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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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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 급한게 아니라구요?

'통일지우기'는 민족혼지우기
글쓴이 : 로창현 날짜 : 2022-02-11 (금) 15:42:42

'통일지우기'는 민족혼지우기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이 나라 찾는데 통일

통일이여 어서오라

통일이여 오라

 

 

남과 북 우리 민족에게 너무나 익숙한 <우리의 소원>(안석주작사 안병원작곡)1947KBS 한국방송이 삼일절 특집 라디오 드라마의 주제곡으로 발표됐습니다. 그런데 본래 가사는 통일이 아니고 독립이었다고 합니다. 엄연히 해방후였는데 왜 '소원이 통일'이라고 했을까요.

 

이 노래가 발표된 당시는 미·소 군정기였고 좌우익 세력 사이의 충돌이 극심했습니다. 일본 제국의 압제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되찾았지만 미군정이 지배하고 있으니 진정한 자주독립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1948년 남과 북에서 각기 독자 정부가 수립되고 6.25로 분단이 격화되면서 1954년 문교부의 제안을 받아들여 통일로 수정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남쪽에서 만들어졌지만 70년대이후 북에도 알음알음 전파되었고 1989년 임수경이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가면서 본격 확산되어 1990년대부터는 남북에서 모두 좋아하고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다만 북에서는 1이 정성 다해서 통일 / 통일이여 오라이 목숨 바쳐서 통일 / 통일을 이루자, 2통일이여 오라통일을 이루자로 개사(改詞)하여 부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서는 통일을 어렵고 힘든 것, 불필요하고 손해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남과 북이 체제와 이념이 다르고 오랜 단절로 이질화가 심화되었으니 적당히 교류하며 평화롭게 공존하는게 좋지 않냐는 논리입니다.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무엇보다 국가보안법입니다. 일제 강점기 치안유지법에 뿌리를 둔 국가보안법이 북에 대해 알려는 생각조차 금기시하면서 민족간의 평화로운 통일을 생각하기 힘들게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특히나 민주화이후 자라난 젊은 세대는 반공을 전가의 보도로 내세운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의 경험이 없다보니 통일에 대한 문제의식이 희박하고 남북간 경제력의 차이로 부담이 엄청나게 늘 것이라며 고개를 젓습니다. 대북무지와 편견속에 통일냉소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려되는 것은 진보 성향의 정치인/학자들에게서도 여러 이유로 통일을 기피하거나 서두르지 말자며 통일 지우기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1"남북이 당장 실현 가능한 통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며 통일부 이름을 '남북관계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올들어 1월엔 이광재 국회의원이 통일부를 남북협력부 또는 한반도평화번영부로 변경을 검토하자는 발표문을 내기도 했습니다.

 

며칠전에도 우려스러운 말을 들었습니다 중앙대 김누리교수가 흥사단 뉴욕지부 초청 줌 강연에서 통일보다 급한게 있다. 남과 북이 다 문제가 있으니 분단 극복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날 강연후 뉴욕의 노천희 선생이 단톡방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김누리 교수가 강연에서 통일이 꼭 필요하거나 중요한 게 아니예요한 말을 나의 사랑 한반도야 노래하신 도산 선생님 앞에서도 할 수 있겠습니까? 묻고 싶습니다.

분단이 권위주의 고착화 주범 나를 왜곡시키고 이 사회를 왜곡시키고 우리 국가를 왜곡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통일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분단체제 극복입니다.. 자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통일이 아니라 평화체제..,,’

통일이 안되면 평화체제를 이룰 수 있을까요? 저는 통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하는데 김교수나 많은 교수들이 강연에서 평화면 된다 합디다. 평화가 됩디까? 될 듯 하다가 다 도루묵이고 될 듯해서 환호하고 박차다가 또 꽝꽝 얼어붙고.”

 

김누리 교수는 강연에서 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했고 도 부정적으로 폄하하더군요. 오늘날 의 기형적인 정치구조 등 모든 문제점이 분단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은 백배 공감합니다. 그러나 의 자살률 불평등지수 등 각종 수치들을 절대화하며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김 교수는 남한은 약탈적 자본주의가 인간화 될때까지, 북한은 권위적 사회주의가 민주화 될때까지 통일이 돼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약탈적 자본주의의 인간화라는 멋진 표현이 성립하려면 분단선을 긋고 비인간적인 자본주의를 이식한채 지금도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지배하는 미국으로부터 자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엄중한 주문 또한 했어야 합니다.

 

에 대해선 사실 여부를 떠나 기본 이해가 부족하다고 판단합니다. 서방의 관점에서 봉건적 사회주의로 정의내리고 우리식 사회주의를 면밀히 연구하지 못한다면 은 영원히 이해불가능한 상대로 남을 것입니다. 물론 자칭타칭 북한전문가도 엉터리가 있는데 독일인문학자 출신으로 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에 영향력 있는 학자가 을 평가하고 예단하는 것은 대단히 신중해야 합니다.

 

강연 말미에 통일한반도의 미래는 북한이 결정한다는 논제는 모순된 논리입니다. 독일 사례를 들어 설명했는데요. 5천만인구가 55로 보수 진보가 나눠졌기에 통일이 되면 민주적 소양을 갖추지 못한 3500(사실은 2600)이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한쪽을 지지하여 통일한반도 운명을 가름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김 교수가 지적했다시피 은 진정한 진보세력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엔 수구(국힘)와 보수(민주)만 존재하며 정의당조차 독일의 정통보수인 앙겔라 메르켈보다 보수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렇다면 5천만이 사실상 보수인데 통일후 2600만이 어떻게 이기겠습니까. ‘통일한반도의 운명은 남한이 결정한다는 논리가 더 맞지 않을까요?

 

김 교수의 진심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저의 가장 큰 우려는 통일을 후순위에 놓는 전제 자체가 통일을 영원히 지우고 싶어하는 분단적폐세력에 의해 이용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왜곡된 현실을 이유로 통일을 제쳐 두는 모든 주장은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통일이 중요하지 않은데 구태여 분단체제를 극복할 이유가 있나요? 통일을 멀리할수록 분단기득권을 누리는 세력에 놀아날 뿐입니다. 피와 살을 나누고 언어, 문화, 역사가 같은 민족은 하나의 큰 가족입니다. 가족은 한 지붕 아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통일은 자연스럽고 필연코 이뤄야할 당위입니다.

 

2차대전 전범국 독일도 통일을 했고 또다른 전범국 일본도 분단이 안됐는데 왜 처음부터 끝까지 피해자인 우리의 허리가 잘린채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을 강요받고 지금껏 외세에 의해 자주권을 침탈받고 있나요. 너무나 쉽고 당연한 통일이 왜 어렵고 불가능하다고 세뇌 되었을까요.

 

통일을 외친다고 당장 통일은 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통일은 힘드니 다른것부터 하자'고 말하는 순간 통일은 그만큼 멀어질 것입니다. 분단이 70년 아니라 700년 지속되어 영영 남이 될 수도 있습니다.

 

통일과 평화는 같이 외쳐야 합니다. 통일을 앞세워야 평화도 잘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되뇌며 한 순간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통일은 우리 민족과 나아가 인류에게도 놀라운 선물이 될테니까요.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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