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당신의 나이를 위하여
‘나이를 먹는다’라는 표현은 아마도 지구상에서 한민족의 언어법에만 있지 않을까요.
새해가 되고 설날 떡국을 먹으며 우리는 어김없이 한 살씩 더 먹는다고 합니다. 철없을 땐 몰라도 나이 먹는게 계급장 느는 일도 아니고 하물며 노인의 출발점인 6학년 나이가 되버리면 몸보다 마음이 공허해지는 느낌입니다.
나이는 세월의 속도와 같다고 60대는 60km, 70대는 70km, 80대는 80km로 점점 과속(過速)이 되니 정월(正月)이 왔나 싶으면 봄이 지나 여름이 되고 어느 순간 몇장 남지 않은 달력에 흠칫 놀랄만큼 세월은 빨리 흘러갑니다.
미국에서도 종종 나이를 속도에 비유하는데 km가 아니라 마일(mile)로 계산하기 때문에 한국보다 당연히 속도가 빠릅니다.^^ 60마일은 시속 96km, 70마일은 112km, 80마일은 128km 이니 무시무시한 스피드입니다. 그나마 한국은 시속으로 계산하여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만약 사람이 평생 병도 안걸리고 일체의 심적 고통도 없다면 몇 살까지 살수 있을까요. 의학계 일각에서는 150세까지는 살 것이라는 말을 합니다. 근래에 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80대 후반으로 늘었다시피 주변을 보면 90세 이상 고령에도 건강을 유지하는 어르신들이 꽤 되는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해마다 계속 나이가 더해지다보니 숫자가 주는 압박감으로 인해 몸도 마음도 속절없이 늙는 기분입니다. 우리는 정녕 이대로 늙어가기만 해야 할까요.
그래서 저는 오래전부터 주위 분들에게 이런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만 60이 되는 환갑(還甲)은 인생의 반환점(返還點), 환갑을 깃점으로 나이를 더하지 말고 덜라구요.
환갑을 특별히 기리는 것은 갑자 을축 병인 정묘 무진으로 이어지는 장구한 60갑자(甲子)를 일주했기 때문입니다. 60갑자를 한번 지냈으니 돌아온 회갑(回甲)부터는 나이를 덧셈하지 말고 거꾸로 뺄셈을 하자는 겁니다.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마라톤의 반환점을 돌아 처음 출발했던 골인점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거리가 줄어들 듯 나이 또한 줄어드는 것도 어울리는 일 아닌가요.
환갑을 지낸 다음해는 진갑(62)이 아니라 육순(60)이 되고 다음해는 59세, 또 다음해는 58세가 되는 겁니다. 저는 이것을 ‘만(滿) 나이’가 아니라 ‘감(減)/감(甘) 나이’로 부릅니다. 나이를 빼니 덜 감(減)이요, 젊어지니 달콤할 감(甘)입니다.
환갑을 지나고 해마다 나이가 줄어든다면 생각만 해도 젊어지는 기분이 들지 않으시나요. 세월이 가는게 더 이상 서글프지도 않고 말이죠.
2009년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기억하실 겁니다.
80세 외모를 가진 아기로 태어나 양로원에서 살게 된 벤자민은 해가 갈수록 젊어지는 신비로운 체질을 가졌고 60대 외모가 되었을 무렵 6세 소녀 데이지와 만나 서로의 나이가 비슷해질 무렵 부부의 연을 맺게 되지요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언젠가 어린아이가 되고 사랑하는 여인은 할머니가 되면 자신이 짐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떠나는 놀랍고도 슬픈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뿐, 나이를 거꾸로 헤아리며 그 느낌 그대로 살아 보세요. 마음 따라 몸도 젊어지고 건강한 효과가 생길 것입니다.
곧 환갑이라구요?
칠순(七旬)에 희수(喜壽)도 지났다구요?
결코 위축되지 마세요. 이제 나이를 새롭게 셈하세요.
누가 나이를 물어보면 ‘만(滿)’이 아니라 ‘감(甘)’으로 빙긋이 웃으며 말씀하세요
우리 모두 인생의 후반전엔 60대, 70대, 80대가 아니라
자신만만한 50대, 활력 넘치는 40대, 약동하는 30대로 살아가시라고
새해 최고의 덕담을 드립니다.
왼쪽부터 present - 10 years after - 20 years after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