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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창현의 뉴욕 편지
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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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백신 맞은 이야기”

코로나백신과 '아메리카 퍼스트'
글쓴이 : 로창현 날짜 : 2021-04-09 (금) 04:23:37

코로나백신과 '아메리카 퍼스트'

 



지금 미국에선 백신접종이 맹렬한 속도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미 3월까지 1억명 이상이 최소 1회 이상 접종을 마쳤구요. 4월안에 2억명 돌파가 유력시(有力視) 되고 있습니다. 1차 접종만 해도 코로나19 감염을 80% 이상 막을 수 있다는데 4월안에 전 국민의 60% 이상이 백신 접종을 하게 되면 사실상 미국은 집단면역체계에 다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대규모 접종을 하는 나라중 하나인데요. 지난달 31일 뉴욕에 돌아온 후 뉴저지 팰팍에서 아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예닐곱명 모였는데 이분들은 이미 한번 이상 백신접종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코로나19 감염의 우려를 덜었다는 생각인지 한결 여유로운 표정이었습니다. 해외에서 막 들어온 저를 걱정해 주더군요. 백신 맞은 사람은 감염될 위험이 거의 없지만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으니 책임 못진다면서요. ^^

 

사실 전 백신을 맞을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솔직히 코로나19가 가공할 역병도 아닌데다 백신 또한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팬데믹이후 1년도 안돼 개발된 백신은 아직 충분히 검증이 됐다고 할 수 없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혈전(血栓) 문제로 우려를 자아내고 있고 다른 백신들도 드물게 후유증이 보고되는 현실입니다.

 

제 페친중에는 백신 안맞으면 죽인다고 하기전까지는 버티겠다고 얘기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백신을 안맞으면 앞으로 생활하기가 아주 불편해지고 각종 불이익이 예상된다는 사실입니다.

 

백신여권제도를 통해 접종자들은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가능해지고 자가격리 기간을 줄이거나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백신거부자는 이런 혜택도 누리지 못할뿐더러 주변의 경계심까지 불러 일으키겠지요.

 

백신을 맞는다고 100% 예방이 되는 것이 아니므로 만일 접종했는데도 코로나19에 감염 된다면 접촉한 이들중 백신거부자가 꼼짝없이 코로나 전파자로 몰리게 될테니까요.

 

결국 모든 백신거부자는 '잠재 전파자'로 기피인물(忌避人物)이 되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백신은 분명 선택사항이지만 현재 분위기를 고려할 때 거부자는 왕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거부자끼리 모여살든가주사 맞고 어울리든가 퇴로없는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는 셈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백신을 서둘러 맞을 의사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방북 가능성과 백신의 상관관계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언제고 북녘 방문의 길이 열리면 백신 접종자에 한해 입국을 허용하게 될테니까요.

 

지난해 124일 북측의 항공노선 폐쇄로 5차 방북이 좌절된 후 이제나 저제나 풀리길 기다렸는데 갑자기 문이 열려서 백신 접종자만 들어간다면 미리 맞는게 낫다는 생각이 든 것이죠. 백신에 대한 불신보다 방북이 제게는 훨씬 중요하니까요

 

아다시피 북은 세계에서 가장 철저하게 코로나방역을 하는 나라입니다. 인구 2600만명임에도 공식확진자가 현재까지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걸 못믿겠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북은 지난 20여년간 메르스, 신종플루 등 바이러스감염이 있을때마다 철옹성(鐵甕城)같은 국가 방역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중간 하늘길이 막힌 이후 본국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백명에 이른다는 얘기도 들리는데요. 최근 부임한 북경주재 북대사는 육로를 이용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 대사 등 임기를 마친 외교관들이 항공편이 없어 아직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41일과 2일 고려항공이 12개월만에 운항신고를 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대기중인 자국 국민들을 위한 특별기가 아닌가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비행기운항이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지인이 방북을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북 취재를 기다리는 저로선 갑자기 문이 열린다면 언제든 갈수 있도록 준비를 해둬야 합니다. 그래서 백신 접종(接種)도 빨리 하는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뉴욕 지인의 접종사진입니다


한국에서 온지 이틀만인 지난 2, 어떻게 하면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how to get covid vaccine in new york?’을 넣었더니 관련 사이트가 몇개 뜹니다. 그중 하나를 클릭하고 접종 희망 지역 리스트를 찾아보았습니다. CVS와 월그린 등 약국체인부터 stop & shop마트까지 백신접종 장소들이 주르륵 나오네요. 백신도 모더나와 화이자, 존슨앤존슨 중 맞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저를 공항에서 픽업해준 친구는 모더나를 맞았다고 하길래 같은 것을 선택했습니다. 가장 빨리 맞을 수 있는 날이 뉴욕주 뉴시티에 있는 CVS Pharmacy에서 46()이었고 1230분에 예약을 했습니다. 불과 나흘뒤입니다.

 

1차접종일을 선택하니 2차접종일은 54일로 잡히면서 시간을 예약하도록 이어지더군요. 개인정보와 몇가지 질문 등 5분 정도 입력했더니 바로 완료. 이거 너무 쉬운데? 예약된 것 맞아? 휴대폰과 이메일로 확인 메시지가 오는걸 보면 되긴 한 모양입니다.

 

제 친구는 예약할때 어떤 백신을 맞을지 몰랐다고 하는데 제가 할 때는 물량이 많이 확보됐는지 선택이 가능했습니다. 8일부터는 만16세 이상 청소년 접종도 가능하고 일부 지역에선 예약없이 선착순으로 맞는다는 정보도 오더군요.


지금 세계 각국은 백신 확보 전쟁이 한창입니다. 미국은 인구가 35천만명이나 되는데도 사뭇 여유롭습니다. 미국이 정치를 잘해서가 아닙니다. 트럼프는 가고 없지만 아메리카 퍼스트의 탐욕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아무리 자국 우선주의라 해도 사정이 딱한 나라들에 적게나마 공급도 하면 좋으련만 제 욕심만 차리는건 아닌지..너무나 쉽고 빠르게 백신 예약을 하고나서 드는 생각입니다. (나중에 다른 분들 사례 들으니까 저처럼 초스피드로 된 분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한국서 날아오자마자 예약이 된건 운이 좋았던 모양입니다.)

    

뉴시티는 제가 있는 곳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졌는데 뉴욕주 라클랜드 카운티의 작은 타운으로 허드슨 강에 인접(隣接) 해 있습니다.

 

팰리세이즈 파크웨이를 타고가다 exit 11로 빠져나왔습니다. 봄물이 오른 노란 개나리들이 피어난 도로변을 지나 몇 분 달리니 왼쪽에 CVS가 보입니다. 백신 예약을 한 사람들로 연이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입구엔 코비드-19 백신 맞는 곳이라는 사인판이 붙어 있네요. 안쪽으로 들어 갔더니 사람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습니다. 대기줄인가 싶어서 엉거주춤 하는데 근무자인 중년 여성이 카드를 가져왔냐고 묻더군요. 의료보험카드 말하냐?고 물었더니 접종 카드랍니다. 알고보니 입구에 다른 줄이 있더군요.

 



접수창구에도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 사람들이 서 있습니다. 예약 확인을 하고 신분증과 의료보험 카드를 제시한후 접종카드를 받았습니다. 이걸 갖고 다른 창구에서 컴퓨터에 자료 입력후 접종 대기라인에 섰습니다. 순서가 되자 흑인남성 간호사가 커텐을 친 안쪽으로 데려갑니다. 체온을 재고 감기증세나 알러지는 없는지, 두세개 질문을 한 후 그냥 선 채로 왼팔 어깨에 주사를 놓더군요.

 


1초가 지났을까? 미처 고개를 돌릴 새도 없이 주사를 뺍니다. 아무 느낌이 없어서 놓은거 맞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하네요. 번개였습니다. ㅎㅎ 끝났지만 바로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15분 대기 해야 하니까요. 혹시라도 후유증이 있는지 확인하도록 15분짜리 타이머를 갖고 앉아있게 하더군요. 그제서야 줄지어 앉은 사람들이 이미 주사를 맞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그렇게 총 20분내에 1차 접종을 완료하고 나왔습니다. 몇시간 지나니 주사맞은 어깨가 뻐근한 느낌입니다. 살짝 의심했지만 주사를 맞긴 한 모양입니다.^^ 뻐근한 느낌이 하루 정도 가더군요. 2차접종때는 사람에 따라 1~2일 열도 나고 아프기도 하다는데 아무 일없이 지나는 경우도 많다니 두고 봐야겠습니다.

 

전혀 계획도 없던 제가 초스피드로 백신을 접종하니 좀 얼떨떨합니다. 이왕 맞았으니 별다른 후유증없이 잘 지나가면 좋겠네요. 어쨌거나 저는 코로나19가 이렇게 세상이 뒤집어질만큼 위험한 역병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전세계 평균 치명률이 2.3% 이고 한국과 미국은 1.7% 에 불과합니다

 

코로나19를 조심은 하되 과한 공포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합니다. 지난 1년여간 백신 없이도 대부분 잘 지내왔습니다. 모쪼록 코로나19를 잘 극복하여 우리 모두가 일상의 행복을 찾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피자 박스까지 코로나19 검사를 알리고 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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