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의 로마자 국호를 'Korea'가 아니라 'Corea'로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3·1절을 앞두고 미주 한인사회에서 확산(擴散)되고 있습니다.
LA의 오인동 박사와 뉴욕의 재야 사학자 폴 김 박사 등 한인사회의 뜻있는 인사들이 Korea를 Corea로 복권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19세기 후반까지 코리아의 로마자 국호는 Corea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Corea는 무려 700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Korea는 훨씬 뒤에 간헐적으로 나오다 20세기를 전후해 미국과 일본의 영향으로 득세(得勢)한 명칭이지요.
Korea는 일제에 강점되고 남과 북으로 갈라진 지난 한 세기 동안 수난과 수치,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Corea의 복권(復權) 운동은 근세사의 아픔을 청산(淸算)하고 21세기를 맞아 민족사적 긍지를 새롭게 회복시키자는 취지입니다.
오인동 박사의 ‘꼬레아, 코리아’에 따르면 현존 기록으로 Corea가 처음 등장한 것은 1572년입니다. 포르투갈의 조선 선교 책임자 빌렐라가 1571년 예수회의 보하(Francisco Borja) 총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Corea라고 불리는 다른 왕국…”이라는 언급이 있습니다.
반면 Korea는 약 100년 뒤인 1671년 '하멜 표류기'의 독일어 번역판이 출간될 때 처음 표기됐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독일어 음가(音價)로 옮기는 과정에서 C가 K로 바뀐 것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상당 기간 발행된 출판물에서 Korea 표기는 찾을 수 없으며 1704년과 1752년 런던에서 출간된 하멜 표류기 영역판에도 Corea로 표기됐습니다.
우리나라의 로마자 표기는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이탈리아인들이 각자의 표기법에 따라 Coree, Core, Coray, Corea, Chausien, Cauly, Cauli, Corey, Cory, Corai, Coria 등 다양하게 존재했습니다. 16세기 말부터 Corea가 주된 이름이 되었고 19세기에 이르러 사실상의 국호로 통일되다시피 했습니다. 1800년대까지 서양의 저서와 지도들에 쓰인 우리나라의 로마자 이름은 대부분 Corea였고, 1800년대 말 조선 정부가 서양 각 국과 교환한 공식 외교문서에서도 조선의 로마자 국호를 대부분 Corea로 표기했습니다.
▲ Korea는 Corea의 아류…미·일 영향으로 확산
Corea 표기의 아류(亞流)로서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Korea가 19세기 말에 이르러 갑자기 부상한 것은 미국과 일본의 영향 때문입니다. 미국은 1882년 조·미 수호조약을 체결할 때만 해도 Corea를 사용했으나 1891년 알렌(H. Allen) 공사가 Korea로 쓰기 시작한 후 1905년 공사가 철수할 때까지 지속했습니다. 같은 해 7월29일, 일본의 조선 지배를 묵인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에서도 Korea로 표기했구요.
다른 유럽 제국들은 물론, 동일 언어권인 영국이 일관(一貫)되게 Corea로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왜 이 시기부터 Korea로 전환시켰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게 없습니다. 추정하기로는 당시 미국의 실리에 따르는 국제 정세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삼으려는 야욕(野慾)을 드러내면서 공식 명칭인 Corea보다는 덜 알려진 Korea로, 나아가 일본식 표기인 Chosen으로 격하하는 움직임을 보인만큼 필리핀과 조선을 차지하는 거래를 한 '공범국'이었으니까요.
북한 학자 공명성의 '일본의 외교 자료 집성'에 따르면 "일본은 1910년 6월3일 대한국 합병 후의 시정 방침을 결정했다.… 병합준비위원회를 설치하고 조약문을 비롯한 모든 대외 관계 문서들에서 우리나라 국호의 표기를 전부 Korea로 표기했다. 8월29일 칙령 318호로 열강들에게 정식 통보하기에 앞서 이미 조약이 비준되기 하루 전인 8월21일에 우리나라 국호의 표기를 Korea로 하여 합병 사실을 보도하였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를 Korea로 바꿔 표기한 일본은 다음 단계로 대한제국을 ‘조선’으로 개칭(改稱)하고 통치 기관인 조선총독부(Government General of Chosen)를 세웠습니다. 총독부는 한양 주재 각국 공영사관과 교환한 문서에서 우리나라의 로마자 표기를 Corea가 아닌 Chosen(조선)으로만 썼습니다.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서 대한제국은 소멸(消滅)되었고 Corea, Korea의 영문 표기도 사실상 사라졌지요. 정말 안타까운 것은 일본 패망 후 남북한의 정부 수립이 이뤄질 때 승전국인 미국의 표기 관행에 따라 Korea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는 것입니다.
알려진 대로 코리아는 고구려를 계승한 고려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우리나라 국호가 로마자로 기록된 것은 13~14세기의 몽골 제국을 통해 유럽 국가들이 처음 표기하기 시작했고 당시 고려(高麗)의 려(麗) 발음은 '리'였다는 것이 정설에 속합니다.
Core, Cory, Corij 등의 이름이 세월의 흐름과 함께 Coria, Corea로 발전했다는 것이지요. 이는 중국을 통일 제국 진(秦)나라의 '진(Chin)에 a를 붙여 China로 만든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오인동 박사는 "라틴어에서는 고유명사에 접미사로 'a' 또는 'ia'가 붙으면 그 땅(land), 나라(nation) 또는 지역(region)을 의미한다"면서 “고려가 하나의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된 서양인들이 Core에 a를 붙여 Corea(高麗國)으로 지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뉴욕의 재야 사학자 폴 김 박사도 "요동 동쪽 천리, 중원(中原) 땅에서 건국된 고구려는 한나라보다 역사가 앞서고 소리글인 이두어로 가우리(高句麗)로 불린 천자국(天子國)이었다"며 Cauly, Cauli의 역사적 연원을 설명합니다.
폴 김 박사는 "Corea가 Korea에 묻힌 것은 일본 주연, 미국 조연에 우리 한민족이 엑스트라로 방임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이제는 자랑스러운 고구려의 혼(魂)이 담겨있는 Corea 국호를 찾아와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전술했다시피 우리 민족 최악의 치욕인 일제 합병 당시 표기는 Korea 입니다. 일본 패망후 코리아의 국제 표기는 당연히 Corea 가 됐어야 했습니다. 수난과 오욕의 역사로 점철된 Korea를 왜 우리가 써야 합니까.
미주사회 등 해외동포는 물론, 남과 북 지구촌 한민족 모두가 Corea를 찾는데 힘을 합쳐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