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랭면 맛있게 먹는법
평양에 가면 반드시 한번은 경험해야 하는 소문난 名所(명소)가 된 옥류관의 평양랭면을 첫날부터 맛볼 수 있었다. 대동강 옥류교 인근에 위치한 옥류관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건물 한쪽 측면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는데 입구마다 입장 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평소에도 평양시민들과 평양으로 수학여행온 학생, 포상휴가를 받은 지방 노동자들이 옥류관에 들러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늘 만원사례를 이루고 있다. 하루 팔리는 냉면이 1만2천그릇이 된다고 하니 기네스북에 오를만하다.
1960년 8월 15일에 해방절(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해 준공한 옥류관은 2층의 長方形(장방형) 한옥 건물로 전통식 합각지붕으로 이뤄진 건물 자체의 예술성도 뛰어났다. 본관과 2개동의 별관으로 되었는데 본관은 1,000석, 별관은 1,200석을 갖추었고 대동강의 아름다운 정경을 감상하며 먹을 수 있는 연회장소와 소규모의 별실들도 많다.
보통 옥류관에서 피크타임엔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지만 외국 관광객이나 우리같은 동포방문객들은 별관에 전용 식사실이 있어서 기다리지 않고 입장할 수 있다. 평양시민들도 의사나 교원같은 인민의 생명이나 교육을 맡는 특수직업인들은 신분증을 보여주면 줄에 구애되지 않고 입장한다고 들었다.
주 메뉴인 평양랭면은 200g과 300g 400g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보통 여성은 200g, 남성은 300g이 적당하다. 남쪽에선 모자라면 ‘사리 하나 더’ 추가하면 되지만 북에선 양이 많은 사람은 처음부터 400g을 주문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 일행은 빠짐없이 평양랭면을 시켰고 따뜻한 온반국수를 주문한 김선생은 “先酒後麵(선주후면)이라고 랭면을 먹을 땐 술부터 한잔 해야 제 맛입니다”라며 飯酒(반주)를 권했다. 전날 밤 평양소주는 맛본 터라 이번엔 대동강 맥주를 하나 시켰다.
메뉴표에 '녹두지짐(빈대떡)'이 있어 주문했는데 남한의 녹두 빈대떡보다는 크기가 작고 아주 매끈한 모양이었다. '게사니 구이'라는 거위고기도 안주로 가세했다.
이번 기회에 평양랭면을 제대로 먹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남쪽에선 냉면이 나오면 겨자를 국물에 풀고 식초를 대충 뿌리는데 북에선 식초를 면에 직접 뿌린다. 2018년 가을 평양정상회담때 수행한 기업인 대표들이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을 때마다 식초를 살짝 뿌리는 모습을 봤는데 김선생이 선보인 정통 평양랭면 맛보기는 이렇다.
먼저 젓가락으로 랭면 사리를 건져올려 X자로 사발에 걸쳐 놓는다. 식초를 사리위에 듬뿍 뿌린다. 그리고 30초 이상 경과후 겨자를 푼 국물에 사리를 투하, 본격적으로 즐기면 된다. 이렇게 먹으면 식초가 메밀의 면발에 가미된 사리가 옥류관 특유의 육수와 조합을 이루며 최고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
후식으로 맛본 옥류관의 아이스크림도 특별했다. 옥류관 아이스크림이 북한 주민들에겐 꽤 유명하다고 하는데 어찌하다보니 녹두지짐과 평양랭면, 아이스크림까지 ‘옥류관 랭면 코스’를 涉獵(섭렵)한 셈이다.
(13편 계속)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no