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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창현의 뉴욕 편지
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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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작가에게 띄우는 편지(下)

“압록에서 두만까지 달려갑시다!”
글쓴이 : 로창현 날짜 : 2018-10-26 (금) 23: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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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400여일의 발걸음에 마침내 펼쳐진 압록강의 푸른 물결. 북녘 우리 민족의 산하는 손 내미면 닿을 듯 합니다. 당신은 그런 말을 했지요. 유라시아를 횡단하여 단둥까지 무사히 올지는 확신할 수 없어도 북녘 산하에 못들어갈거라곤 단 한번도 의심한 일이 없다구요. 국경 앞에서 이렇게 소리치겠다고 했습니다.

 

 

내 아버지는 이북에서 태어나 자랐고, 나는 이남에서 자랐습니다. 남북평화통일을 위해 1년 넘게 유라시아대륙을 달렸습니다. 이제 아버지와 나의 고향 땅을 달리고자 하니 문좀 열어주세요, 하고 외치면 안 열어주겠습니까.”

 

 

맞습니다. 우리는 한민족입니다. 한 식구요, 한 혈육입니다. 원치 않게 땅이 갈리고 헤어진 채 70년 넘게 살았지만 이젠 합칠 때가 되었습니다. 부둥켜 얼싸안고 목놓아 울어야 합니다. 그 누가 우리를 막아도, 그 누가 우리를 위협해도, 결연히 우리 민족끼리 손잡고 성큼성큼 앞을 향해 가야할 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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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이 벌써 세차례나 만나고 북미 정상도 역사적 회동(會同)을 했습니다. 평화의 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가요. 소용돌이치는 가슴은 터질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습니다. 북녘 정부인들 남북평화통일을 위해 4만리를 달려온 당신을 뜨겁게 환영하는 마음이 왜 없겠습니까.

 

지금 우리는 천지가 개벽하는 엄중한 역사의 한 복판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소망하는 평화와 통일이 오기까지 건너야 할 난관이 지뢰밭처럼 숨어 있습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반대하는 국내외의 분단고착 세력은 방해공작의 칼날을 도처에서 번뜩입니다. 북미정상이 만나 평화를 향해 가자는 판문점선언을 지지하고도 가혹한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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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의 운전대를 잡고도 동승자의 눈치를 살피는 남쪽이 북쪽은 못내 답답할 것입니다.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 당신의 입북을 위해 힘써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감감 무소식인 것은 필시 어려운 사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왕의 민간교류 행사를 전면 유보(留保)하고 모든 인력과 역량을 총동원해 북미 협상에 집중하는 북 당국의 엄중한 상황을 우리는 이해해야 합니다. 바야흐로 도출되는 결과물은 북녘만이 아닌, 우리 민족의 미래가 달린 것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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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발걸음이 단둥에서 멈춘지 20일이 되갑니다. 그 사이 백두산 천지도 올라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산신제(山神祭)도 지냈지만 안타까운 기다림의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당신은 북한을 통과하지 않고는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보였지요. ‘발걸음을 멈추는 순간 나의 달리기는 과거형이 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금방 잊어지고 말 것이라면서요. ‘이제 막 힘을 받던 나비들의 날갯짓도 동력(動力)을 잃을 것이기에 나의 달리기는 끝날 때까지 현재진행형이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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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정이 지금까지 달려온 여정보다 더 멀고 험할지라도! 북한 국경에서 떠돌이가 되어 떠돌아다닐 것이다. ‘통일 떠돌이가 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강작가님. 당신이 통일 떠돌이가 되겠다면 우리도 기꺼이 통일 떠돌이가 되겠습니다. 남북 한겨레가 지금처럼 서로의 소식도 모르고 왕래도 없이 산다면 떠돌이의 삶만도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떠돌이가 되겠습니다. 통일의 염원을 품고, 통일의 그날을 기어코 맞을 희망의 통일 떠돌이말입니다.

 

한명의 통일 떠돌이가 두명을 만들고, 두명의 통일 떠돌이가 네명을 만들 것입니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8800만 한민족 전체가 한라(漢拏)에서 백두(白頭)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하나의 띠를 이루며 통일의 대합창을 할 것입니다. 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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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과 평마사 임원진은 향후 어떤 길을 찾아야 할지 플랜 A B C에 부심하고 있을 것입니다. 외람되지만 저는 한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북녘 산하로 가는 길이 열릴 때까지 이 자리에서 기다릴게 아니라 계속 달리자는 겁니다.

 

단둥에서 압록강 줄기를 따라 동쪽으로 달려가는 겁니다. 강너머 북녘땅 만포(滿浦)와 중강(中康)을 끼고 또다시 민족의 영봉 백두산도 지나고 두만강의 푸른 물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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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에서 발을 담갔으니 두만에서 머리를 감아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대홍단(大紅湍)과 무산(茂山) 회령(會寧) 온성(穩城) 등 그리운 북녘 산하를 손짓하며 동쪽으로, 동쪽으로 달려가 봅시다.

 

그곳은 회복해야 할 우리의 고토(古土), 우리 민족의 독립의 염원이 절절하게 서린 땅입니다. 만주벌에서 연해주까지 숱한 항일운동의 유적지가 있습니다. 애오라지 국권 회복을 염원하며 초개(草芥)처럼 목숨을 던진 선조의 얼을 더듬는 당신의 글과 목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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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있는 조선족 동포들과 뜨거운 시간도 가져 봅시다. 훈춘(琿春)에서 러시아로 넘어가 고려인 동포들도 만나고 안중근의사가 단지동맹(斷指同盟)의 엄숙한 결의를 한 크라스키노 추카노프카 마을 강변의 단지동맹 기념비도 참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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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6개월의 중국 비자가 곧 만료되는만큼 러시아로 넘어가 입북을 기다리는 것도 좋은 고려사항이 될 것입니다. 그 사이 입북 허가가 나온다면 단둥에 돌아갈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또다시 중국 비자를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으니 차제에 북의 라선특별시(라진 선봉)를 통해 입북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강작가님. 철원 월정리역에 있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의 녹슨 표지판을 아시지요. 남과 북이 철도연결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철마는 달릴 것입니다. 우리의 강명구도 달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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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데인 듯 화끈거리는 사막의 열기와 살을 에이는 혹한의 눈보라를 뚫고 1년 넘게 달렸듯이 압록과 두만의 푸른 물줄기 따라 우리 민족의 염원을 안고 불굴의 기개가 넘치는 대지를 온몸으로 호흡하며 달려 봅시다.

 

당신을 통해 얼어붙은 분단의 세월을 너머 그리움의 강이 녹아 흐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통일에 대한 뜨거운 갈망이 일렁이는 것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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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보기만 하여도 눈물이 날 것같은 압록과 두만의 쪽빛 물결을 따라 달려가세요. 당신의 재기(才氣) 넘치는 필치로 민족의 비원(悲願)을 노래할 압록일기두만일기를 보고 싶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진중집 난중일기(亂中日記)와 연암 박지원의 연행집 열하일기(熱河日記)와 같은 감동을 느끼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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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작가님. 당신의 말씀처럼 조국의 통일은 정상들끼리 백두산 천지에서 두 손을 마주잡는다고 오지 않습니다. 통일은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들이 서로 뜨거운 가슴으로 부둥켜 안을 때 비로소 오는 것입니다.

 

남과 북은 이미 판문점 선언을 통해 사실상 종전 선언을 하였습니다. 남과 북의 지도자들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갈 것을 믿습니다.

 

평양 대동강변 버드나무 아래서 북녘 시민 5만명과 남녘 시민 5만명, 재외동포와 세계시민 5만명 등 15만명이 대동강 맥주와 남한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마음의 분단선(分斷線)을 지워버리는 평화의 축제가 신명나게 펼쳐지기를 간절히 희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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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초심으로 돌아갑시다.

 

지난 2015년 당신이 미 대륙을 외롭게 횡단할 때 블루릿지 마운틴의 쉐난도 계곡에서 보내온 글을 소개하며 이 편지를 맺습니다.

 

 

나에게는 버릴 수 없는 나의 쉐난도가 있다. 지금은 갈라져 두 조각이 난 나의 조국 쉐난도! 나는 나의 사랑하는 하늘의 딸, 통일조국을 향해 달려간다. 지금껏 내가 달려온 것보다 더 많은 시련과 고통과 고난이 닥칠지라도 나의 골인지점 통일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묵묵히 달려갈 것이다. 사랑을 잃은 열일곱 살 소녀처럼 눈물을 흘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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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웨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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