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의 첫날인 12일은 델리 시내를 차량으로 이동하며 본격적인 주마간산(走馬看山)이 시작되었다.
인구 13억의 인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인만큼 차량의 물결도 압도적이었다. 워낙 사람도 차도 많다보니 운전대가 오른쪽에 달린 차들이 왼쪽도로를 달리는 영국식 시스템이 더욱 어지럽게 느껴진다.
관광버스는 운전사와 조수가 하나씩 있는데 운전사 뒤쪽으로 유리문을 단게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탄 버스를 포함, 사방에서 다니는 차들과 오토바이를 개조한 오토릭샤들이 쉴새 없이 클랙션을 눌러대니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다.
이번 여행을 총괄한 수미산여행사 김상길 대표에 따르면 관광버스에 커텐이 있었는데 얼마전 버스에서 성폭행사건이 발생한후 커텐을 전부 없앴다는 것이다. 에어콘도 물론 있지만 좌석마다 작은 선풍기가 달렸는데 쓸 일은 거의 없었다. 12월은 초가을 날씨라서 여행하기엔 아주 좋은 계절이었다. 문제는 엄청난 매연이었다. 인도 여행 내내 마스크는 필수품이었다. 특히 뉴욕에서 온 불자들은 맑은 공기를 누리다가 너무 대기가 나빠지니까 여간 곤욕스러운게 아니었다.
호텔을 떠나 ‘인도문(India Gate)’을 들르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인도문은 파리의 개선문을 바탕으로 에드윈 루티언스에 의해 설계된 기념비로,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전사한 영국령 인도 제국의 군인 약 8만 5천명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높이 42m의 아치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인도 병사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1931년에 완성되었고, 1972년에는 인도독립 25주년을 기하여 ‘불멸의 불’이 점화되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는 인도의 곤궁(困窮)한 현실과 마주했다. 동냥을 호소하는 사람들이었다. 땟국물이 흐르는 모습으로 적선을 바라는 아이들, 깊은 주름살이 패인 노인들, 젖먹이 아기를 안은 엄마까지 다양한 모습의 구걸자들, 그리고 각종 기념품들을 어떻게든 팔아보려는 행상들이 우리를 잠시도 쉬지 않고 따라다녔다.
첫날 시작된 이 풍경은 인도 여정이 끝날때까지 계속됐고 우리들을 내내 심난하게 한 장면들이었다. 구걸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타나니 적선도 한계가 있었고 혹시라도 있을 소매치기
국립박물관 관람으로 시작했다. 초기 불상의 기원(起源)이 된 간다라 미술을 느낄 수 있는 국립박물관엔 중학생들로 보이는 인도 소녀들이 단체 관람을 준비하고 있었다.
재잘대며 낯선 이방인들을 호기심어린 눈길로 쳐다보는 모습이다.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으니 역시 손으로 답하며 까르르 웃는 아이들. 어딜가나 10대들은 해맑다.
박물관은 3층 건물로 되어있는데 둥그렇게 원형으로 안쪽은 정원이 조성돼 있었다. 박물관은 시대별로 주제별로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제일 첫 번째 방은 기원전 3천년~2천년의 하라빠문명을 전시해 놓았다.
불교예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기원전 6세기에서 11세기까지 지속된 간다라 왕국이다. 간다라 왕국은 기원전 6세기에서 서기 11세기까지 지속되었는데, 1세기에서 5세기까지 불교국가였던 쿠샨 왕조에서 전성기를 누렸다.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대왕이 페르샤와 이집트, 인도까지 정복하면서 인더스강 유역에서 서양문화와 동양문화가 만나 새로운 예술이 탄생했는데 이것이 바로 '간다라(Gandhara)' 미술이다.
간다라 미술은 인물을 사실적이고 매우 자연스럽게 표현하는데 헬레니즘 양식이다보니 서양 스타일의 불상이나 보살상이 인상적이었다.
간다라 지역은 대승불교(大乘佛敎)가 크게 번성한 곳이기도 하다. 누구나 수행을 통해 부처(Buddha)가 될 수 있다는 대승불교의 영향으로 석가여래상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고 미륵상과 보살상, 불보살의 삼존상(三尊像), 또는 신상(神像), 본생도(本生圖, 석가모니의 전생 이야기)와 불전도(佛傳圖, 석가모니의 일생)가 많이 제작됐다고 한다.
국립박물관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코끼리 상아에 부처님의 일대기를 아주 정교하게 제작한 예술품이었다. 천년 넘은 유물들이 많은데도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손댈 수 있게 전시한 것도 의아했다. 너무 유물이 많은(?) 탓일까. 유물과 예술품들의 가치에 비해 전시 레이아웃이 조악하고 조명이 지나치게 어두워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김상길대표의 상세한 설명을 통해 초기불상의 기원(起源)이 된 간다라 미술을 어느정도 이해하게 되었고 힌두교와 자이나교의 차이, 초기 불교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날 우리는 아그라로 이동해 JP Palace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이 호텔은 제이피 그룹이 운영하는 것인데 JP그룹은 인도 굴지의 시멘트 회사라고 한다.
꽤 시설이 좋은 호텔이었는데 이날 밤 어느 부자집에서 호텔을 빌려 대대적인 결혼식 연회가열린다길래 구경을 갔다. 거의 방송국 야외 세트장을 방불케할만큼 화려한 장식이었는데 엄청난 부자집인 모양이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었지만 인도의 결혼문화와 독특한 피로연을 엿보며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었다.
과일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장면이다. 돌리면서 과일을 즉석에서 가미하는데 맛은 괜찮은 편이었다. 3형제 아이스크림 요리사들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