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를 아십니까. 만인지상의 자리에 올랐다가 말년엔 중국 공산당에 의해 체포돼 북경식물원의 노동자로 전락한 비운의 황제지요.
그는 평생 3번이나 황제가 되었습니다. 3살에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가 되었다가 신해혁명과 함께 황제자리를 내놓았다가 복위했고, 훗날 일본군이 세운 꼭두각시 위만주국, 가짜 만주국의 황제가 됩니다.
4번 결혼하고 다섯 명의 아내를 두었지만 미치거나 갑자기 죽거나 도망가는 등 순탄치 못한 결혼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1907년 출생해 1967년 신장암으로 사망하기까지 격동의 근대사속에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한 푸이를 소개한 것은 제가 천진에서 묵은 애스터 호텔(Astor Hotel)에 담긴 그의 체취때문입니다.
천진공안국에서 예약해준 이 호텔은 천진에서 연금 비슷한 생활을 한 푸이 황제를 비롯, 열각의 각축장이 된 천진을 찾은 세계 각국의 원수 등 국빈들이 투숙하는 호텔로 잘 알려졌습니다.
애스터 호텔의 한자가 이순덕(利順德)이네요. ^^ 호텔이 반점(飯店)이라는건 아시죠? 1863년 개관, 올해로 14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깊은 호텔입니다. 영국 선교사 존 이노선트(John Innocent) 가 세운 이 호텔엔 미국의 31대 대통령 로버트 후버가 묵기도 했습니다.
수년전만 해도 고풍스럽긴 했어도 시설이 상당히 낡아 불편했는데 2010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해서 지금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로운 최고의 호텔로 거듭났습니다.
이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천진 공안국의 호의로 지하에 있는 호텔박물관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푸이 황제 등 호텔에 머문 국빈들과 역사적 인물에 관한 각종 자료와 손때 묻은 물건들이 정말 잘 보존돼 있었습니다. 아마 호텔에 이런 박물관이 있는 곳은 거의 유례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 황제 푸이의 사진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왕비와 함께 찍은 것이고 가장 오른쪽의 기모노 여인은 놀랍게도 왕비의 모습입니다. 일본의 침탈로 중국의 황실도 이처럼 모욕(?)을 당한 셈인데 동병상린의 심정이 되더군요.
지하에 있는 박물관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풍경입니다.
정말 오래된 타자기가 있더군요.
언제 정지한지 모르겠지만 괘종시계가 8시35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문득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졌습니다.
사실 이곳은 원칙적으로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입니다. 하지만 중국 공안 관계자의 안내로 특별관람을 한 덕분인지 전혀 제지받지 않고 마음껏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일정때문에 좀더 꼼꼼하게 둘러보지 못한게 아쉬울만큼 눈길끄는 근세사의 자료와 유물들이 가득했습니다.
20세기 초반 마지막 황제 푸이가 이런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했을까요. 메뉴와 함께 스푼 포크가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손대지 말라는 안내판도 있네요. ^^
다음 방으로 이동하는 회랑에도 고가구들과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사진의 주인공들이 앉음직한 의자입니다. 이제와 생각하니 이곳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을걸 그랬다 싶네요. ㅋㅋ
금궤와 옛 지폐들입니다. 그야말로 보물상자인가요? 동행한 US아시안아메리칸 사법재단의 데이빗 정 명예회장이 안내자의 허락아래 직접 만져보고 있습니다. 물론 금궤는 진짜가 아닙니다. ^^
그런데 흥미로운 물건이 눈에 띕니다. 이게 무엇일까요?
네, 짐작하신대로입니다. 이발소용 의자라네요.
중국 근대사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지요. 오른쪽엔 손문(孫文) 중국에선 손중산(孫中山)으로 보통 표기하지요. 중산은 손문의 호입니다.
현금출납부입니다. 1952년 5월 18일부터 쓰기 시작했다고 돼 있습니다.
아름다운 애스터 호텔의 야경입니다. 아래 사진은 호텔의 각종 문양을 전시한거구요.
박물관 입구에 걸린 오래된 전화기도 전시품인줄 알았는데 지금도 쓰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연출사진이 아닙니다. ^^
데이빗 정 회장과 안내를 맡은 여성의 모습(위사진)이구요. 이어서 저도 인증샷을 남겼습니다.^^
<11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