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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창현의 뉴욕 편지
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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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因緣)

부처님오신날의 생일불공
글쓴이 : 로창현 날짜 : 2020-05-02 (토) 03: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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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원각사(圓覺寺)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5년 봄이었습니다. 어느날 뉴욕한인신문에 찬불가 법회를 한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뉴욕에 이주한지 1년 조금 넘은 무렵인데 그때까지 우리 가족은 집에서 가까운 한국사찰 불광선원을 이따금 다니곤 했습니다.

 

? 이런 곳에 한국 절이 있었네? 우리 한번 가볼까.”

 

돌아오는 일요일 차를 타고 50분쯤 걸려 간 뉴욕원각사는 프리미엄 아울렛몰로 유명한 우드베리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뉴욕주 오렌지카운티의 샐리스베리밀즈라는 다소 낯선 타운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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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품고 아늑한 산에 둘러싸인 넓은 녹지공간에 위치한 보기드문 한국 사찰이라는 점에서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부지만 32만평으로 불교 사찰로는 미 대륙에서 가장 큰 곳이었으니까요. 미국식 가옥들을 법당과 요사채로 활용해 한국에서처럼 절 분위기는 느끼기 어려웠지만 고색창연한 서체의 원각사현판이 적잖은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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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각사의 기틀을 다진 법안큰스님이 직접 쓰신 서체의 현판입니다. 법안스님은 뉴욕한인회관의 한글현판도 쓴 이름난 서예가였습니다 

 

 



 

그런데 명색이 찬불가법회를 하는 날인데 참석한 불자들이 이십여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대부분 노보살님들이었습니다. 모처럼 한국 사찰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가슴 한켠에 쓸쓸하고 안타까운 느낌을 지울 수 없더군요. 그래서 이 넓은 절에 불자들이 너무 없네..우리라도 원각사에 꾸준히 나오자고 약속하였죠.

 

나중에 알았지만 원각사는 창건주나 다름없던 법안스님이 오랜 와병(臥病)으로 누워 계시고 당시 주지로 계시던 정우스님은 한국에 주로 계신 터라 보스턴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지광스님이 부주지 소임을 맡고 법회일마다 먼길을 오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날따라 날씨도 안좋아서 참석한 불자들이 적었던 게지요.

 

원각사는 1974년 한국불교 세계화의 일등공신인 숭산스님이 창건하였고 법안스님이 오늘의 원각사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그 특별한 사연은 아래 링크로 대신하겠습니다.

 

 

* 뉴욕원각사일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hyn&wr_id=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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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한국에 있다가 뉴욕에 돌아왔지만 코로나19로 출장 등 계획했던 여러 일들이 어려워지면서 요즘엔 집에서 가까운 원각사에서 가족처럼 생활하고 있습니다. 물론 2주간의 자발적인 자가격리를 끝내구요. ^^ 덕분에 아침 저녁으로 법당 부처님을 만나뵙고 미처 몰랐던 원각사의 삶을 체험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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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달았던 연등을 떼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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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스님이 마스크를 낀채 떼어낸 연등을 차곡차곡 쌓고 있습니다

 

특히 4월 한달간은 아내와 함께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750여개의 연등(燃燈)을 만드는 일을 틈틈이 도왔는데요. 지난 1년간 법당 천정에 달았던 연등을 모두 떼어내고 수리가 필요한 연등 틀을 새로 만들고 종이를 발라 108개의 꽃잎 장식을 붙이는 과정까지 하나의 연등을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이 필요한지 새삼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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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든 연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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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각사에선 코로나19로 절에 오지 못하는 불자들을 위해 주지 지광스님과 선명스님, 한국서 오신 인궁스님이 기도와 헌공의례를 페이스북으로 중계하고 주지스님의 영상법문도 SNS로 올리고 있습니다.

 

부처님오신날 공식 행사는 한국에서처럼 한달 미뤄져 윤사월에 열게 되었지만 어제 430일은 음력으로 사월 초파일이었습니다. 여느때처럼 주지스님이 영상 촬영을 준비하고 스님들 뒤로 우리 부부도 자리하고 부처님오신날 법회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아내 얘기가 부처님께 올리는 마지(摩旨) 밥을 자비성보살이 저보고 올리라고 했답니다. 한번도 그런 일이 없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더니 제 생일 불공도 함께 드린다고 하는군요. _()_ 사실 제 음력생일이 사월초파일이거든요. 하지만 부처님오신날엔 어쩐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양력에 맞춰 생일을 기념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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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전에 마지를 올리고 있습니다

 

이미 법회가 시작된 터라 얼떨결에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석가모니불정근(釋迦牟尼佛精勤)에 들어갈 때 마지를 부처님 상단에 조심스럽게 올렸고, 반야심경(般若心經)을 염송(念誦)할 때 신중전(神衆殿)에 다시 올리는 일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예기치 않은 일들은 법회가 끝나고 이어졌습니다. 알고보니 스님들께서 근사한 생일 케익과 예쁜 꽃까지 아침 일찍 준비해 부처님 전에 올려 놓으신게 아닌가요. 덕분에 점심 공양을 하기전 조촐한 생일 축하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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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닮은 케익! 스님들이 연꽃 분위기가 난다고 고르셨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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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스님이 생일축가를 직접 선창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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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스님이 직접 챙겨주신 꽃입니다


 

주지 지광스님과 선명스님 인궁스님 등 스님들이 생일 축가를 함께 불러주는 광영까지 누리니 송구하고 감사하고, 이게 무슨 복인가 싶었습니다. 공양주 자비성 보살님이 정성껏 요리한 맛난 음식들을 함께 즐기며 코로나19의 시름을 잊고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오후엔 원각사 도량을 산책하며 청동석가여래좌상과 대웅전(大雄殿)을 거쳐 동쪽 비탈길 끝에 있는 부처님 진신사리탑(眞身舍利塔)까지 가서 탑돌이를 했습니다. 모쪼록 세계를 휩쓰는 코로나 역병이 하루속히 물러가고 남북화합과 평화통일의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희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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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각사 동쪽 끝에 있는 부처님 진신사리리탑입니다. 원각사는 영축총림 불보사찰 통도사의 직계 사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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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불사가 한창인 대웅전과 아래쪽에 동당 서당입니다

 

     

문득 어머니가 저를 낳고 쓰신 출산일기가 떠오릅니다. 거의 평생을 일기를 쓴 어머니는 제가 태어난 전후의 일들도 세세하게 기록하셨지요. 신혼때 6.25가 터져 징집된 아버지는 이후 4년을 군복무로 어머니와 떨어져 지내셨습니다. 결혼한지 7년만에 딸을 낳고 그후 4년이 지나고 아들인 제가 태어났으니 얼마나 기뻐하셨을지 그려집니다.

 

외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독실한 불자인 어머니는 공교롭게 부처님 오신날 저를 얻었는데 제가 탯줄을 목에 걸고 태어나 그또한 부처님의 가피(加被)로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일설로는 탯줄을 목에 걸고 태어나면 부처님 제자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삿된 욕망과 집착을 끊지 못하면서도 끊임없이 부처님 주변을 맴돌고 있으니 이것도 인연(因緣)인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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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각사 도량은 미주사찰로는 가장 큰 32만평의 부지에 그림같은 호수를 끼고 있습니다

 

스쳐 지나가도 인연이라는 말을 합니다. 그런 우연도 무려 1()이라는 전생의 인연이 있어야 합니다. 1겁이라는 시간은 40(15.68km) 돌산을 백년마다 한 번씩 천으로 쓸어 그 돌산이 모두 닳아 없어질 때까지의 한량없는 시간입니다.

 

하물며 부부로 만나려면 전생에 8000겁의 인연이 있어야 하고 형제는 9000겁의 세월이, 그리고 부모와 자식은 1만겁이 쌓여야 만날 수 있는 인연이라고 합니다.

 

가족은 물론이거니와 친인척과 친구들, 매일 우연히 스쳐가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세세생생(世世生生) 인연의 힘으로 우리는 만나고 있는 것입니다. 서로를 보듬고 사랑하며, 정의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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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각사의 호젓한 산책로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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