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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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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극과극’ 풍경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3-04-09 (화) 00:52:39

 

이젠 한국에서도 ‘팰팍’ 하면 제법 알 정도로 유명해진 미국의 타운이 바로 팰리세이즈 팍(Palisades Park)입니다. 팰팍은 한인 인구가 55%로 한인이 과반을 넘는 미국의 유일한 도시이지요.

 

중심가인 브로드애버뉴는 약 3km 구간에 걸쳐 한인상점들이 양쪽에 포진, 미국서 가장 긴 한국거리라는 기록도 있습니다. 처음 본 사람들은 실소를 터뜨리지만 ‘쌍둥이 빌딩’도 있고 ‘로데오프라자’도 있습니다. 미주 최초의 한국식 불가마가 태어난 곳도 바로 팰팍입니다.

 

여타 한인타운들이 ‘장사따로 집따로’의 반쪽 한인타운인데 반해 팰팍은 쇼핑가와 주택가에 조밀하게 엉켜 사는 진짜배기 한인타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여년전만 해도 팰팍은 시쳇말로 별 볼 일 없었습니다. 조지워싱턴브리지만 건너면 맨해튼으로 닿는 인근의 포트리에 비해 이름값이 견줄 바가 못됐지요. 팰팍을 키운 것은 온전히 한인들이었습니다.

 

한인 상가가 형성되면서 경기가 살아났고 주택가격도 급등(急騰)했습니다. 수십년째 이곳에 산 한 미국인은 살던 집을 다세대주택으로 개조한후 “100만달러 이상을 벌게 해준 한국인들이 고맙다”고 말하더군요.

 

한인들은 급기야 팰팍을 국제적인 타운으로 이끌었습니다. 바로 위안부기림비덕분입니다. 2010년 10월 세워진 해외 최초의 위안부기림비가 이런저런 유명세(有名稅)를 얻더니 위안부이슈의 성지처럼 된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찾기 힘든 위안부기림비를 미국에 세운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견하다는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한인타운 뒤뜰이 아니라 공립도서관 부지에 세워져 시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 말입니다.

 

내친김에 지난 3월엔 버겐카운티정부 청사옆에서 뜻깊은 또다른 위안부기림비의 제막식도 열렸습니다. 특히나 이곳은 홀로코스트와 아르메니아대학살, 아일랜드대기근, 흑인인권 등의 4대 기념비가 자리한 곳이어서 위안부이슈가 세계적인 여성인권의 문제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칭찬받을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기림비가 주목받자 뉴저지의 관문인 포트리에도 세우자고 몇몇 인사들이 나섰고 급기야 여러 단체간 주도권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우여곡절끝에 포트리한인회가 포트리재향군인회와 손잡고 시의회에서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디자인과 문구 등의 문제점이 불거져 나왔습니다.

 

며칠 전 팰팍의 기림비 건립을 주도한 시민참여센터 등 ‘위안부추모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포트리 기림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청원운동을 선언했습니다. 이튿날엔 기림비 건립안을 승인한 포트리 시의회를 찾아가 시정 요구 서한을 전달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인사회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압력까지 넣었습니다.

 

문제는 이같은 사실이 현지 언론에 보도되면서 지역여론이 한인사회와 기림비에 대한 반감이 확산됐다는 것입니다. 댓글을 통해 타민족 네티즌들은 위안부기림비를 왜 공공장소에 세우냐고 불만을 토로하고 “포트리를 침략한 한국인들을 내쫒자”는 선동(煽動)까지 하는 상황입니다.

 

사실 타민족에게 ‘위안부 문제’는 낯선 이슈입니다. 20세기초 수백만명이 터키에 의해 학살된 아르메니아의 참극이 우리에게 생경하듯 그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위안부 기림비는 지극히 조심스럽게 전개해야 합니다. 한일간의 ‘과거분쟁’으로만 여겨진다면 미국땅에 세워질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지요.

 

위안부추모위의 지적은 옳았지만 접근방법에서 잘못됐습니다. 추모위측은 포트리한인회와 시의회에 여러 차례 입장을 전달했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대로 방치하면 잘못된 기림비가 세워지기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추모위도 고심 끝에 내린 판단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개적인 압박은 시의회가 아니라 이를 추진한 포트리한인회부터 하는게 순서였습니다. 그러고도 안된다면 시의회를 찾아가면 되는 것입니다. 시의회로선 이 지역 한인들을 대변하는 포트리한인회와 퇴역용사들로 이뤄진 포트리재향군인회가 기림비 건립안을 들고 왔으니 이를 존중하고 심의, 승인한 것입니다.

 

그런데 제3의 인사들이 반대편지를 들고온것도 모자라 시정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때 한인유권자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황당하고 불쾌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미국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니 지역 여론이 고울 리 없지요.

 


 

한가지 민망한 것은 ‘위안부 이슈’의 뜨거운 열기가 오직 기림비에만 꽂혀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팰팍의 중심가에선 ‘위안부 사진전’이 3주째 열리고 있습니다. 미주 최초의 위안부사진전일뿐만 아니라 중국에 버려진 채 70년 가까운 세월을 철저히 잊혀졌던 비극의 할머니들이 소개되는 행사입니다.

 

그러나 이 전시회는 개막 3주 동안 총 입장 관객이 400명도 안될만큼 참담한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그나마 40%는 미국 언론 보도를 보고 찾아온 타민족 관객들입니다. 뉴욕일원에 50여만명의 한인들이 살고 ‘위안부의 성지’로 불리는 팰팍에서 뜻깊은 전시회가 열리는데 찾아온 이는 0.1%도 안되는 것입니다.

 


 

지난해 6월 일본에서 동명의 전시회가 열렸을 때 극우세력의 갖은 방해공작에도 2주간 7900명이 관람하는 성황(盛況)을 이뤘습니다. 다른 곳에서도 대동소이합니다. 그런데 이곳에선 하루 평균 10여명의 한인들이 왔을뿐입니다.

 

힘겨운 이민생활, 먹고 살기 바쁜 동포들이야 그렇다치고 그 많은 한인단체장들과 기림비 이슈에 얼굴 들어내기 좋아하는 한인정치인들은 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언론의 플래시 세례를 받은 개막식행사 때 몇몇 인사만 보였을뿐 지금까지 전시장은 적막강산(寂寞江山)입니다.

 

이 전시회는 다만 사진 관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지난 10여년간 작업에 매진한 안세홍 작가를 통해 할머니들의 기구한 삶과 추악한 전쟁범죄를 돌아보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역사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한인사회를 대변하는 단체장과 정치인들은 물론, 교회나 사찰 등 종교기관에서 전시회 관람을 독려하고 특히나 여러 학교의 한인학부모협회들이 학생들의 단체관람을 유도하지 못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런 전시회에 2세, 3세 한인자녀들과 타민족 이웃들을 오게 함으로써 미래세대와 주류시민들이 위안부할머니들의 역사와 진실을 알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기림비 하나를 세우는 것보다 중요한게 아닐까요.

 

기림비에 담긴 역사를 배우지 않고 세우는데만 급급한다면 그것은 한낱 의미없는 돌덩이에 불과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위안부 문제에 관심많은 한인들이 있다는 팰팍의 불가사의(不可思議)한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12-02 10:07:53 뉴스로.com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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