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가 아니더라도 흔히 ‘인연(因緣)’이라는 말을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자취를 더듬는 인도네팔 불교성지 순례단에 참여하게 된 것은 부처님의 가피(加被)라는 말외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을 것 같다.
한국에선 불교성지순례를 떠나는 이들이 대단히 많지만 미주한인사회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불자들의 수도 본국만큼 많지 않을뿐더러 이민사회라는 환경적 어려움으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주에서 불교성지순례를 떠나는 것은 수년전 미동부해외교구장을 맡고 있는 불광선원 주지 휘광스님이 불자들을 이끌고 간게 처음이었고 미동부 최초의 한국 사찰 뉴욕원각사(주지 지광스님) 뉴욕원각사가 두 번째다.
흔치 않은 기회였던만큼 참여를 원하는 불자들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생활에 바쁜 이들은 연말에 열흘이상 휴가를 내기 어려웠고 노불자들은 매일같이 이동하는 순례의 여정이 녹록치가 않아 포기하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2500여년전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나고 출가후 깨달음을 얻고 45년간 전법을 하다 열반한 그 땅을 밟는다는 것은 불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루고 싶은 소망이지만 이같은 어려움 때문에 결국 최종적으로 순례단에 참여한 숫자는 지광스님과 불자들, 한국에서는 이번 여정을 기획한 수미산여행사 김상길대표와 이광복 도편수 등 11명으로 마무리됐다.
10일 저녁 뉴욕 JFK공항을 출발한 순례단은 경유지 모스크바를 거쳐 인도의 델리에 11일 밤 11시가 넘어 도착했다.
30년간 기자생활을 하며 많은 나라들을 가봤지만 인도는 처음이었다. 가기전 여러 가지 준비물중에 마스크가 필수라고 해서 대체 공기가 얼마나 나쁘길래.. 했는데, 북경보다 좋지 않다는 얘기에 각오를 단단히 했다. 북경의 공기는 지난 6월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아니나다를까. 미세먼지가 장난이 아니다. 오죽하면 인도사람들이 “공기가 좋은(?) 중국이 부럽다”고 할까.
델리 공항의 입국심사대로 이동하는데 ‘부처님의 나라’답게 입국심사장에 거대한 손조각들이 인상적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손모양부터 다양한 표현의 조형물이 벽에 붙어 있다. 대부분의 인도인들이 믿는 힌두교와 불교가 갖는 공통분모가 많기때문이리라.
입국장에서 우리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올해 23세의 인도 대학생 라훌이었다. 사람들 틈에서 ‘뉴욕원각사’라는 한글 종이를 손에 들고 있던 그는 우리를 금세 알아보고(주변에 한국인은 거의 없었으므로) 고개를 꾸벅하며 “안녕하세요”하고 한국말 인사를 한다.
인도명문 네루대학교에서 한국어학과에 재학중인 라훌은 통역으로 인도 여정 대부분을 우리와 함께 하며 동고동락했다. 입국장엔 한국에서 이광복 도편수가 김상길 대표와 먼저 도착해 있었다. 이광복 도편수는 지난 2011년 시작된 뉴욕원각사 대작불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1500년전 고려시대 공법을 재현하며 내부에 기둥이 없는 세계 최대의 대웅전과 무량수전 등의 건립을 총지휘하는 대목장이기때문이다. 벌써 그는 수년째 대목들을 이끌고 뉴욕원각사에서 연중 절반은 생활하고 있어 불자들과는 한가족처럼 친근한 사이였다.
어둠에 잠긴 공항청사를 벗어나 버스가 있는 주차장으로 이동하는데 개들이 배회하고 있다. 이 개들은 앞으로 우리가 수없이 마주칠 집없는(혹은 집에서 풀어놓은) 개들의 예고편같은 존재였다.
경유지인 모스크바를 거쳐 총 18시간의 오랜 비행 끝에 도착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인 뉴델리의 프라이드 플라자 호텔에 짐을 풀고 부처님의 성지(聖地)를 둘러보는 기대감과 끊임없는 이동에 대한 걱정을 함께 하며 침대에 몸을 뉘었다.
<계속>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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