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꽃보다 할배'로 알려진 NBC-TV의 여행 버라이어티 '베터 레이트 댄 네버(Better late than Never)' 한국편이 지난 6일 밤 방송됐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탓일까. 이미 많이 소개된 한국의 풍물(風物)을 네명의 노인이 체험하는 것도 흥미가 떨어졌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작위적인 연출과 수박겉핥기 제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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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 레이트 댄 네버'는 배우 윌리엄 샤트너(85)와 헨리 윙클러(71) 전직 NFL 선수 테리 브래드쇼(68)와 전 복싱 헤비급 챔피언 조지 포먼(67)이 일본 한국 중국 등지의 문화를 체험하는 내용이다. 한국의 인기프로 ‘꽃보다 할배’의 포맷을 구입해 리메이크한 것으로 지난달 23일 첫 방송에서 750만명이 시청해 공중파 4개 채널중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고 해서 이번 한국편 방영에 특히 관심이 모아졌다.
이번 한국편에서는 4명의 '할배'가 한국을 방문해 산낙지를 시식하고 사우나 찜질방, 클럽문화를 체험하며 비무장지대를 방문하는 등의 내용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시종일관 장난스러운 접근 방식, 단편적인 정보, 상대 문화에 대한 무지와 무례를 드러내 한인 시청자들은 물론, 한국을 어느정도 아는 미국 시청자들까지도 당혹케 했다.
한국의 ‘꽃보다 할배’ 주인공들이 유머러스하면서도 정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고 방문국 문화에 대한 식견과 외경심을 드러내 재미와 감동을 준 것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이다.
미국의 한인식당가에서 얼마든지 맛볼 수 있고, 다른 방송에서 수도없이 되풀이된 산낙지 시식은 철지난 유행가였고, 이들이 체험하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과 찜질방, 나이트클럽에서 일어나는 해프닝들이 모두 연출임을 눈치 챌 만큼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판문점 해프닝은 영화세트장이라는걸 모르는 노인들을 놀려 먹는 일종의 '몰래카메라' 였지만 스마트폰을 북한지역에 떨어뜨리고 이 때문에 서로 총을 겨누는 일촉즉발(?)의 장면을 연출한 것은 남북 군사대치의 긴장감을 유치한 코미디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실소(失笑)를 자아내게 했다.
대형 찜질방에 들어가 유니폼도 입지 않고 돌아다니며 널부러진 남녀들(이것 역시 연출 흔적이 두드러졌다)을 카메라로 훑어보고, 객쩍은 농담과 무례한 말을 하고 자기들끼리 멋대로 베개를 던지며 장난하는 모습 역시 보기가 불편했다.
'세계에서 가장 와일드한 밤문화'라는 자막을 넣으며 소개한 클럽 방문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몸을 사정없이 흔드는 젊은 여성들의 모습, 데이트를 하자며 수작을 거는 노인의 설정은 어이가 없었다. 급기야 젊은 짐꾼(전혀 짐꾼 역할을 하지 않지만) 제프 다이(33)가 한 여성에게 섹스와 관련된 농담을 건넸다가 뺨따귀를 세계 얻어맞는 장면도 “짜고 치면서 너무 세게 때리네”라는 생각이 들만큼 ‘억지춘향’이었다.
드론으로 배달된 구절판의 설정은 전혀 대중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기(詐欺)에 가까웠다. 배달 음식을 풍광 좋은 수원 화성 성곽(어디라고 소개도 안했지만) 잔디밭에서 퍼져 앉아 맛보는 노인들의 엔딩 장면을 보며 ‘미국판 꽃할배’가 아니라 ‘미국의 왕비호영감들’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런 함량 미달의 리얼리티쇼를 한국관광공사가 제작 지원했다니 미국 방송사에 이용당하고 국민의 세금만 낭비했다는 생각에 입맛이 쓰다.
인생의 황혼기(黃昏期)에 접어든 왕년의 스타들이 여행을 통해 문화를 경험하고 돌발 상황을 극복하며 자신들의 버킷리스트를 완성해간다는 취지는 간곳 없이 시종일관(始終一貫) 헛웃음을 연발케 한 ‘베터 레이트 댄 네버(안하는 것보다는 늦는게 낫다)’의 제목을 ‘베터 네버 댄 레이트(이런 수준으로 늦게 하느니 안하는게 낫다)’로 바꾸는게 낫지 않을까.
이상 사진 NBC-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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