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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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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 좋아하네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1-12-22 (목) 07:59:32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죽음이후 세계 언론은 연일 관련 뉴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솜씨좋은 한국의 미디어들은 폐쇄주의국가속 절대권력자의 죽음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알아냈는지 참으로 다양한 소식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홍수같은 뉴스들을 곰곰 뜯어보면 거지반 영양가가 없는 것들입니다. 그야말로 카더라 통신에 의존한 것이거나 추측, 전망, 꿰맞추기 등 뉴스라기보다는 얼치기 픽션같은 것들이니까요. 그런 것들이 포탈마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으로 낚시밥을 드리우니 네티즌들은 보자니 허무하고, 안보자니 궁금하고 참 피곤합니다.

 

차라리 영국의 대중지 ‘미러’지가 보도한 ‘김정일의 17가지 미스테리’처럼 처음부터 웃자고 쓴 기사라면 이해하겠습니다. 사실 미러의 원제목도 'Kim Jong Il, 17 bizarre details about the Dear Leader's life 입니다. ‘열일곱가지 기이한 이야기’라고 번역해야 할 것을 미스테리라고 했으니 네티즌들을 낚기위한 한국 미디어들의 낚시제목은 가히 병적 수준입니다.

한국 미디어들이 꼽은 몇가지 미스테리들은 취재력과 정보부족으로 기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미스테리로 치부(置簿)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긴 한국정부도 북한이 53시간 동안 사망발표를 지연하고 있었음에도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MB는 일본을 다녀와 19일엔 생일파티까지 했다니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급기야 안기부의 정보수집능력이 삼성만도 못하다는 조롱도 나오는 판국입니다. 그런점에서 우리 곁에 삼성이라도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요. 무려 53시간(그보다 하루전에 사망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지만) 전혀 눈치를 못챘다는건 정말 심각한 일입니다.

정보라는게 ‘딥쓰로우트’처럼 내부의 제보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특이사항들을 비교분석하고 종합하면 하나의 구체적인 사실이 유추(類推)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처럼 급작스러운 사망이라면 그만큼 다양한 징후(徵候)들이 나왔을 것입니다. 53시간은 만 이틀이 넘는 긴 시간입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급사하는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사건이 벌어졌는데 전에 볼 수 없던 특이사항들이 왜 없었겠습니까.

김정은이 대장명의의 1호명령을 전 군에 하달한 사실도 한가지 징후입니다. 그것을 감청(監聽)하고도 그냥 넘겼다면 한마디로 자격미달입니다. 그나마 북한이 53시간만에 발표했으니 다행이지 한 일주일 묵혔다면 우리 정부는 '정신줄 놓은 정부'라는 비아냥을 들을 판국입니다.

다시 미스테리로 돌아갑니다. 며칠전 한 포탈사이트에 [속보] 김정일 달리는 열차에서 죽지 않았다 라는 제목이 떴습니다. 속보라는 긴장감 넘치는 단어도 그렇지만, 열차 아닌 다른 곳에서 사망했다는건가? 라는 의문이 들법한 제목입니다. 한편으로는 ‘그럼 서있는 열차안에서 죽었다는거야? ’하고 우스꽝스러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뿔싸, 클릭했더니 정말 달리는 열차가 아니고 서 있는 열차에서 사망했다는게 아닙니까? 이게 무슨 말장난도 아니고, 어이없더군요. 북한당국이 발표한 그시간 특별열차가 달린 징후가 없었기 때문에 그게 미스테리라는 겁니다. 왜 달리는 열차가 아니고 서있는 열차를 그렇게 발표했냐고 의문 부호를 두었지만 전 하나도 의문이 들지 않았습니다.

서 있는 열차보다는 달리는 열차에서 사망한 것이 순직의 느낌도 주고 인민을 위해 불철주야(不撤晝夜) 애쓴 지도자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겠습니까? 우습게도 이틀뒤에 한 방송사는 제 생각과 똑같은 말을 뉴스분석이라고 올리더군요. 또한 서 있는 열차에서 숨졌다면 왜 긴급 대응을 못했는가라는 불필요한 억측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도 있구요.

실제로 숨진 시간은 그보다 앞선 달리는 열차에서였는지도 모릅니다.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사망싯점을 조정해서 발표했지만 달리는 열차라는 팩트는 그대로 살리는게 좋다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요. 설사 열차가 아닌 다른 곳에서 숨졌다고 해도 북한체제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망싯점에 대한 즉흥적이고 말초(末梢)적인 흥미위주의 기사가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기사들과 각종 정보들을 분석하고 유추하여 작금의 사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가능한 기사들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낚시제목이나 달고 3류미스테리 소설쓰고 뉴스라고 천연덕스럽게 올린다면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지난 5월 연합뉴스를 비롯한 도하 언론이 '김정은 방중' 이라는 대오보 소동을 냈다시피 빈약한 정보망의 우리 언론과 그보다 더 한심한 정부관계자와 기관들을 취재원으로 두고 있는 처지에서 앞으로도 헛다리 짚는 뉴스들이 출몰할 가능성은 아주 많습니다.

뉴스는 많고 쓸만한 정보는 없고.., 신랄(辛辣)한 풍자가(諷刺家) 앰브로스 비어스가 <악마의 사전>에서 풀이한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한 대목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취재기자(取材記者 REPORTER : 진실에 도달하는데 오직 추측으로써 하고, 언어의 폭풍으로 그 진실을 사방으로 흩어놓는 문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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