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판정자 2주 자율관리체제로
11월 1일 오전 10시57분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뜹니다.
“안녕하세요. 11월 2일 낮12시 이후 자가격리(自家隔離)가 해제됩니다. 격리해제후에는 ‘자가격리 안전보호앱’을 삭제하셔도 됩니다..”
자가격리 해제가 이제 하루 뒤로 다가왔습니다. 그간 주위에서 '힘들지 않냐', '고생스럽겠다'는 안부 메시지를 받았습니다만 솔직히 별로 힘들거나 답답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살던 집에서 하는 격리였고 가족들 또한 함께 있었기때문일 겁니다.
격리를 위해 화장실 딸린 안방을 독차지했고 간혹 거실에 나오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느라 가족이 저보다 불편했겠지요. 게다가 먹을거리까지 알뜰히 보내준 모국의 배려(配慮)에 얼마간 감동을 먹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지난 2주는 가장 오랫동안 좁은 곳에서 움직이지 못한 시간이었지만, 덕분에 온라인으로 밀린 일도 하고 내 자신을 돌아보는 세상 편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적인 2주격리 제도가 바람직한지 진단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2주격리는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시행하고 있고 또 일부 국가들은 2주 이상의 격리를 의무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K방역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한국이라면 다른 나라들보다는 좀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2주격리는 음성판정과 무관하게 수일내에 잠복중인 코로나 균이 발병할 수 있다는 가정(假定)하에 만들어진 기간입니다. 확률이 아무리 적더라도 작금의 코로나 팬데믹 하에선 주의깊게 관리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 제도가 대상의 선별적 제외 등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사실입니다. 격리면제를 받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외교관 공무원 항공기 승무원 선원 정비사 등이 해당되고 외국인도 비자타입이 A(외교) B(공무)와 같은 직업군은 자가격리면제서도 필요 없습니다.
또한 계약, 투자 등 중요한 사업목적이 있는 기업인들, 학술목적, 기타 공익적, 인도적(삼촌이내의 장례식 참석) 목적의 입국시엔 사전에 자가격리면제서를 발급받으면 됩니다.
그럼, 코로나균은 이런 사람들을 알아서 피해갈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 이들도 입국 직후 코로나 진단은 받겠지만 자가격리는 면제이니 정상 생활을 할 것입니다. 따라서 잠복후 발병이 된다면 방역상의 허점(虛點)이 되겠지요.
물론 이런 직업군까지 강제적으로 격리하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코로나19가 진짜 무섭다면 예외가 없어야 하는 것이 온당합니다. 그러나 이미 국내에서 방역의 구멍이 숭숭 뚫리는 마당에 해외 입국자를, 그것도 이런저런 경우들을 빼주고 나머지만 철통같이 가둬서 될 일은 아닙니다.
그럴 바에야 눈가리고 아웅하지 말고 좀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며 가능한 모두에게 평등한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존스홉킨스대 공중보건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는 병원체에 노출된 후 발현(發現)되기까지 잠복기 평균치가 5.1일입니다. 무증상 감염될 수 있는 기간이 약 5일 정도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14일이 시행되는 것은 사람에 따라 잠복기가 길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최대치를 잡은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2주 격리를 경험한 입장에서 드는 생각은 이를 합리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입니다. 즉 자가격리는 1주간 시행하고 나머지 1주는 자가격리앱을 설치한 상태에서 자율적인 생활을 보장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안정적인 관리가 된다면 좀 더 전향적으로 음성판정이 나오면 2주간 앱을 설치하는 조건으로 자율 생활을 허용해도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사실 음성판정을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안전한 존재입니다. 저처럼 가족들과 함께 있다면 자유롭게 외출하는 가족이 잠재적인 전파자(傳播者)가 될 수 있기에 되레 두려워야 마땅합니다.
2주 격리는 당사자만 힘든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인력이 필요하고 그만큼 비용도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자가격리를 1주일만 줄여도 비용이 절감되고 생산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소비 또한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경제도 좀 돌아가야하지 않겠습니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촘촘한 관리가 가능한 방역 선진국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을만큼 거미줄같은 추적망을 구축해 놓았습니다. 빠른 진단과 효과적 치료의 노하우도 갖추고 있습니다. 마스크착용과 손씻기, 사회적 거리 유지라는 3가지 수칙만 준수해도 코로나19는 완벽하게 방어(防禦)된다는 사실은 국민적 상식에 속합니다.
어제도 미국은 하루 10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유럽도 연일 엄청난 증가세를 보입니다. 한국은 지난 겨울 신천지사태와 광복절 태극기부대의 막무가내 시위로 위기도 있었지만 총 사망자가 466명입니다. 비슷한 인구의 프랑스 사망자(3만5천여명)에 비하면 75분의1에 불과합니다.
객관적으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라고 할 수 있는데 '코로나 불안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 같습니다. 긴장의 끈을 늦추자는게 아닙니다. 불공평하고 합리적이지 못한 제도를 개선하자는 겁니다.
북녘에선 코로나발병 초기부터 육해공 국경을 봉쇄하고 그야말로 철통같은 차단으로 공식 확진자가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를 부인하지 않습니다. 반면 스웨덴같은 나라는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정상생활을 하는 등 '전국민 면역체계'를 고집스럽게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떤 나라든 자신들이 처한 조건에서 최상의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기왕이면 대한민국이 유연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도입해 또한번 세계를 선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끝으로 한 마디를 보탭니다. 코로나19의 전파속도가 무섭다해도 다른 질병에 비해 치명률(致命率)이 특별히 높지 않습니다. 중태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대개 기저질환(基底疾患)이 있거나 저향력이 약한 노년층입니다. 평소 위생습관과 비타민C 등 면역력을 강화하는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설령 코로나19에 노출되도 무탈한 사례들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백신도 개발되었습니다. 임상시험후 안전성이 입증되면 내년 상반기쯤 시판이 될 것입니다. 코로나19는 ‘변종 독감’이지 중세 흑사병이나 콜레라와 같은 가공할 전염병이 아닙니다. 제발이지 한국정부와 언론은 국민들이 신경과민이 될 정도로 겁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1일 코로나19테스트를 위해 보건소에 갈때 모습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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