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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동의 통일 고리-Gori
인공관절수술 전문 정형외과 의사, 수필가. 평양의대병원에 수술법 전수, 6.15 해외측 공동위원장으로 조국통일 위한 사회활동, 저서로 <꼬레아Corea , 코리아 Korea>, <통일의 날이 참다운 광복의 날이다>, <평양에 두고 온 수술가방>.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의 꿈>, 2011년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 통일국호 ‘고리-Gori’ 를 남과 북에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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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 죽었다는 300만, 정말인가?

글쓴이 : 오인동 날짜 : 2012-08-10 (금) 13:03:05

1990년 공산국가들의 붕괴로 구상교역 상대를 잃어버린 북이 에너지난, 외화난으로 어렵게 되기 시작했다. 1995년부터는 한 해는 홍수 다음 해는 가뭄이 연속된 자연재해로 막심한 농작물 피해를 입어 식량난마저 겹쳤다. 1995년 남은 쌀15만 톤을 북에 지원했으나 식량 구하려 중국으로 넘어가는 북녘 사람의 수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고난의 행군’이 계속되며 탈북자가 늘고 북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2000년 남은 쌀과 옥수수 50만 톤을 차관형식으로 지원한 이래 매해 대부분 차관방식으로 2007년까지 쌀 10만~40만 톤을 지원했다. 수구보수세력은 이런 인도적 지원을 일방적 “퍼주기”로 비난했다. 나아가 6.15선언 이래 활발해진 남북간의 다양한 교역/협력사업/지원에 쓰인 연 4~6억 달러로 북은 핵미사일 개발을 하고 있다고 비난은 더욱 커져갔다.

     

2008년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식량지원을 끊고 상호주의(相互主義)를 내세워 대북대결정책을 펴 나갔다. 남녘에선 굶고 있다는 동포에 구호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아니고 백성을 굶겨 죽이는 독재정권이라고 질타만 했다. 1980년대 남녘 전두환 정권시절, 북은 수해를 당한 남녘동포에게 식량과 생필품을 보내준 적이 있다.

드디어 3백만 명이 굶어 죽었다는 풍문이 남녘에 퍼졌다.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고 북은 침묵했다. 수구세력은 가뜩이나 미운 북에서 일어난 일이라 북 정권의 조기붕괴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정말 2,400만 북 인구의 15%인 3백만 명이 굶어 죽었을까?

6.25 전쟁 땐 미국 공군의 융단폭격으로 북 인구의 20~30%(250만)를 죽였다고 공언한 미군사령관도 있었다. 하기야 전쟁 전 후 3년 동안에 남북 양측에서 양민학살/고문 등으로 100만 명이 죽었다고도 한다. 여기서 실제로 몇 명이 굶어 죽었는지를 밝히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엔인구활동기금 (UNFPA)에서 발표한 북녘 인구조사 자료가 있어 인구변동 상태를 살펴 볼 수 있었다.

   

그 자료에 의하면 2008년 10월 1~15일 3만 여명의 조사요원이 총 588만 여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북의 인구는 2,405만 1218명이었다. 남녘 인구의 절반 정도이다. 한편 그 15년 전인 1993년의 인구는 2,121만 명이었다. 15년 동안에 300만 명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소문대로 1990년대 중반 이래 북에서 300만 명이 굶어 죽었다면 고난의 행군시기를 넘겼을 때에 북에는 2,121-300=1800만 명 정도가 생존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2008년 인구가 2,405만 이었으니 15년 만에 약 5~6백만 명이 늘어난 셈이다. 이런 인구 증가는 그 당시 수년간의 인구증가율 추세로 보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인구학자들의 견해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북녘의 연평균 인구증가율(0.6~1.2%)을 적용해 보면 2008년의 2,405만 명보다는 20~40만 명이 더 증가했어야 한다는 추산이 나온다. 다시 말하면 약 20~40만 명이 적게 증가했다는 얘기이다. 이들이 전부 굶어 죽은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소문난 3백만 명과는 너무나도 큰 차이다.

즉 300만 명 아사(餓死)는 근거 없는 숫자일수 밖에 없다. 그렇다 해도 15년 동안 매해 만 명 대의 인구 증가가 없었다는 것은 무시 못할 숫자이다. 300만 명이나 굶어 죽었다고 반복해서 보도하던 수구언론들이 이런 객관적 인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늘 그랬듯이 슬그머니 외면했다. 반북정서 확산은 달성한 셈이다.

 

남녘 수구세력들은 300만이나 굶겨 죽여서 벌써 망했어야 할 북 정권의 생명을 ‘퍼주기’로 연장했다며 반북정서를 더 부추겨 왔다. 필자같은 재미동포는 남녘 수구세력의 이런 인간생명권을 조롱하는 정서를 주위 미국 사람들에게 차마 얘기 못한다. 마치 자기네 동족인 북 동포들이 더 많이 죽어서 더 빨리 망했으면 북의 인권문제가 잘 해결 되었을 것이라는 얘기 같아서 말이다.

북녘주민의 인권문제를 생각하는 남녘 수구들의 기본자세가 보편타당한 생명권의 개념과는 너무나 다르다. 요사이 탈북자 인권문제에 대한 남녘 수구세력의 자세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여하튼 300만 명을 굶겨 죽인 김정일 독재정권이라는 얘기는 북을 증오하고 악마화하는 반북여론의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했고 지금도 계속 300만을 들먹이고 있다. 북 인민의 인권을 부르짖는 사람들의 이런 비도덕적, 비인도적, 비인륜적인 인권개념에 놀랄 뿐이다.

‘제 나라 사람을 굶겨 죽이는 정권은 망해야 한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런 정권 빨리 망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망해주나? 나라는 가난해서 망하지 않고, 부정/부패해서 망하는 것이 역사의 진실이다. 60년대 중국에선 천만이 굶어 죽었다. 그래서 중국이 망했나, 아니면 앞으로 북이 망할 것인가? 중국은 지금 미국 넘어 강국으로 가고 있다. ‘김일성 죽으면 망하고, 김정일 죽으면 곧 망한다’고 한 북이 이젠 가난하지만 핵미사일을 보유한 정치/군사강국임을 보여 주었고 남은 그런 북을 두려워하고 있다.

   

남녘에선 양극화로 인한 극심한 빈부격차, 청년실업, 비정규직 등 민생문제로 2010년 통계청 발표에 자살자가 1만6,000명이었다. 29개 선진 OECD국가 중 제 1위로 평균 보다 3 배 이상의 자살율이다. 반면 GDP 대비 복지비율은 최하위권이었다. 이러니 국민들의 삶에 희망이 없다는 얘기가 들리는 것이다.

세계경제대국 남녘에서 이번 대선 최고의 관건(關鍵)이 민생/복지문제라고 한다. 올 봄 김정은 영도체제로 출범한 북에서도 산업혁명을 통해 인민생활 향상을 총적 목표로 내세웠다. 남과 북이 똑같이 민생/복지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분단국가의 발전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한 남녘이다.

이 숨통을 터줄 곳이 바로 북녘이며 북방경제권이다. 북이 가장 빠르고 쉽게 인민경제를 향상시키는 길은 중국이 아니고 남녘과의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2013년에 새로 출범할 남녘정부와 북이 남북연합을 합의하면 분단유지비용을 그대로 남북경제부흥에 쓸 수 있다. 남북은 민생경제문제를 해결하고 풍요/복지를 누리게 된다. 남과 북 심각하게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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