과 약소국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우리가 아닌가. 그러나 약방의 감초처럼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앞뒤 못가리고 공동개최요, 단일팀 운운할 계제(階梯)는 아닌 것 같다.

 

www.pyeongchang2018.org

남북한이 서둘러야 할 일은 자칫 정치적인 허무쇼로 변질시킬 수도 있는 올림픽 공동개최와 단일팀 구성이 아니라 서로의 신뢰부터 회복하는 일이다. 좌초상태에 있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을 되살리고 민족의 가슴에 겨눈 총부리를 거두어 한반도에 드리운 주변 강국의 음험(陰險)한 침탈(侵奪)의 그림자를 하나씩 제거해야 할 것이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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